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발사장 네트워크 확장…이노스페이스, 호주 노린다
민간 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가 호주 민영 발사장 사업자 서던론치와 장기 사용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발사 인프라를 본격 확장하고 있다. 소형 위성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궤도와 준궤도 발사를 동시에 지원하는 발사장 네트워크를 선점해 맞춤형 발사 수요를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다중 발사 거점 확보가 상업 우주 발사 서비스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노스페이스는 16일 호주 서던론치와 발사장 사용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전날 이노스페이스 청주캠퍼스에서 열린 체결식에는 로이드 댐프 서던론치 대표이사와 마샬 윈 이노스페이스 해외영업부 이사가 참석했다. 계약에 따라 이노스페이스는 2026년부터 10년간 서던론치가 운영하는 웨일러스 웨이 궤도 발사장과 쿠니바 테스트 레인지 준궤도 발사장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위성 발사 서비스뿐 아니라 고객 맞춤형 기술 검증, 고고도 비행시험, 우주 제조물 회수 등 다양한 임무 포트폴리오를 운용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서던론치 발사장은 위치와 운용 환경에서 소형 위성 발사에 최적화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호주 남단의 인구 저밀도 지역에 자리한 웨일러스 웨이 궤도 발사장은 발사 안전성이 높고, 저궤도와 태양동기궤도 투입에 용이한 발사 경로 설정이 가능해 다수의 지구관측 위성, 통신 위성 서비스에 유리하다. 쿠니바 테스트 레인지 준궤도 발사장은 세계 최대 수준의 시험장 중 하나로 꼽히며, 발사체 성능 검증과 비행시험, 탑재체 기술 검증에 활용될 수 있다. 두 발사장 모두 항공과 해상 교통이 상대적으로 적은 구역에 있어 비행금지구역 설정, 해상 통제 등 규제 절차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번 계약으로 이노스페이스는 호주에서 서로 다른 민영 발사 사업자와 두 개의 독립적인 발사 옵션을 확보하게 됐다. 이노스페이스는 이미 2023년 에쿼토리얼 론치 오스트레일리아와 발사장 사용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여기에 서던론치 인프라까지 추가되면서 목표 궤도, 발사 시기, 임무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발사장을 선택할 수 있는 운용 유연성이 크게 높아졌다. 발사 일정 지연이나 기상 악화, 현지 규제 변수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어, 글로벌 상업 발사 시장에서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서던론치는 궤도 발사와 준궤도 발사를 모두 지원하면서 회수 운용 경험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궤도 발사는 위성을 목표 궤도로 직접 투입하는 방식이고, 준궤도 발사는 우주 경계 영역까지 비행한 뒤 귀환하는 고고도 시험 비행으로, 발사체 및 탑재체의 성능 검증에 널리 활용된다. 여기에 회수 운용은 발사 후 일부 구조물이나 탑재체를 지상으로 회수해 재사용하거나 분석하는 기술과 절차를 포함한다. 발사장 단계에서부터 회수 운용 경험을 가진 사업자와 협력하는 것은, 향후 재사용 발사체 개발이나 우주 제조물 회수 비즈니스로 확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이노스페이스가 구축하는 다중 발사 거점 전략은 상업 우주 발사 시장의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관측 위성과 통신 위성, 우주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은 단일 발사체에 여러 고객의 위성을 묶어 올리는 대형 발사보다, 소형 발사체를 통한 유연한 궤도 투입과 발사 시점 선택을 중시하는 추세다. 이 경우 발사체 기술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떤 각도로 발사할 수 있는지에 따라 서비스 경쟁력이 좌우된다. 호주 남단 발사장은 고경사 궤도와 태양동기궤도 진입에 유리해, 지구관측과 기상, 지리정보 서비스 기업들이 선호하는 지리적 조건을 제공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유럽, 뉴질랜드 등지에서 민간 발사장 인프라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민간 탐사용 발사체 개발사들이 캘리포니아, 알래스카, 플로리다 등 여러 발사장을 병행 사용하며 다중 발사 전략을 구사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스웨덴, 영국, 포르투갈 등이 소형 위성 전용 발사장을 육성하고 있다. 호주는 남반구 관측과 특정 궤도 진입에 유리한 지리적 특징을 내세워 글로벌 발사 허브로 도약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노스페이스가 호주에서 두 개 발사장을 확보한 것은 이러한 흐름과 보조를 맞추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규제와 정책 측면에서는 호주 정부의 발사 인허가 체계와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향후 상용 발사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호주는 민간 우주 기업 육성을 위해 발사 허가 절차를 마련하고 있으나, 각 발사에 대한 안전 검토, 환경 영향 평가, 항공·해상 교통 통제 등 절차를 요구하고 있어 발사장 사업자와 발사체 기업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다만 인구 밀도가 낮고 군사·민간 공역 충돌 가능성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발사장을 조성하고 있어, 제도와 인프라가 정착될 경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핵심 발사 허브로 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노스페이스는 브라질과 호주에 걸친 세 개의 대륙별 발사 거점을 통해 지리적 분산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회사는 2022년 브라질 공군 산하 CCISE와 발사장 사용 계약을 맺었고, 2023년 호주 ELA에 이어 이번 서던론치와의 계약까지 체결하며 남미와 오세아니아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발사체 개발과 위성 발사 서비스, 기술 검증, 우주 제조물 회수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이사는 서던론치와의 파트너십을 글로벌 발사 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발사장 네트워크 확장을 기반으로 위성 발사에서 기술 검증, 우주 제조물 회수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다양한 임무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맞춤형 신속 발사 서비스와 다중 발사 체계 구축을 통해 사업화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노스페이스의 이번 행보가 국내 민간 발사체 기업 가운데 드물게 다중 해외 발사 거점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발사체 신뢰도 확보와 실제 상업 발사 실적 축적이 관건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발사 인프라 접근성 자체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장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계는 이노스페이스가 구축하는 발사장 네트워크가 실제 상용 발사 시장에서 어느 수준의 수주 경쟁력으로 이어질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