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GCC2005 CD5 CAR NK, 1a상 반응률 62.5퍼센트…지씨셀, 혈액암 세포치료제 경쟁 구도 흔든다

조수빈 기자
입력

CD5를 표적하는 동종 제대혈 유래 CAR NK 세포치료제가 재발 불응성 NK T세포 림프종을 대상으로 초기 임상 단계에서 의미 있는 효능과 안전성 신호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기존 화학항암에 반복적으로 실패한 고위험 환자군에서 60퍼센트가 넘는 객관적 반응률을 보이면서, T세포 계열 혈액암을 겨냥한 차세대 세포치료제 경쟁의 향방을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가 CAR T 중심이던 혈액암 면역세포치료제 패러다임에 CAR NK라는 대안을 본격적으로 부각시키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지씨셀은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제67차 미국혈액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CD5를 표적하는 동종 제대혈 유래 CAR NK 세포치료제 GCC2005의 국내 임상 1a상 중간 결과를 10월 31일 기준 업데이트 데이터로 구두 발표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다차 치료에도 반응하지 않은 재발 불응성 NK T세포 림프종 환자 9명으로, 대부분 3차 이상 치료를 받은 고위험군이다. 이 가운데 종양 반응 평가가 가능했던 8명에서 객관적 반응률은 62.5퍼센트로 집계됐다. 일반적인 기존 항암제 반응률이 30퍼센트 이하 수준에 머무르는 점을 고려하면, 같은 환자군에서 두 배 이상에 가까운 수치다.  

GCC2005는 환자 자신의 T세포를 활용하는 자가 CAR T와 달리, 건강한 공여자의 제대혈에서 분리한 NK 세포에 CD5를 인식하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를 도입한 동종 세포치료제다. NK 세포는 선천 면역세포로, 원래 암세포와 바이러스 감염세포를 직접 공격하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지씨셀은 이 NK 세포에 CD5를 표적하는 CAR를 발현시켜, CD5를 많이 발현하는 NK T세포 림프종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도록 설계했다. CD5는 T세포 계열 혈액암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표면 항원으로, 이를 겨냥한 CAR T가 먼저 개발됐지만, T세포 고갈에 따른 감염 위험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GCC2005는 투여 용량을 높일수록 반응률이 개선되는 용량 반응성을 보였고, 단 1회 투여만으로 완전관해에 도달한 사례도 보고됐다. 재발을 거듭하던 T세포 림프종 환자 한 명은 GCC2005 투여 후 6개월 이상 완전관해 상태를 유지했으며, 질병 진행이 관찰된 환자들 중에서도 3명 가운데 2명은 표적 병변 크기가 줄어드는 부분 반응 양상을 보였다. 면역세포치료제 특성상 초기 반응 이후 장기 추적에서 효과가 유지되면, 향후 전체 생존기간 연장과 같은 지표로 이어질 여지도 있어 후속 관찰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현재까지 투여된 환자들에서 용량 제한 독성은 관찰되지 않았고, 중대한 이상반응도 보고되지 않았다. CD19 CAR T 등 기존 세포치료제 개발에서 부각된 사이토카인 방출증후군과 신경독성 같은 면역 관련 독성 이슈는 이번 중간 데이터에서는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경쟁 CD5 CAR T 계열에서 문제로 부각된 심각한 감염 사례가 GCC2005에서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언급된다. 공여자 NK 세포 기반 동종 세포치료제라는 구조가 T세포 전반을 광범위하게 제거하는 기전과 달라, 장기적인 면역 기능 보존 측면에서 이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CD5를 겨냥한 세포치료제는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텍이 CAR T 중심으로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온 분야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재발 불응성 T세포 림프종을 대상으로 한 CD5 CAR T 임상이 진행됐지만, 감염과 같은 안전성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상용화 속도가 더디다. 이런 가운데 NK 세포 기반 플랫폼에서 의미 있는 효능과 안정적인 안전성 프로파일이 확인될 경우, CD5 표적 세포치료제 시장 주도권이 CAR T에서 CAR NK로 일부 이동할 여지도 있다. 다만 아직 환자 수가 적고 추적 기간도 제한적인 만큼, 글로벌 경쟁 기술과의 직접 비교는 후속 임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보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규제 측면에서는 국내에서 진행 중인 1a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씨셀이 향후 글로벌 임상 진입을 위한 각국 규제기관 협의를 어떻게 이끌어갈지가 관건이다. CAR NK는 제대혈과 같은 인체 유래 세포를 활용하고 유전자 조작을 수반하는 만큼, 세포원 관리와 벡터 안전성, 장기 추적 관찰 등 고도의 규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과 유럽 규제당국은 최근 유전자 세포치료제 전반에 대해 장기 추적 의무와 제조 공정 일관성 검증을 강화하는 추세여서, 동종 제대혈 플랫폼을 가진 기업들에 생산 규모화와 품질관리 역량이 중요한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발표를 맡은 김원석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지씨셀이 10년 이상 축적한 CAR NK 세포 개발 역량으로 계열 내 최초 CD5 CAR NK 후보를 선점했다고 평가하면서, 임상에서 확인된 초기 효능과 안전성 신호가 이어진다면 T세포 계열 혈액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씨셀은 현재 고용량 단계 평가를 계속 진행 중이며, 결과를 토대로 임상 1b 단계에서 대상 환자 수와 적응증을 확장하고, 이후 글로벌 2상으로 개발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원성용 지씨셀 대표는 이번 미국혈액학회 구두 발표가 GCC2005의 초기 임상 성과를 국제 학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하면서, 재발 불응 혈액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시하기 위해 해외 규제기관과의 협의와 파트너십 확대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GCC2005가 향후 대규모 임상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일관되게 입증할 경우, T세포 계열 혈액암 분야에서 CAR T 중심 경쟁 구도를 재편하는 촉매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임상 데이터, 제조 인프라와 규제 전략이 맞물려야 차세대 세포치료제가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수빈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지씨셀#gcc2005#car-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