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투자, 수익 못 따라갈 수도”…오라클發 우려에 뉴욕 기술주 약세·다우는 상승
11일(현지시각)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오라클의 실망스러운 실적과 공격적인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계획이 부담으로 부각되며 기술주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다우지수는 상승세로 장을 출발했다. 이번 움직임은 연방준비제도(Fed)의 비둘기파적 금리 인하 기조와 맞물리며 미국 증시 전반의 방향성을 둘러싼 경계와 기대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이날 오전 10시 21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30.36포인트(0.69%) 오른 4만8,388.11을 기록했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9.56포인트(0.28%) 내린 6,867.12,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종합지수는 177.04포인트(0.75%) 하락한 2만3,477.12에 거래되며 혼조 양상을 나타냈다.

시장의 시선을 끈 것은 오라클이다. 오라클 주가는 전날 장 마감 이후 발표된 2026 회계연도 2분기(9~11월) 실적과 대규모 투자 계획에 대한 부담으로 12% 넘게 급락했다. 오라클은 2분기 매출이 160억6천만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 162억1천만달러에 못 미쳤다고 밝혔다. 동시에 2026 회계연도 자본지출 전망을 약 500억달러로 제시하며 기존 전망 대비 150억달러 상향했고, 이 중 상당 부분이 AI 인프라 구축 등으로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은 오라클이 AI 인프라와 관련해 자본지출을 빠르게 확대하는 데 비해 수익 창출 속도가 뒤따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경계감은 오라클 개별 기업을 넘어 AI 관련 기술주 전반으로 번졌다. 대표적인 AI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주가는 각각 3.33%, 3.67% 하락하며 약세를 나타냈다.
업종별로는 기술, 통신, 에너지 섹터가 하락세를 보인 반면,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은 상승 흐름을 유지했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경쟁이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대형 기술주들의 자본지출 확대가 수익성과 밸류에이션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주목하고 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헬스케어·소프트웨어 종목이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 일라이릴리 주가는 차세대 비만치료제 ‘레타트루타이드’가 임상시험에서 지금까지 보고된 것 중 가장 큰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고 무릎 관절염 통증 완화 효과도 확인됐다는 소식에 약 2% 상승했다. 어도비는 AI 관련 사업 확장을 통해 내년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1% 넘게 올랐다.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나이 스페이스’는 미국 예측시장 라이선스를 취득했다는 소식에 13% 이상 급등했다.
지수 하락 폭이 제한된 데에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완화적 정책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은 올해 마지막 회의인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견에서 FOMC 위원 어느 누구도 향후 금리 인상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현재 정책금리 수준을 중립금리 범위 내 상단에 위치한 수준으로 평가하면서 향후 추가 인하 여지도 열어뒀다. 이런 발언은 미국 금융시장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미국 노동시장 지표는 둔화 조짐을 드러냈다. 미국 노동부는 6일로 끝난 한 주 신규 실업보험 청구 건수가 계절조정 기준 23만6천 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 22만 건을 상회하는 수준이며, 직전 주보다 4만4천 건 증가했다. 고용 지표가 약화되는 모습은 연준의 완화적 스탠스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경기 둔화 우려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역 지표에서는 적자 폭이 눈에 띄게 축소됐다. 미국 상무부는 9월 미국 무역수지 적자가 528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9월 무역적자는 전달 593억달러보다 64억달러(10.9%) 줄어든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영향을 반영한 상품수지 적자는 790억달러로 전월 대비 71억달러(8.2%) 축소되며 2020년 10월(-776억달러) 이후 가장 작은 규모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수입 둔화와 수출 흐름 변화를 동시에 반영한 결과로 보고 향후 성장률과 기업 실적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고 있다.
아트 호건 비라일리웰스 수석 시장전략가는 오라클 주가 움직임과 관련해 오라클이 변동성의 상징이 돼 왔으며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라클의 지출 확대는 독립적인 이슈이고 자본지출의 일부는 아직 불투명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메가캡(대형 성장) 기술주들이 오라클 여파로 주가 조정을 받을 경우 투자자에게는 중장기 관점에서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AI 투자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을 키우지만, 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유럽(Europe) 주요 증시는 이날 동반 상승했다. 유로존 대표 지수인 ‘유로스톡스50지수’는 전장 대비 1.01% 오른 5,765.62에서 거래되고 있다. 프랑스(France) ‘CAC40지수’와 독일(Germany) ‘DAX지수’는 각각 0.76%, 0.61% 상승했고, 영국(UK) ‘FTSE100지수’ 역시 0.44% 올랐다. 완화적 미국 통화정책 기조와 미국 무역 적자 축소가 유럽 증시에 일부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국제 유가는 공급과 수요 전망을 둘러싼 경계 속에서 하락했다. 같은 시각 2026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근월물 가격은 전장보다 1.85% 떨어진 배럴당 57.38달러에 거래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산유국 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며 원유 선물 가격을 압박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AI 인프라 투자를 둘러싼 기술주의 조정과 연준의 완화적 스탠스가 당분간 미국 증시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실적 발표 시즌에서 대형 기술주들이 투자 확대와 수익성 사이 균형을 어떻게 제시할지에 따라 글로벌 증시의 방향성이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사회와 금융시장은 이번 흐름이 실물 경기와 자산 가격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