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자발 신고 시 징계 면제”...이재명 대통령, 계엄 관련 공직자 보호 지침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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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를 둘러싼 책임 규명을 놓고 정부와 관련 공직자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붙었다. 정부가 먼저 스스로 나서는 공직자에게 징계를 면제하거나 대폭 줄이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추가 진술과 내부 폭로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국무조정실은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 활동 방향을 설명하며 "내란 관련 사안의 은폐를 방지하기 위해 자발적 신고자에 대한 징계 면책·감면 기준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12·3 비상계엄과 연관된 행위에 가담한 공직자라도 먼저 신고하면 징계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2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 발언을 토대로 나왔다. 이 대통령은 당시 "스스로 신고하는 데에 너무 가혹하게 할 필요는 없다"며 "자발적 신고의 경우 책임을 감면하는 방침을 정하라"고 지시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러한 지시를 구체적인 징계 기준으로 옮겼다.

 

국무조정실은 헌법존중TF의 목적이 처벌 강화가 아니라 진상 규명에 있다고 강조했다. 국무조정실은 "TF의 활동이 처벌 자체에 목적을 두기보다 자발적 신고를 통해 은폐된 사실을 밝혀, 비상계엄 선포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정확히 기록해둬야 한다는 취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란 수준의 사안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역사적 기록을 남기겠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TF의 조사에 착수하기 전에 자발적으로 나와 사실을 밝히는 공직자에 대해서는 징계 요구를 생략하기로 했다. 다만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인사상 경미한 조치에 해당하는 주의나 경고 수준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자발 신고를 통해 사실 규명에 기여한 책임은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조사가 이미 시작된 이후라도 상황은 달라진다. 국무조정실은 조사 착수 이후 초기 단계에 적극 협조한 경우, 징계 요구가 불가피하더라도 중징계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면 경징계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감경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징계요구서에는 자발 신고와 조사 협조가 정상참작 사유로 명시돼 징계위원회 심의 때 반영된다.

 

정부는 자발 신고자 보호 방침을 각 부처에 조속히 전달해 조직 내 불안감을 가라앉힌다는 계획도 세웠다. 국무조정실은 "자발적 신고자는 확실히 보호하는 방침"이라며 이 내용을 모든 중앙부처와 산하기관에 신속히 통보할 방침이다. 내부 제보자들이 불이익을 우려해 침묵하는 상황을 막겠다는 취지다.

 

정치권에서는 헌법존중TF의 조사 방향과 범위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당은 내란 수준의 위법 지시와 실행 여부를 끝까지 추적하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과거 정치 보복 논란과 맞물려 과도한 사정 드라이브로 흐르지 않도록 견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TF 조사 과정에서 추가 문건과 지시 라인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 자진 신고가 어느 정도 이뤄지는지가 정국의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각 부처 보고와 TF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으로, 국회도 관련 상임위를 중심으로 비상계엄 관련 통제 장치와 책임 규명 절차를 다음 회기에서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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