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N 도영길, 들기름 한 방울에 담긴 신념”…막국수 한 그릇→가족의 역사가 피어나는 순간
첫 밥상은 늘 작은 순간의 온기에서 시작된다. ‘오늘N’에서는 도영길이 들기름을 한 방울씩 정성껏 짜내는 방앗간 풍경과, 메밀 80% 순면으로 완성된 막국수에 아낌없이 들기름을 붓는 시간을 담았다. 바쁜 여름의 정점, 도영길의 국숫집에는 부드러운 면과 깊고 고소한 향, 진한 간장 양념이 완벽히 어우러진 비밀스러운 한 그릇이 사람들의 미각을 사로잡았다.
오랜 세월을 지나도 변함없는 고집이 이곳의 특별함을 완성시킨다. 식당 한편 숙성실에서 도영길은 무, 사과, 배, 대파, 소금물까지 하나씩 직접 고르고 돌본다. 60일을 견뎌냄으로써 비로소 완성되는 동치미 한 그릇, 그 안에는 ‘입에 넣는 음식만큼은 내 손으로’라는 그의 신념이 온전히 뿌리내리고 있다. 한 그릇의 막국수 위로 던져진 노고와 시간이, 이 집을 찾은 이들의 마음 구석을 오래도록 적셨다.

이같은 장인정신은 또 다른 자리에서 이어진다. 진천의 족발집, 정영수와 조순희 부부가 35년에 걸쳐 지켜온 공간에는 볶은 땅콩과 각종 한약재, 사과가 우러난 육수가 깊은 맛을 선사한다. 5분간 삶아낸 문어를 더한 꽃문어족발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모으며, 여러 가지 재료와 손맛으로 탄생한 냉채족발이 또 다른 미식의 세계를 열었다. 오랜 세월 함께한 부부와 그 곁에 새로 합류한 두 아들, 가족이 이어가는 역사에는 견고한 삶과 따스한 동반이 깃들어 있다.
삶의 풍경을 바꾼 선택도 있다. 번잡한 도심을 떠나 해발 800미터 민둥산에 터를 잡은 한 부부는 황토방을 손수 짓고, 최소한의 삶을 실천했다. 벽돌 하나, 계절이 스미는 창 하나에도 자신들의 뿌리와 여백을 담아냈다. 그곳에는 도시에선 경험하지 못했던 풍요로운 일상이 조용히 흐른다.
경상남도 산청, 서울 출신 손진선과 박상엽 부부의 산골 마을에는 또 다른 시간이 깃든다. 건축업자였던 손진선은 도시를 떠나 정직함으로 다시 시작했지만, 아들의 갑작스런 사고로 큰 슬픔을 마주했다. 아들이 잠들어 있는 이 땅을 끝내 떠나지 못한 가족, 남편의 고된 손끝과 아내의 다정한 말이 서로를 지키며 긴 시간의 고비를 이겨낸다.
한 그릇의 진심과 가족의 온기, 바람을 닮은 삶의 모습까지―‘오늘N’은 막국수에서 족발, 황토방과 산골까지, 정성과 고집, 치열한 일상과 포근한 쉼터의 이야기를 어루만진다. MBC ‘오늘N’ 2549회는 8월 7일, 정성이 빚어낸 진짜 행복과 잊지 못할 인연의 의미를 다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