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이어 나라 지켜"…국가보훈부, 명예로운 보훈가족 14명 장관 표창
국가를 위해 세대를 이어 헌신해 온 보훈가족과 국가보훈부가 다시 마주했다. 독립전쟁과 6·25전쟁, 그리고 현재의 국방·치안·소방 현장을 관통하는 가족사가 한자리에 모이면서, 한국 사회의 안보와 희생의 기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2일 국가를 위해 대를 이어 봉사해 온 명예로운 보훈가족 14명에게 박민식 장관 명의의 표창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표창 수여식은 이날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리며, 수여식과 함께 명예로운 보훈가족 초청 감사 행사가 진행된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수상자 가운데 해병대교육훈련단 최문길 상사와 서울 종로소방서 이호근 소방경은 선대에 독립유공자와 국가유공자가 모두 있는 보훈가족으로 선정됐다. 군과 소방 분야에서 현역으로 근무하는 이들은 조부모 세대의 항일 운동과 국가 수호 정신을 오늘날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해군 군수사령부 김승구 중령과 공군 제39정찰비행단 김훈영 원사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으로, 현재 각 군에서 핵심 보직을 맡아 근무 중이다. 독립운동의 유산을 이어받은 후손들이 현대 군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어, 보훈과 안보의 세대 계승이라는 상징성이 부각됐다.
6·25전쟁 참전유공자의 후손도 포함됐다. 육군 화생방학교 조정남 대령은 조부와 조모가 모두 6·25참전유공자다. 그는 군 내에서 특수 분야인 화생방 방호와 교육을 담당하고 있어, 전쟁 세대의 희생을 기반으로 한 안보 역량 강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육군 제1군수지원사령부 이승훈 상사는 조부와 부친이 모두 국가유공자로 등록된 가정 출신이다. 군수지원 분야에서 근무하는 그는 전방과 후방을 잇는 보급과 지원 체계의 핵심 인력으로 꼽힌다. 군 안팎에서는 전투 현장을 뒷받침하는 보급·정비 분야에서도 보훈 정신이 이어지고 있다는 상징적 사례로 본다.
공군 제19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 소속 김찬휘 대위는 부친이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중 임무 수행 도중 순직한 유족이다. 그는 현재 공군 기지 내 군사경찰로 복무하며 군 기지 경계와 질서 유지 업무를 맡고 있어, 부친의 공직 정신을 군 조직에서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찰 조직 내 3대에 걸친 공직 가문도 표창 명단에 올랐다. 대구경찰청 이은정 경감은 조부와 부친, 본인까지 3대가 모두 경찰관으로 근무해 온 가족 배경을 갖고 있다. 현직 형사·지방청 간부급 경찰관으로 활동 중인 그는 치안 현장에서 축적된 가족의 경험과 사명을 토대로 지역 사회 안전에 기여해 왔다고 평가된다.
국가보훈부는 이들 외에도 각기 다른 직역에서 보훈 정신을 실천해 온 가족 구성원들을 선정해 총 14명을 명예로운 보훈가족으로 표창했다. 선정 기준에는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의 공헌, 자녀 세대의 공직 및 사회 공헌 활동, 그리고 보훈 인식 확산 기여 여부 등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수여식에 대해 국가유공자의 희생을 기리고, 그 후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하고 있는 공헌을 사회적으로 조명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훈이 과거의 기억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국방·치안·재난 대응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하는 취지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보훈 정책과 국가유공자 예우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예산 편성 과정에서 국가유공자 지원과 보훈 의료·복지 인프라 확충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으며, 전쟁 세대의 고령화와 함께 후손 지원의 방향을 둘러싼 논쟁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세대 간 보훈 계승 사례를 부각한 이날 행사가 향후 정책 논의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가보훈부는 명예로운 보훈가족 발굴과 예우를 정례화하고, 기념식과 간담회, 교육 프로그램 등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향후 국회와 협의해 보훈 가족 지원 제도 개선과 예산 확대를 논의할 예정이며, 국회는 관련 상임위를 중심으로 보훈 정책 전반에 대한 점검과 입법 보완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