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1년 넘은 청소노동자 갈등 해결을"…울산 동구 정치권, 정당 구도 뛰어넘어 압박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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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 울산과학대학교 청소노동자 장기 농성 문제를 둘러싸고 지역 정가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11년 넘게 이어진 갈등에 국회와 정당, 지방 정치권이 잇따라 개입하면서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이슈 주도권 경쟁 구도까지 포착되고 있다.

 

국민의힘과 노동당, 정의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소속 울산 동구 지역 정치인 17명과 주민단체 15곳은 17일 오후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장기 농성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진보 정당 중심의 회견에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 구의원들이 이름을 올리면서 지역 정치 지형에도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장기화된 갈등이 노동자 생계와 안전, 학생들의 학습 환경, 지역 주민들의 생활 환경 등 여러 면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사자들은 이런 영향을 인식하고 실질적 대안을 갖고 대화와 교섭을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갈등이 노사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 셈이다.

 

울산과학대 동부캠퍼스 정문 앞 청소노동자 농성은 2014년 6월 임금 인상과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하며 시작됐다. 노조와 학교 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농성은 11년을 넘겼고, 울산 동구의 대표적 현안으로 굳어졌다. 최근에는 고용노동부 차관이 농성장을 찾고, 노사 관계 안정지원단을 중심으로 상견례가 이뤄지는 등 중앙 정부 차원의 중재 시도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발맞춰 지역 정치권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진보 정당들과 국민의힘 소속 구의원들이 한자리에 선 점이 주목된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진보 성향이 강한 동구에서 향후 지방선거 구도를 의식한 판단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과 진보 정당이 함께 목소리를 낸 점은 이례적"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고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소속 동구 지역 정치인들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김태선 의원실 주도로 노사 조정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다른 정당이 추진하는 대외적 압박에 동참할 경우 조정 역할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김태선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울산 동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동구지역위원회는 자료를 통해 "김 의원실은 양측 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의견을 청취하고 이견을 좁히는 등 문제 해결 과정의 실질적인 주체로 참여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노사 양측과 직접 소통하며 조정 논의를 진행하는 당사자가 외부에서 협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것은 자칫 조정의 진정성을 흐리고 오히려 실질적인 해결 과정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역 사회에서는 진보 정당·시민단체와 국민의힘이 공동 압박에 나선 구도와, 더불어민주당이 조정자 역할을 강조하며 거리를 둔 구도가 대비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협상 테이블 안팎에서 각 정당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울산 동구 정가는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문제를 놓고 당분간 기싸움을 이어갈 전망이다. 노사 교섭과 정부 중재가 속도를 낼 경우, 정치권은 자신들의 역할을 부각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협상이 지연될 경우 각 정당 간 책임 공방도 거세질 수 있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역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해법 마련 과정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임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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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과학대청소노동자#울산동구#더불어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