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모텔서 중학생 3명에 흉기 난동”…창원 20대 피의자, 과거 성폭력 전력 드러나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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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의 한 모텔에서 10대 청소년들을 향한 흉기 난동으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며, 피의자의 과거 성범죄 전력과 청소년 보호 대책의 허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건은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 소재 한 모텔에서 발생했다. 20대 남성 A씨는 모텔 객실에서 남녀 중학생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이 중 2명을 숨지게 하고, 1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1명은 사건 당시 함께 있었으나 극단적 피해는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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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범행 직후 모텔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피의자가 현장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돼 정확한 사망 경위와 범행 전후 동선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A씨는 2019년 9월 미성년자를 간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1년 7월 강간죄로 징역 5년과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 5년을 선고받았던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출소해 누범기간 중이던 상황에서 이번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의 전과 및 누범 여부를 포함해 전반적인 전력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숨진 10대 B양은 오픈채팅방을 통해 알게 된 사이로, 사건 발생 약 2주 전 A씨의 집에서 한 차례 만난 정황이 파악됐다. 사건 당일 A씨는 B양으로부터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들었고, 이후 마트에서 흉기를 미리 구입해 모텔에서 B양과 그의 친구들을 다시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범행 전 흉기를 구입한 경위와 시점, 피해자들과의 구체적 관계를 다각도로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이 성매매를 전제로 한 이른바 ‘조건 만남’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경찰은 현재까지 그런 정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확보된 진술과 정황을 종합할 때 조건 만남과의 관련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며 “휴대전화 포렌식과 주변인 조사 등을 통해 범행 동기를 추가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숨진 청소년들에 대해 부검을 진행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는 한편, 피의자와 피해자들의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통해 범행 전 대화 내용과 만남 경위, 사전 계획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또한 모텔 폐쇄회로(CC)TV와 주변 상가 영상, 인근 마트 결제 내역 등도 확보해 A씨의 동선을 추적 중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청소년들이 오픈채팅방과 숙박업소 등에서 예상치 못한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소년 보호 장치가 온라인·오프라인 모두에서 취약하다는 지적과 함께, 성범죄 전력이 있는 전과자 관리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은 4일 입장문을 내고 “10대 청소년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은 비극적 사건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이번 사건은 청소년들이 예상치 못한 폭력에 노출돼 목숨을 잃은 매우 중대한 사회적 문제이며 교육청은 그 심각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유가족과 학생들을 위한 심리 상담과 치유 지원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교육청은 “사건 발생 직후 즉시 비상 상황 보고 체계를 가동하고 해당 교육지원청과 함께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며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며 “경찰·지자체와 함께 학생 대상 범죄 예방과 안전 보장을 위한 대책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며 숙박업소와 다중이용시설 대상 청소년 보호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숙박업소 출입 청소년에 대한 신원 확인과 이상 징후 신고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 강력범죄를 넘어, 미성년자를 노린 온라인 접촉과 성범죄 전력자의 관리 문제, 청소년 출입이 용이한 숙박업소 안전관리 등 여러 구조적 취약점이 한꺼번에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범죄학 전문가는 “온라인 오픈채팅을 통한 미성년자 접촉은 이미 널리 퍼진 방식인데, 이에 대한 감시와 예방 교육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성범죄 전력이 있는 전과자가 다시 청소년과 접촉하는 경로를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 여부와 모방 범죄 우려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수사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범행 동기는 수사가 더 진행돼야 파악될 것”이라며 “피해자·유족 보호와 2차 피해 방지에 중점을 두고 관련 사항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청소년 보호 시스템 전반의 정비 필요성을 환기시키며, 제도 개선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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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모텔흉기난동#경남교육청#미성년자성폭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