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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우주 읽는다”…천문연·경희대, 탐사공동연구로 기술경쟁 노린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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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데이터 기반 우주탐사 기술이 국내 연구 생태계를 재편하는 촉매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과 경희대학교가 우주탐사와 우주과학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탐사 임무 설계부터 AI 분석까지 포괄하는 학연 협력 체계를 연다고 밝힌 것이다. 우주산업이 과학기술과 데이터 산업이 결합된 전략 영역으로 부상한 가운데, 두 기관의 협력은 국내 우주과학 연구 경쟁의 분기점으로 해석된다.

 

한국천문연구원은 5일 경희대학교와 천문학, 우주과학, 우주탐사 전 분야에 걸친 포괄적 협력을 골자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협약에는 공동 연구 수행뿐 아니라 연구 인력 교류, 탐사 관련 기술 개발, 관측 및 임무 데이터의 공동 활용, 인공지능 기반 우주과학 연구 추진 등이 핵심 내용으로 담겼다.

양 기관은 특히 우주탐사 임무 설계와 AI 기반 데이터 분석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우주과학 탐구 영역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달·소행성·행성권 탐사 임무의 궤적과 탑재체 구성 기획, 관측 데이터 자동 분류와 이상징후 탐지, 방대한 천문 데이터에서 과학적 패턴을 추출하는 알고리즘 연구 등이 공동 과제로 거론된다. 협약 이후에는 공동 연구를 지원할 실무 협의체를 구성하고, 대학과 연구소 간 연구자 순환과 학생 참여형 프로젝트를 확대해 장기적인 인력 양성 체계도 마련한다.

 

이번 협력의 또 다른 축은 경희대학교가 구축한 우주탐사 교육·연구 인프라다. 경희대는 8월 우주탐사학과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대학기초연구소 지원사업 G_LAMP에 선정되면서, 우주탐사 전담 기초연구소 역할을 맡게 됐다. 이를 토대로 우주공학과 행성과학, 태양권물리, 천체물리, 우주생물학 등 세부 전공이 한데 모이는 융합 구조의 미래우주탐사연구원을 신설 개편해 운영 중이다.

 

경희대는 미래우주탐사연구원을 중심으로 기초과학 연구와 공학적 임무 설계, 생명과학적 우주환경 연구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천문연이 보유한 관측 인프라와 우주환경 데이터, 궤도역학 및 임무 분석 역량이 결합될 경우, 탐사 후보지 선정과 과학목표 설계 단계에서부터 정밀한 시뮬레이션과 예측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번 협약은 글로벌 우주탐사 흐름과도 맞물린다. 미국과 유럽 주요 연구기관은 이미 위성 및 탐사선 운용에 인공지능을 도입해 자율 항법, 탑재체 운용 최적화, 데이터 전처리 자동화 등을 진행 중이다. 한정된 전력과 통신 자원을 가진 우주 임무 특성상, AI를 활용해 우선순위가 높은 관측 대상을 선별하고 데이터를 압축 전송하는 기술이 탐사 효율을 크게 좌우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천문연과 대학의 협력 모델이 자리 잡을 경우, 향후 달 궤도선 후속 임무나 소형 위성 군집 프로젝트에서 자체 AI 기반 운용기술을 적용할 여지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주탐사 데이터는 빅데이터와 디지털트윈, 기후·재난 예측 등 다양한 IT·바이오 융합 영역과 연결된다. 태양활동과 우주방사선 데이터는 항공·위성 통신 안전과 우주방사선 의학 연구에 활용될 수 있고, 행성 환경 데이터는 향후 우주생물학과 원격 의료, 폐쇄 생태계 기반 바이오 실험 설계에 기초 정보를 제공한다. 천문연과 경희대의 AI 기반 분석 협력은 이런 융합 연구의 데이터 기반을 강화하는 역할도 수행할 전망이다.

 

연구·인력 양성 차원에서 보면, 협약은 국내 우주 R&D 인력 수급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우주탐사학과와 미래우주탐사연구원에서 배출되는 인력이 천문연과 같은 국가 연구기관의 프로젝트에 조기에 참여할 경우, 기획·설계·운용 전 과정을 경험한 연구자 풀이 확대돼 산업계와 정책 분야로의 확산도 기대된다. 특히 AI와 데이터 과학 역량을 겸비한 우주과학 인력은 글로벌 우주기업과 연구기관이 동시에 확보에 나선 전략 인재군으로 꼽힌다.

 

박장현 한국천문연구원 원장은 천문 우주과학의 개방성과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천문 우주과학은 본질적으로 개방형 학문이며 공동 연구가 절실한 분야라며, 경희대를 비롯한 천문 우주과학 전공 대학들과의 학연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두 기관의 협력이 실제 우주탐사 프로젝트와 상용 기술로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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