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개인정보 유출 후폭풍…공정위 강제조사 요구 확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플랫폼 규제 강화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온라인 유통과 클라우드 기반 IT 인프라에 의존하는 대형 플랫폼에서 보안 사고가 반복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 기관에 보다 강력한 조사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는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개인정보 관리 체계와 디지털 규제 구조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15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공정위에 압수수색 등 강제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 응답자의 68.4퍼센트가 찬성했다. 반대 응답은 21.7퍼센트,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9.9퍼센트였다. 사실상 국민 10명 중 7명 수준이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권한 강화를 지지한 셈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자체에 대한 평가는 매우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9.1퍼센트가 이번 사안을 심각하다고 인식했으며, 이 가운데 77.6퍼센트는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다. 심각하지 않다고 본 응답은 8.1퍼센트에 그쳐, 대형 플랫폼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사고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크게 훼손된 양상이다.
쿠팡의 사후 대응과 지배구조를 둘러싼 불신도 심상치 않다. 개인정보 유출 사실 공개 전 핵심 임원들이 보유 주식을 매각한 정황과 관련해, 의혹 해소를 위해 정부나 수사기관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81.7퍼센트에 달했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내부정보 활용, 이해상충 문제까지 규제 논의의 범위가 확장되는 모습이다.
쿠팡이 미국 법인을 앞세워 국내 규제를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에 대해 동의한다는 응답은 74.1퍼센트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상장을 선택한 플랫폼 기업들의 국적 논란과 규제 관할 문제, 국외 법인 구조를 이용한 책임 회피 우려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 거버넌스를 어느 국가 법체계로 규율할지에 대한 논의가 더욱 필요해졌다는 평가다.
회원 탈퇴 절차에 대한 불만도 여론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PC 환경에서만 가능하고 총 7단계를 거쳐야 하는 탈퇴 프로세스에 대해 응답자의 64.0퍼센트는 의도적으로 탈퇴를 어렵게 만든 것 같다고 답했다. 보안과 안전을 위한 정당한 절차라는 응답은 14.5퍼센트, 복잡하지만 의도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응답은 10.3퍼센트에 머물렀다. 플랫폼 이용자 관점에서의 데이터 자기결정권과 탈퇴권 보장 문제가 다시 부각되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정치권과 국회의 대응에 대한 불신도 겹쳤다. 지난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쿠팡 개인정보 유출 관련 청문회를 개최했지만, 창업주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을 포함한 핵심 증인들이 출석하지 않아 구체적 경위와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맹탕 청문회로 그치며 부정적 여론을 더 키웠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여론 흐름이 개인정보보호법과 전자상거래법, 공정거래법 등 기존 제도만으로는 대형 플랫폼의 데이터 보안 리스크와 시장 지배력 문제를 동시에 다루기 어렵다는 인식을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이 단순 보안 사고를 넘어 소비자 피해, 시장 왜곡, 알고리즘 추천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정위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 역할 조정과 권한 배분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유럽연합의 디지털서비스법과 디지털시장법, 인공지능법 등으로 플랫폼의 데이터 보호와 시장 지배력 통제를 동시에 강화하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연방거래위원회가 대형 IT기업의 개인정보 활용과 소비자 기만 행위에 대해 고강도 제재를 이어가는 중이다. 글로벌 규제 흐름 속에서 한국도 공정위의 강제조사권 부여 여부, 플랫폼 책임 범위 명확화 등 제도 개편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 사태가 디지털 플랫폼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로 이어질 경우, 데이터 보안 투자가 확대되는 한편 신사업 추진과 글로벌 확장 전략에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와 이용자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 플랫폼 비즈니스는 성장에 한계가 뚜렷해진다는 점에서, 기업 스스로 보안 거버넌스와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산업계와 규제 당국이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에 따라 전자상거래와 디지털 플랫폼 산업의 성장 궤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신뢰 회복과 투명한 책임 구조 정립, 그리고 이용자 권리 보호와 혁신 촉진 사이에서 제도 설계가 향후 디지털 경제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