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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회전 효과에 슬램덩크까지…리디, 일거래액 신기록 의미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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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콘텐츠 유통 플랫폼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리디가 만화와 웹소설을 축으로 한 IP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거래 규모를 키우고 있다. 글로벌 인기 만화와 장기 스테디셀러를 동시에 확보해 이용자 진입 장벽을 낮추고, 판타지 웹소설을 통해 충성 고객군의 결제를 견인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만화 중심 플랫폼이 웹소설, 멤버십, 외부 제휴까지 연동하는 구조가 국내 디지털 출판 시장의 수익 모델 전환을 촉진하는 국면으로 보고 있다.

 

리디는 23일 기준으로, 지난 19일 서비스 일 거래액 56억원을 기록해 출범 이후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고 밝혔다. 단일 일자 기준 기록으로, 개별 IP 흥행을 넘어 전체 카테고리 매출이 동반 확대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회사 측은 올해 들어 만화와 웹소설 양축에서 이용자 저변이 넓어지면서 직전 분기 대비 일 거래액 변동 폭이 뚜렷하게 확대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리디의 성장 축 가운데 하나는 글로벌 인기 만화 중심 전략이다. 회사는 주술회전, 윈드브레이커 등 해외에서 검증된 화제작을 전면에 내세운 만화는 리디 캠페인을 전개해 신규 유입을 늘렸다. 이미 팬덤을 보유한 타이틀을 디지털 플랫폼에서 집중 노출해 첫 결제 전환율과 시리즈 연속 구매율을 함께 끌어올린 구조다. 특히 애니메이션, 극장판 등을 통해 인지도가 높아진 작품을 디지털 만화로 묶어 제공하면서 크로스미디어 효과를 극대화한 것으로 보인다.

 

명작 단행본 라인업 확장도 전체 매출 곡선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리디는 슬램덩크, 아이실드21 등 농구와 미식축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 만화를 비롯해 장기 팬층을 지닌 작품들을 단행본 형태로 확보했다. 이미 완결된 IP를 단행본 패키지로 제공하면 완독 수요가 높은 사용자층에서 객단가가 높게 형성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전략이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고, 구독과 소장형 구매를 병행하는 복합 소비 패턴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 것으로 분석한다.

 

웹소설 부문에서는 판타지 장르가 성장세를 주도했다. 리디는 높은 누적 판매액을 기록한 이세계 착각 헌터를 비롯해 이 소설은 내 소설이 아니다, 포스터가 36번지에는 괴물이 산다 등 오리지널 IP를 중심으로 거래액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회귀물, 이세계물, 현대 판타지 등 세부 장르를 세분화해 추천 알고리즘에 반영하면서, 독자 취향에 맞춘 연재 작품 노출 빈도와 유료 회차 전환 비율을 동시에 높인 구조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성과는 개별 장르의 히트작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만화와 웹소설을 묶은 크로스 카테고리 전략으로 저변을 확장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규 이용자 다수는 인기 만화를 통해 진입하되, 이후 웹소설, 웹툰, 단행본 등 인접 카테고리로 이동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사용자별 라이프타임 밸류가 상승하고, 적은 마케팅 비용으로도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는 셈이다.

 

외부 브랜드와의 전략적 제휴도 거래액 확대에 힘을 보탰다. 리디는 LG전자, CU, 배달의민족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며 멤버십 연계를 강화했다. 가전, 유통, 배달 플랫폼 등 일상 생활 채널과의 연동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 소비를 생활 구독 생태계 안으로 편입시키는 흐름이다. 결제 수단과 포인트, 멤버십 혜택을 콘텐츠 구매에 연결하면서, 비정기 구매자도 자연스럽게 유료 결제 경험을 축적하게 되는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만화와 웹소설을 결합한 디지털 서브스크립션 모델 경쟁이 이미 본격화된 상황이다. 일본과 북미에서는 만화 플랫폼 기업들이 오리지널 IP를 확보해 영상화, 게임화로 저작권 수익원을 다각화하고 있고, 중국에서는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크로스오버 IP 육성이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리디를 비롯한 주요 플랫폼들이 인기 만화 판권과 자체 제작 웹소설 IP를 묶어, 장기적으로 영상, 게임, 캐릭터 상품화 등을 겨냥한 IP 종합 비즈니스로 확장할 여지도 거론된다.

 

정책 측면에서는 디지털 출판 시장에서 저작권 보호와 불법 복제 대응이 여전히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전자책, 웹소설, 웹툰 등 디지털 포맷은 복제와 유통이 용이해, 플랫폼의 DRM 기술과 모니터링 체계가 수익 구조 안정성과 직결된다. 동시에 플랫폼 내 수익 배분 구조와 작가, 출판사와의 계약 투명성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향후 디지털 콘텐츠 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공정 거래 지침이나 IP 보호 제도 정비 방향에 따라 성장 속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리디 관계자는 올해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이용자 확장 전략이 맞물리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한다며, 향후에도 차별화된 작품 라인업을 중심으로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리디가 기록한 일 거래액 56억원이 국내 디지털 만화·웹소설 시장의 상한선을 다시 설정한 신호로 보고, 향후 이 수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될지, IP 다각화와 글로벌 진출 전략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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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주술회전#슬램덩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