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펜의 혁명가들이 있었다”…국회 홍범도아카데미 포럼, 고려인 언론 독립정신 부각

신민재 기자
입력

독립운동가 후예와 정치권이 고려인 언론을 둘러싼 역사의식과 책임을 놓고 맞붙었다. 조국 독립을 위한 고려인 언론인의 활동과 계승 문제가 다시 조명되며, 국회 차원의 재평가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분단과 냉전의 그늘 아래 조명 받지 못했던 역사적 공헌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하면, 서훈과 역사인식 확대 논의는 한국 정치의 고착 구조를 흔들 계기가 될 전망이다.

 

2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제2회 홍범도아카데미 포럼'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박홍근 국회의원, 대한고려인협회 정영순 회장 등 정치권과 단체 인사, 학계가 대거 참석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독립운동가 출신 고려인 언론인들'로, 일제강점기 러시아 연해주 '선봉'에서 카자흐스탄의 '레닌 기치', 그리고 현대의 '고려일보'로 이어진 언론의 항일 역사를 집중 조명했다.

주제 강연은 러시아어권 고려인 연구자 신 드미트리 블라디미로비치가 맡았다. 신 연구자는 "1920년대 러시아 연해주에서 '선봉'이 창간돼, 1937년 강제 이주 후에는 카자흐스탄의 '레닌 기치', 그리고 오늘날 '고려일보'로 계승됐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와 직원 22명이 독립운동에 투신했으나, 10명만이 정부 서훈을 받았다"며, 역사적 평가의 미흡함을 짚었다.

 

그는 또 "'레닌 기치' 언론인들은 단순한 기자가 아니라 조국 독립과 사회 각성을 위해 싸운 '펜의 혁명가'였다"고 전했다. 신 연구자는 "고려인 언론은 민족의식을 전달하고 저항정신을 지킨 정신적 요새였다"며 언론의 역사사회적 의미를 강조했다. 오랜 기간 사회주의권 독립운동가 업적이 주목받지 못한 배경으로는 "냉전과 분단의 영향 탓"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참여정부의 전향적 정책 덕분에 뒤늦게나마 10명에 대한 서훈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포럼에 참석한 반병률 홍범도아카데미 원장(한국외대 명예교수)은 "남북 분단과 냉전을 거치며 구소련 지역 항일운동가들이 제대로 발굴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포럼이 미발굴 독립운동가 재조명과 서훈 확대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영순 대한고려인협회 회장은 "고려인 사회는 한국 근현대사의 일부이자 독립운동의 맥을 잇는 공동체"라며 "이들의 업적 발굴 및 기록은 대한민국이 반드시 감당해야 할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포럼을 통해 새롭게 확인된 독립운동가들이 조국에서 정당하게 인정받기를 바란다"며 역사적 책임을 재차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지금까지 서훈·재평가 논의가 소홀했던 데 대한 비판과 함께, 고려인 독립운동사 연구가 공식화되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포럼은 한국과 독립국가연합(CIS) 학계 교류 촉진 효과도 거뒀다. 홍범도 아카데미는 향후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남아 있는 미발굴 항일운동가 자료 조사 사업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신민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고려인언론#국회홍범도아카데미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