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 큐레이션…콕스웨이브, 엔비디아 협업으로 학습 가속
인공지능 제품 분석 플랫폼을 개발하는 콕스웨이브가 글로벌 GPU 기업 엔비디아와의 기술 협업을 통해 AI 모델 학습 효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양사는 대화형 서비스에 특화된 데이터 큐레이션과 경량 모델 최적화 성과를 공유하며, 스타트업이 초거대 AI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협업 모델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데이터 전처리와 학습 인프라를 결합한 융합 전략이 국내 생성형 AI 산업 경쟁 구도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콕스웨이브는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 2025에서 엔비디아와 함께 글로벌 기업 협업 성과공유회 세션에 참여해 공동 패널토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서 콕스웨이브는 자사 인공지능 제품 분석 플랫폼 얼라인에 엔비디아 기술을 적용해 얻은 구체적 성능 개선 결과를 공개했다.

콕스웨이브의 얼라인은 생성형 AI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 사용자 로그와 상호작용 데이터를 분석해, 서비스 최적화와 사용자 경험 개선에 필요한 핵심 지표를 뽑아내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챗봇이나 검색형 에이전트를 운영하는 기업이 얼라인을 통해 대화 품질 저하 구간, 반복 오류 패턴, 이탈률이 높은 프롬프트 유형을 추적하면, 모델 수정과 프롬프트 튜닝 방향을 보다 명확하게 잡을 수 있다.
실시간 오류 탐지와 개입이 요구되는 환경에서는 대형 모델 대신 비교적 작은 경량 모델을 활용해도 높은 정확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콕스웨이브는 이를 위해 엔비디아의 AI 데이터 큐레이션 도구 니모 큐레이터를 도입해 대화형 AI에 최적화된 데이터셋을 구축했다. 니모 큐레이터는 웹과 로그 등 대규모 원천 데이터에서 잡음을 제거하고 품질이 높은 학습 데이터를 선별하는 도구로, 한국어를 포함한 다국어 환경에서 도메인 특화 데이터 정제에 활용되고 있다.
콕스웨이브는 니모 큐레이터 기반으로 자체 서비스 사용 로그를 정제하고, 질의 유형과 오류 패턴에 맞춰 맞춤형 임베딩 모델을 설계했다. 임베딩은 문장과 문서를 벡터 형태로 변환해 의미 유사도를 계산하는 기술로, 추천 시스템과 검색형 챗봇 등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콕스웨이브는 이 과정을 통해 기존보다 문맥 유사도 계산 정확도를 15퍼센트 높였고, 동일한 수준의 성능을 내는 모델을 학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6배 줄였다.
회사 측에 따르면 학습시간 단축은 모델 구조 변경뿐 아니라 데이터 큐레이션 단계에서 중복이나 저품질 샘플을 대폭 줄인 결과다. 필요 데이터만 골라 학습시키는 방식이 GPU 자원 사용량과 전력 소비도 함께 감소시키는 효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결과는 엔비디아 공식 기술 블로그에 모범 사례로 소개되며 글로벌 레퍼런스로도 인정받았다.
콕스웨이브와 엔비디아의 인연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콕스웨이브는 그해 엔비디아의 글로벌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인셉션에 선정되며 공식 파트너십을 맺었다. 인셉션은 GPU 클라우드 크레딧, 기술 자문, 공동 마케팅 등을 제공해 AI 스타트업의 제품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콕스웨이브는 이후 엔비디아가 국내 스타트업 가운데 두 곳만 초청한 GTC 타이베이 2025에 참여해 사례를 공유하는 등 협업을 확대해 왔다.
니모 큐레이터 적용에 이어 콕스웨이브는 추론 최적화 서버 플랫폼인 엔비디아 트리톤 서버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트리톤 서버는 서로 다른 프레임워크와 모델을 단일 서버에서 동시에 운영하면서 GPU 활용률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된 소프트웨어로, 다수의 기업 고객에 서비스형 분석 기능을 제공하려는 콕스웨이브의 플랫폼 전략과 맞닿아 있다. 회사는 향후 에이전트옵스 영역으로 영역을 확장해, 다수의 AI 에이전트를 관제하고 성능을 모니터링하는 기능까지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협업은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인프라 기업과 손잡고 모델 학습 이전 단계인 데이터 품질 관리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대형 클라우드 기업과 AI 스타트업 간 공동 모델 최적화나 데이터 파이프라인 고도화 사례가 늘고 있어, 국내에서도 유사한 협업 구조가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찬란 엔비디아 시니어 매니저는 콕스웨이브가 엔비디아의 첨단 기술을 실제 제품에 빠르게 적용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번 협업이 글로벌 기술 파트너십이 한국 스타트업 경쟁력을 높이는 사례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주원 콕스웨이브 대표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 성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에이전트옵스와 효율화 중심의 신규 영역에서도 협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모델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데이터 큐레이션과 학습 효율 개선이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본다. 산업계는 콕스웨이브와 엔비디아의 협업 모델이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확산될지, 그리고 국내 AI 생태계 전반의 경쟁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