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PER 3배에 상한가…하림지주, 양재동 개발 기대에 자산가치 재평가 조짐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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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지주 주가가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 기대와 지주사 저평가 인식이 맞물리며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11일 오후 장중 상한가에 안착하며 거래를 이어가자, 자산가치 재평가 가능성과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가 맞물려 향후 주가 흐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재동 부지 개발이 본격화할 경우 그룹 전체 현금흐름과 밸류에이션 구조에 변곡점을 줄 수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일 오후 12시 48분 기준 하림지주는 전 거래일 대비 29.99퍼센트 급등한 11,530원에 거래되며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이날 주가는 9,480원으로 출발한 뒤 장 초반부터 거래량이 급증하며 수직 상승했고, 오전 중 곧바로 상한가에 올라섰다. 지난 10월 말 7,000원대 초반에 머물던 주가와 비교하면 불과 한 달 반 만에 60퍼센트 가까이 뛰어오른 수준이다. 그동안 이어졌던 박스권 상단을 강하게 돌파한 데다 상한가 매수 잔량이 쌓이며 매도 물량을 압도하는 모습이다.

[분석] PER 3배는 너무 싸다… 하림지주, 양재동 개발 잭팟에 상한가 문 닫았다
[분석] PER 3배는 너무 싸다… 하림지주, 양재동 개발 잭팟에 상한가 문 닫았다

급등 배경에는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하림그룹의 숙원 사업으로 꼽혀온 양재동 프로젝트가 인허가 절차 등에서 가시적인 진전을 보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00퍼센트 자회사 하림산업이 보유한 서울 서초구 양재동 부지가 물류와 주거, 업무 시설이 결합된 대형 복합단지로 개발될 경우, 하림지주의 연결 자산가치가 크게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개발이 현실화되면 단기 호재를 넘어 그룹 전체의 현금창출 구조를 바꾸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수급 측면에서는 뚜렷한 손바뀜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가 차익 실현 성격의 매물을 내놓는 사이, 기관과 개인 투자자가 이를 받아내는 구조가 형성됐다. 특히 이날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개인 비중이 높은 증권사 창구가 매수 상위를 차지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추격 매수가 강하게 유입되고 있다. 외국인 보유율이 9퍼센트대 초반까지 낮아진 가운데, 국내 자금 중심의 강한 유동성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개인 수급 주도 장세가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하림지주의 저평가 매력도 부각되고 있다. 현재 하림지주의 PBR은 0.28배 수준으로, 보유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크게 낮게 형성돼 있다. 음식료 및 지주사 업종 전반과 비교해도 하위권에 속하는 수준으로, 시가총액 기준 코스닥 62위, 상장주식수 1억1,200만 주에 이르는 중형주임에도 자산가치 대비 할인 폭이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수치가 청산가치 관점에서 하방을 어느 정도 방어해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적 전망을 감안한 지표를 보면 저평가 인식은 더 짙어진다. 증권가 추정에 따르면 하림지주의 2025년 예상 영업이익은 9,330억 원으로 올해보다 약 21퍼센트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선행 PER은 3.36배 수준으로, 올해 예상 PER 23.1배와 비교해 크게 낮아진 수치다. 내년 실적이 개선될 경우 현재 주가 수준은 실적 성장률을 감안한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구간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25년 지배주주 귀속 순이익 역시 큰 폭의 개선이 예측되며 주가 재평가 기대를 키우는 대목이다.

 

정책 환경과 지주사 전반에 대한 관심 증대도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상법 개정안 논의 등으로 저PBR 지주사에 대한 재평가 기대가 커진 가운데, 하림지주가 보유한 팬오션, 제일사료 등 핵심 자회사의 가치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해운 부문(팬오션)과 사료 부문이 안정적인 현금창출원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양재동 개발 사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추가되며 단순 가치주를 넘어 성장주로 재분류하려는 시도가 시장에서 감지되고 있다.

 

다만 단기간 급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대목으로 꼽힌다. 양재동 개발 사업은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향후 금리 수준, 부동산 경기 흐름, 인허가 일정 등에 따라 사업 속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과거 경영 승계 과정과 관련된 논란,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관련 소송 등 지배구조 이슈가 간헐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점도 투자 심리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하림지주의 중장기 흐름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PBR 0.3배 미만의 극단적 저평가 구간에서 개발 모멘텀이 불거진 만큼 주가 복원력이 커질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상한가 안착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을 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내년 실적 개선이 확인되면 우상향 기조가 이어질 여지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단기 투자 전략으로 11,530원 상한가 유지 여부를 1차 분수령으로 바라보고 있다. 상한가가 해제되지 않은 채 마감하면 다음 거래일 추가적인 갭상승 가능성이 거론되고, 이 경우 과거 밸류에이션 상단까지 목표주가를 열어두는 시각도 있다. 반대로 대량 거래를 동반한 상한가 붕괴 시에는 단기 조정 가능성에 대비해 10,500원 안팎을 단기 지지선으로 삼는 리스크 관리 전략이 제시된다. 양재동 개발 재료와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가 맞물린 가운데, 하림지주가 낮은 PBR 굴레를 벗어나 구조적 재평가에 성공할 수 있을지 향후 증시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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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지주#하림산업#양재동도시첨단물류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