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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숲을 걷고 공룡을 만나다”…이천, 자연과 이야기가 흐르는 하루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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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서울 근교로 가볍게 떠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단순한 소풍쯤으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일상에서 숨을 고르고 풍경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일상이 됐다.  

가을빛이 내려앉은 이천은 자연과 문화를 두루 품은 도시다. 가벼운 채비로 길을 나선 이들은 넓게 트인 들판과 깊은 숲길, 그리고 이색적인 테마 공간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있다. 마장면 표교리의 ‘카페 아누반’은 바위의 단단함과 고요함을 모티브로 한 이색적 외관으로 눈길을 끈다. 흙 속에 숨은 바위처럼 자리한 카페 내부에서는 오롯이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기에 좋다. 이천 쌀로 만든 디저트와 돌을 닮은 시그니처 메뉴가 소소한 행복을 더한다.  

조금 더 여정을 이어가면, 모가면 원두리의 ‘영짜장’이 여행자들의 허기를 달랜다. 즉석에서 만들어지는 차돌짬뽕과 해물짬뽕은 신선한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고, 사장님의 따뜻한 손길이 한 그릇에 담긴다. 도시의 번잡함과 달리, 천천히 만들어져 나오는 한 끼에서 작은 여유가 스며든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자연·로컬 체험형 공간을 찾는 방문객이 해마다 늘고 있다. 덕평공룡수목원은 그중에서도 가족 단위 관람객이 꾸준히 방문하는 명소다. 8만여 평의 전나무 숲에 들어서면 돌연 커다란 공룡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온갖 식물과 동물 체험, 그리고 열대 다육이 화원까지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돼 있다.  

현장에선 자연을 즐기는 사소한 행동마저 가치 있게 여겨진다. “숲에서 공룡과 마주치는 순간,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까지 동심으로 돌아간다”고 한 방문객은 표현했다. 자연 속에서 가족과 친구, 혹은 혼자서도 충분히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거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천 한 바퀴만 돌고 와도 가을이 가슴에 남는다”거나 “카페 아누반처럼 조용한 공간에서 쉬는 일이 요즘엔 최고의 힐링”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빠르게만 흘러가는 도시와 달리, 이천의 가을은 자연과 사람, 그리고 시간이 함께 머무는 순간들을 선물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덕평공룡수목원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덕평공룡수목원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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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카페아누반#덕평공룡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