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공동 생산 검토”…日 혼다·닛산·미쓰비시, 관세 압박 속 공급망 재편 가속
현지시각 기준 3일, 일본(Tokyo, Japan) 완성차 업체 미쓰비시자동차, 혼다, 닛산자동차가 미국(USA)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서 자동차를 공동 생산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구상은 북미 시장에서의 비용 절감과 관세 부담 완화를 노리는 동시에, 일본 자동차 업계의 공급망 재편을 촉진할 움직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토 다카오 미쓰비시자동차 사장은 3일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생산 전략과 관련해 “현지에서 공동 생산 등 닛산, 혼다와 협업 검토를 착실히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동 생산과 관련한 구체적인 안을 내년 봄 이전에 발표할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지만, 어느 공장에서 어떤 차종을 생산할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아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쓰비시와 닛산의 기존 제휴 관계를 감안할 때 닛산의 미국 공장을 공동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두 회사는 이미 지난 5월 닛산 북미 공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함께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3사 논의는 기존 양자 협력 구도의 연장선에서 한 단계 확장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닛산은 미국 미시시피주와 테네시주에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나, 실적 부진과 경영 난조 영향으로 공장 가동률이 낮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닛산 입장에서는 남는 생산 능력을 미쓰비시와의 공동 생산에 돌려 설비 효율을 높이고 고정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를 닛산의 중장기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요한 카드로 보고 있다.
반면 미쓰비시는 현재 미국 내 자체 생산 거점을 두고 있지 않아, 일본에서 생산한 차량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 강화된 관세 정책은 미쓰비시에 직접적인 비용 압박으로 작용했고, 그 여파로 회사는 올해 4∼9월 북미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회피와 물류비 절감을 위해서도 미국 현지 생산으로의 전환 필요성이 커졌고, 이번 공동 생산 검토가 촉발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혼다는 미국 내에서 5개 공장을 가동 중이며, 전체 가동률이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다른 회사 차량을 위탁 생산할 여유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혼다가 생산 설비 제공보다는 기술·개발 협력, 특정 차종 플랫폼 공동 활용 등 비(非)설비 중심의 협업 형태를 택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혼다, 닛산, 미쓰비시 3사가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기록한 판매 점유율 합계가 15%를 넘어 도요타자동차의 북미 점유율을 상회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고관세 정책 등으로 사업 구조 개혁과 비용 축소가 시급해진 가운데, 3사가 공동 생산과 협업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가토 사장은 혼다와 닛산이 북미에서 자동차 공동 개발을 검토 중인 움직임에 대해 “협력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며, 생산뿐 아니라 개발 단계에서도 3사 간 연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혼다, 닛산과의 협업 논의가 미국 시장에 한정되지 않고 다른 지역에서도 동시에 검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쓰비시는 닛산과 함께 필리핀과 오세아니아 등에서 생산과 판매 전반에 걸친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 이에 따라 북미 외 신흥 시장에서도 3사 공조 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자동차 업계 안팎에서는 각국 규제 강화와 전기차 전환 가속으로 개발·생산 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다자간 제휴를 통한 리스크 분산과 원가 절감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쓰비시는 지난해 8월, 혼다와 닛산이 체결한 포괄적 협업 협의에 신규 참여하면서 3사 협력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 회사는 전기차 전환, 환경 및 안전 규제 대응, 원가 절감 등 구조 변화에 공동 대처하면서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닛산은 현재 미쓰비시자동차 지분 27%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지배 관계를 바탕으로 중장기 협력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닛산 측은 보유 중인 미쓰비시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지분 처분 가능성과 지배 구조 변동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번 3사 협력 움직임이 미국 관세 부담 완화를 넘어 북미 생산 거점 재편과 공급망 조정에 영향을 줄 변수로 평가된다. 투자자들은 내년 봄으로 예상되는 공동 생산 계획 발표와 이후 북미 판매 전략 변화에 따라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비용 구조와 수익성이 어떻게 재편될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보호무역 기조와 관세 정책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생산 지형을 어떻게 바꾸어 갈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