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V로 망막질환 공략"…이엔셀, 특허 확보로 유전자치료 가속
AAV 기반 유전자 전달 기술이 희귀 안과질환 치료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 이엔셀이 유전성 망막질환을 겨냥한 자체 AAV 플랫폼으로 특허를 확보하면서, 차세대 유전자치료제 개발과 글로벌 CDMO 시장 진입의 분기점이 될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마땅한 근본 치료 옵션이 부족한 영역인 만큼,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기술·시장 파급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엔셀은 유전성 망막색소변성 치료를 목표로 한 AAV 기반 플랫폼 기술이 국내 특허청에 정식 등록됐다고 9일 밝혔다. 이번 특허는 특정 후보물질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망막 유전자치료제에 공통으로 적용 가능한 벡터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회사 측은 유전자치료제 상업화에 필수적인 핵심 생산 기술까지 포함한 기반 자산을 선점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등록된 기술의 핵심은 광수용체 세포에 선택적으로 유전자를 전달하도록 설계된 AAV 벡터다. AAV는 병원성이 낮고 체내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전자를 운반하는 바이러스로, 현재 유전자치료제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전달체다. 이엔셀 플랫폼은 이러한 AAV의 캡시드 구조와 유전자 발현 조절 요소를 최적화해, 안구 조직에서의 전달 효율과 발현 강도를 높인 설계가 특징으로 알려졌다. 특히 망막조직 내에서도 빛을 감지하는 광수용체를 우선 표적해 치료 유전자의 도달 정확도를 기존 방식보다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유전성 망막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1300명에서 2000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희귀질환군으로, 가장 흔한 형태인 망막색소변성증은 3000명에서 5000명 중 1명 수준으로 보고된다. 광수용체와 망막색소상피세포가 점진적으로 손상되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야맹증이 심해지다 결국 실명에 이를 수 있다. 현재까지 진행을 근본적으로 멈추거나 되돌리는 표준 치료제가 부족해, 유전자 결함 자체를 교정하거나 기능을 보완하는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의료 수요가 높은 영역이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AAV가 가진 조직 특이도와 생산 공정상의 한계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인 AAV 유전자치료제는 전신 투여 시 간 등 다른 장기에 먼저 축적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엔셀은 안구 내 투여를 전제로 광수용체 표적성을 높이고 발현량을 세밀하게 조정함으로써, 낮은 용량으로도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 위험을 줄이려는 설계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동일 용량 대비 치료 유전자 전달 효율을 높여 생산 비용과 투약 부담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구조로 이어진다.
시장 측면에서 유전성 망막질환은 대상 환자 수는 적지만, 실명 위험과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해 고가 치료제도 채택될 여지가 큰 분야다. 이미 해외에서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 한 망막 유전자치료제가 등장해 수억 원대 가격에도 사용 사례를 늘리고 있다. 이엔셀의 플랫폼은 개별 유전자 변이별로 다른 카세트만 탑재하면 동일 벡터 골격을 활용할 수 있는 형태에 가깝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다양한 서브타입 망막질환에 대한 파이프라인 포트폴리오 확장에 유리한 구조로 평가된다.
CDMO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전략적 의미가 크다. 글로벌 제약사를 중심으로 차세대 AAV 기반 유전자치료제 파이프라인이 확대되면서 고품질 AAV 생산 역량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AAV 유전자치료제는 세포주 개발, 대량 배양, 정제, 품질 분석 등 공정 전 과정에서 고난도 기술이 요구돼 생산 병목이 빈번하다. 이엔셀은 벡터 설계부터 생산 플랫폼까지 연계된 특허를 확보함으로써, 파트너사에 후보물질 개발과 함께 공정 최적화까지 제공하는 풀 서비스 CDMO 모델을 지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안과 유전자치료 기술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선도 기업들은 AAV 캡시드 라이브러리 확장과 망막 투여 방식 다변화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일부는 전임상 단계에서 더 높은 광수용체 선택성이나 장기 발현을 앞세운 차세대 벡터를 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망막 유전질환을 정면 겨냥한 AAV 플랫폼 특허 등록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엔셀이 중장기적으로 기술 라이선스 아웃이나 공동개발 파트너십을 모색할 여지도 거론된다.
규제 측면에서는 각국 허가당국이 안과 유전자치료제에 대해 안전성 검증과 장기 추적 관찰을 강조하고 있다. 유전자를 직접 도입하는 치료 특성상, 표적 외 조직으로의 확산 여부와 발현 기간, 재투여 시 면역반응 가능성 등 다수의 변수에 대한 데이터를 요구하는 흐름이다. 이엔셀이 플랫폼 기술 단계에서부터 안구 조직 특이성과 발현 조절을 설계에 반영한 만큼, 전임상과 임상 개발 과정에서 규제기관과의 사전 협의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상용화 일정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엔셀 관계자는 특허 등록을 통해 유전자치료제 분야의 기술적 진입장벽을 확보했다고 강조하며, 급성장하는 글로벌 AAV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개발과 CDMO 양축에서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산업계는 이 플랫폼이 실제 후보물질과 임상 개발 단계로 이어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국내 안과 유전자치료 생태계 형성의 촉매가 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