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관성과 자신감 줄 것”…델 창업자 부부, 트럼프 계좌 사각지대 메우는 9조원 기부 파장
현지시각 기준 2일, 미국(USA) 마이클·수전 델 재단은 델 테크놀로지 창립자 마이클 델 부부가 10세 이하 아동의 금융투자계좌 종잣돈 확충을 위해 62억5천만 달러(약 9조2천억원)를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도입된 이른바 ‘트럼프 계좌’ 프로그램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형태로 설계돼 미국 내 아동자산 형성 정책에 직접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출생 연도에 따라 지원 대상이 갈렸던 기존 구조를 민간 재원이 보완하는 첫 대규모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마이클·수전 델 재단에 따르면 델 부부의 기부금은 ‘트럼프 계좌’ 제도를 보완하는 재원으로 사용돼, 지난해 이전에 태어난 10세 이하 아동 2천500만명에게 각각 250달러의 투자자금을 제공하는 데 배분된다. 트럼프 계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 일부로 도입된 제도로, 2024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 사이에 태어나는 신생아에게 과세이연 투자계좌를 개설해주고 미국 행정부가 계좌당 1천달러를 예치하도록 한 정책이다.
정부 재원이 투입되는 이 제도는 2024년 이후 출생 신생아만을 지원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그 이전에 태어난 아동은 초기 자금 지원에서 배제돼 왔다. 이번 기부는 2025년 1월 1일 이전에 태어나 정부의 1천달러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10세 이하 아동에게 1인당 250달러의 초기 투자금을 제공해 제도 도입 시점 차이로 발생한 불균형을 완화하는 효과를 노린다. 이 같은 조치는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출생 시기에 따라 금융자산 형성 기회가 갈렸던 문제에 대한 민간 차원의 대응으로 해석된다.
마이클·수전 델 재단은 성명을 통해 이번 기부로 민간 자금이 트럼프 계좌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며, 정부와 민간이 함께 어린이 금융자산 형성 기반을 넓히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트럼프 계좌가 장기 투자와 복리 효과를 활용해 향후 교육비, 주거비, 창업 자금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구조라며, 어린 시절부터의 투자 경험이 금융 문해력 향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델과 수전 델은 공동 성명에서 “교육과 의료, 금융안정 프로그램을 지원해온 수년간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프로그램은 젊은 미국인들에게 단순한 저축계좌 이상의 것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이어 “이 계좌는 그들에게 관성과 자신감,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하며, 초기 투자가 장기 저축 습관과 자산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드러냈다. 재단은 특히 저소득층 가정의 아동에게 이번 지원이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기부는 최근 미국 사회에서 확대되는 ‘아동자산 계좌’ 논의 흐름과도 맞물린다. 그동안 미국 의회와 각 주 정부는 출생 직후부터 일정 금액을 불입하는 형태의 계좌 설계, 세제 혜택 제공, 민간 매칭 기부 유도 등 정책을 통해 자산 격차 완화를 모색해 왔다. 트럼프 계좌는 연방 차원에서 대규모로 도입된 사례로 꼽히지만, 특정 기간 출생자에만 초점을 맞춘 구조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제기돼 왔다. 델 부부의 기부가 이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하더라도, 제도 보완의 신호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브스는 마이클 델의 재산을 약 1천490억 달러로 추산하며 그가 전 세계 부호 순위에서 10위에 올라 있다고 전했다. 이번 기부 규모는 그의 추정 자산의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액수로, 미국 자선 분야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기부 사례로 주목된다. 미국 주요 매체들은 ‘초부유층이 세제 혜택을 활용해 교육·복지 시스템에 개입하는 최신 모델’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향후 다른 억만장자들의 후속 기부를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두고 미국(USA) 내 자산 불평등과 세대 간 격차에 대한 민간 차원의 대응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있다. 다만 정부 정책과 별도로 진행되는 민간 기부가 장기적으로 공공정책의 책임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계좌에 대한 대규모 민간 기부가 현실화된 만큼, 미국 아동자산 정책이 공공·민간 협력 모델을 중심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