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조 조끼 손님 막았다”…롯데백화점 사과로 본 표현의 자유 논란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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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노동조합 조끼를 입은 손님들의 출입을 제지한 사건이 발생하며, 대형 유통업체의 표현의 자유 인식과 고객 응대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련 영상이 퍼지자 롯데백화점은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진화에 나선 상태다.

 

사건은 12월 10일 저녁,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 식당가에서 발생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 8명은 몸자보(노조 조끼)를 착용한 채 식사를 위해 매장으로 들어가려 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 보안요원이 이들의 입장을 가로막고 조끼를 벗을 것을 요구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 '노조 조끼' 손님 제지 논란…"부적절 처사" 사과(사진: X, 엑스 갈무리)
롯데백화점, '노조 조끼' 손님 제지 논란…"부적절 처사" 사과(사진: X, 엑스 갈무리)

당시 보안요원은 조합원들에게 “공공장소에서는 에티켓을 지켜달라”며 조끼 탈의를 요청했다. 조끼에는 현대차 하청기업 이수기업 해고노동자의 복직을 촉구하는 ‘해고는 살인’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조합원들의 항의 상황은 영상으로 촬영돼 온라인에 게시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정치·사회적 표현을 이유로 고객 출입을 막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영상이 확산되자 롯데백화점 측은 12월 13일 자사 홈페이지에 정현석 대표이사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0일 저녁 잠실점에서 몸자보를 착용하고 식사를 위해 매장에 입장하려는 고객들에게 탈의 등을 요청해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부적절한 조치였으며 불쾌감을 느꼈을 고객분들께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재발 방지 방안도 예고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일을 계기로 당사의 고객 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부 지침 수정이나 보안·현장 직원 교육 계획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노동·시민단체는 사과 이후에도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노동·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몸자보를 착용한 채 롯데백화점 잠실점 푸드코트를 찾아 음식과 음료를 주문하는 방식의 항의 행동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노조 조끼를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식당 이용을 막는 것은 부당하다”며 매장 측 태도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논란의 쟁점은 대형 백화점과 같은 민간 시설에서 고객의 복장과 표현을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가에 맞춰지고 있다. 백화점이 ‘에티켓’과 ‘고객 보호’를 이유로 특정 문구가 적힌 옷차림을 제지할 경우, 정치·사회적 의견 표현을 사실상 차단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에서는 “불법 행위나 안전 문제가 아닌 이상, 노조 표현을 이유로 출입을 막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한편 롯데백화점은 추가적인 입장 표명 여부와 관련해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 수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시민단체는 향후 추가 행동과 질의를 예고하고 있어, 민간 상업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 범위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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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잠실점#노조조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