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건희와 원만한 관계 도움 기대”…통일교 윤영호, 금품 제공 혐의 재차 부인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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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관련 청탁과 함께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명품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검찰이 법정에서 정면 충돌했다. 통일교 교단 현안 해결을 위한 금품 제공인지, 업무상 횡령과 불법 청탁인지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정치권 파장도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우인성 부장판사는 4일 업무상 횡령,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 전 본부장에 대한 속행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오는 10일 변론을 종결하기로 하면서 심리를 마무리 단계로 넘겼다.

재판부는 당초 이날 결심 공판을 통해 심리를 끝낼 계획이었지만, 검찰이 새로 제출한 녹취서에 대한 검토 시간을 요청한 변호인단 의견을 받아들여 결심 일정을 미뤘다. 이에 따라 10일 추가 공판에서 양측의 최종 변론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통일교 관계자 등 증인 신문과 함께 윤 전 본부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이어졌다.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 한학자 총재의 최측근으로,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지내며 교단 소유 자금 집행을 결정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윤 전 본부장은 김 여사에게 샤넬 가방과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전달하려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통일교 교단 자금을 유용해 개인적 이득을 취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은 거듭 부인했다. 그는 법정에서 "개인적인 이득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며 "영부인과 원만한 관계로 통일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고 진술했다.

 

또 윤 전 본부장은 한학자 총재의 지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선물을 건넸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선물 제공의 목적이 통일교의 발전과 교단 현안 해결에 있었다며, "총재의 방침에 따라 관계를 관리하는 차원의 활동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교단 자금을 빼돌렸다는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교단을 위한 집행인 만큼 횡령이 성립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검찰은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모 씨를 매개로 김 여사 측에 여러 차례 명품 가방과 고가 목걸이 등 금품을 전달했다고 보고 있다. 수사 결과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개발사업 지원, 통일교의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 통일교 교단의 주요 현안을 성사하기 위해 금품을 제공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윤 전 본부장은 청탁의 범위와 성격을 축소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그는 금품 제공 행위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겨냥한 편향적 로비라는 시각을 부인했다. 특히 2022년 통일교 행사 한반도 평화서밋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의 면담을 주선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정치적 편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본부장은 "국민의힘 후보만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후보에도 여러 차례 어프로치했다"며 "양쪽에 어프로치 하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교 한 간부가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측으로 접근하려 했었다는 내용의 녹취록도 존재한다고 언급하며, 통일교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접촉을 시도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서 행사했던 자금 집행 권한과, 해당 자금이 실제로 교단의 이익을 위한 집행이었는지 아니면 특정 개인 또는 세력에 대한 부정 청탁 대가였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제출한 녹취록과 관련 증언은 향후 양형 판단에서도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배우자와 통일교 간 접점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만큼, 향후 판결 결과에 따라 여야 공방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재판은 윤 전 본부장의 형사 책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김 여사와 여권 핵심 인사들에 대한 직접 법적 책임 문제와는 별개로 판단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변론이 오는 10일 종결되면 재판부가 관련 증거와 피고인 진술을 종합해 선고 기일을 지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과 종교계는 통일교와 대통령실 주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재판 선고 이후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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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김건희#통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