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남녀공학 전환”…동덕여대, 재학생 거센 반대에도 ‘공론화 권고’ 수용
동덕여자대학교가 2029년부터 남녀공학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재학생들의 반발과 대학 측의 ‘공동의 미래’ 강조가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공학 전환 추진을 둘러싸고 1년 넘게 이어진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양상이다.
동덕여대 김명애 총장은 3일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12월 2일 공학전환공론화위원회로부터 최종 권고안을 제출받았으며, 그 결과를 존중해 수용하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6월부터 교수·학생·직원·동문 등이 참여해 공학 전환 여부를 논의해 온 기구로, 전날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라고 대학에 권고했다.

김 총장은 이번 권고안을 “대학의 미래 방향에 대한 공동의 판단이자 책임 있는 결론”이라고 규정했다. 대학은 해당 권고안을 바탕으로 남녀공학 전환 안건을 구성원 설명회, 대학발전추진위원회, 교무위원회, 대학평의원회 등의 논의와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후 확정된 방침에 따른 후속 조치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대학 측은 공론화 과정에서 공학 전환에 찬성하는 의견이 더 많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재학생들의 반대와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학교는 “여성고등교육기관으로서 쌓아온 가치와 전통에 대한 여러분의 자긍심을 충분히 이해하며, 전환 과정에서 느끼는 재학생들의 걱정에도 깊이 공감합니다”라고 밝혔다.
동덕여대는 115년 동안 유지해 온 여성 교육기관 정체성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부각했다. 김 총장은 “‘여성교육을 통한 교육입국’이라는 동덕의 창학정신을 통해 지난 115년간 여성교육 발전과 여성 사회참여 확대에 큰 성과를 이뤄냈습니다”라며 “이제는 이 창학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며,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공학 전환을 통해 “여성교육의 가치 위에 대학의 문호를 열고 미래지향적인 교육입국의 방향을 담겠다”고 설명했다.
가장 민감한 쟁점인 재학생 처리와 관련해 대학은 공학 전환 적용 시점을 “현재 재학생이 졸업하는 2029년”으로 못 박았다. 김 총장은 “여러분이 입학 당시 기대했던 여자대학으로서의 학업 환경을 최대한 보장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재학생 재학 기간 동안에는 기존의 단일 성별 캠퍼스 환경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대학 경쟁력 강화와 캠퍼스 환경 개선 계획도 언급됐다. 학교 측은 “대학 경쟁력 강화, 캠퍼스 시설 개선, 안전한 캠퍼스 환경 조성 등 권고안에서 제기된 사안들을 면밀히 검토해 단계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또 “공학전환 이후에도 여성 인재가 더 넓은 무대에서 역량과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 나가겠다”며, 구체적 발전 계획은 12월 중 설명회를 통해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김 총장은 거듭 “우리 대학의 변화는 어느 한 주체의 일방적 판단이 아니라, 구성원 전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공동의 미래입니다”라고 언급하며 갈등 봉합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 갈등을 슬기롭게 마무리하고, 부정적 외부 이미지를 개선하며, 재학생과 구성원 모두의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공학 전환을 둘러싼 재학생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동덕여대에서는 지난해 11월 학교가 남녀공학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부터 수업 거부, 본관 점거, 캠퍼스 내 일부 시설 래커칠 등 다양한 방식의 시위가 이어져 왔다. 학교 측이 일부 학생을 상대로 형사 고소에 나섰다가 이후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고 고소를 취하했지만, 경찰 수사가 계속 진행되면서 갈등은 깊어졌다.
재학생들은 공학 전환 논의와 결정 과정 전반에서 학생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은 “공학 전환 ‘논의’만으로도 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게 해놓고, 결국 공학 전환을 확정했다”며 학교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또 공학 전환 결정이 사실상 기정사실화된 상태에서 공론화가 진행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은 향후 입학할 남학생들이 겪을 수 있는 조롱과 비난, 캠퍼스 내 성별 갈등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공학 전환 이후 신입생 모집에서 남학생 지원율과 대학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학내외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여성 단일 대학의 공학 전환은 저출산·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 흐름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해 온 쟁점이다. 여성 교육기관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성별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현실론이 충돌해 왔다. 이번 동덕여대 사례 역시 이런 구조적 갈등이 집약된 사례로 해석되고 있다.
대학 측이 공학 전환의 방향을 공개적으로 못 박은 만큼, 향후에는 법적·행정적 절차와 함께 재학생 보호 대책, 성별 갈등 예방 장치 마련이 핵심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재학생 시위와 추가 집단 행동 가능성도 남아 있어, 대학 내 갈등 조정 방식과 학생 참여 보장 수준이 향후 평가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덕여대는 조만간 구성원 대상 설명회를 열고 공학 전환 세부 일정과 학사·시설 변화 계획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학 전환을 둘러싼 책임 공방과 정체성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