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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보호 진흥 3차계획 예고…정부, AI시대 사이버안보 강화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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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이 전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사이버 공격이 국가·기업 리스크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는 가운데, 정부가 정보보호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격상하는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보안 솔루션 보급을 넘어, 인공지능 강국을 뒷받침할 보안 생태계와 인프라를 동시에 키우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수립될 제3차 정보보호 산업 진흥계획이 국내 보안 기업의 글로벌 진출과 AI 보안 기술 경쟁력을 가를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에서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와 함께 2025 정보보호 산업인의 밤 행사를 열었다. 정보보호 산업인의 밤은 정보보호 기업, 연구기관, 학계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한 해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산업 방향을 논의하는 연례 행사다. 올해는 정보보호 산업이 뒷받침하는 글로벌 인공지능 강국을 주제로, AI 확산기에 보안 패러다임을 어떻게 재정립할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자리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조만간 제3차 정보보호 산업 진흥계획을 수립해 전략적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보보호 산업 진흥계획은 정보보호 기술 연구개발, 전문 인력 양성, 공공·민간 수요 창출, 글로벌 진출 지원 등을 포괄하는 중장기 정책 청사진이다. 앞선 1·2차 계획이 주로 기반 조성과 시장 활성화에 방점이 찍혔다면, 3차 계획은 인공지능, 클라우드, 양자 내성 암호 등 차세대 기술과 연계한 보안 산업 고도화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배 부총리는 사이버 위협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버텨낸 산업계의 노력을 언급하며, 정보보호 산업인의 헌신과 열정 덕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랜섬웨어, 공급망 공격, 국가 기반시설 침해 시도 등 공격 양상이 고도화되면서, 방어 체계 역시 인공지능 기반 위협 탐지, 위협 인텔리전스 공유 플랫폼, 보안 관제 자동화 등으로 빠르게 진화하는 추세다. 정부가 진흥계획을 통해 이 같은 기술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공공과 민간 시스템에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로드맵을 담을지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행사에서는 정보보호 산업 발전에 기여한 단체와 개인에 대한 포상도 진행됐다. 배 부총리는 정보보호 대상 2점, 정보보호산업 발전 유공 표창 21점, 우수 정보보호 기술 시상 9점 등 총 32점의 상을 직접 수여했다. 정보보호 대상과 우수 기술 시상은 뛰어난 보안 솔루션과 서비스를 발굴·확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수상 기업과 기관은 향후 공공 조달 시장과 해외 진출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제3차 정보보호 산업 진흥계획이 발표되면, 인공지능과 연계한 보안 기술 개발 지원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악성 트래픽 패턴을 스스로 학습하는 AI 탐지 모델, 대규모 언어모델을 악용한 피싱·사회공학 공격 대응 기술, 클라우드·엣지 환경에서의 데이터 보호 기술 등이다. 특히 이번 계획은 정보보호를 단일 산업이 아닌, 반도체, 바이오, 모빌리티, 금융 등 전 산업군의 필수 인프라로 규정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I 보안과 보안 운영 자동화에 대한 투자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보안 기업들은 보안 정보 이벤트 관리, 침입 탐지, 엔드포인트 보안 솔루션에 생성형 인공지능을 결합해, 위협 분석 시간을 줄이고 대응 정확도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 정부가 정보보호 산업에 대한 전략적 지원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기술 격차를 좁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향후 진흥계획에는 보안 기술 지원뿐 아니라 규제와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도 병행될 전망이다. 보안 인증 절차의 효율화, 공공·민간의 보안 투자 확대 유도, 개인정보와 산업 데이터 보호를 조화시키는 가이드라인 등이 과제로 거론된다. 정보보호 산업계는 중소 보안 기업의 실증 기회 확대, 공공 조달 시장 진입 장벽 완화, 글로벌 인증 획득 지원 등을 우선 과제로 제시해 왔다.

 

배 부총리는 정보보호 산업이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제3차 정보보호 산업 진흥계획이 실제 시장과 기술 현장을 반영한 실행 계획으로 구체화될지, 그리고 AI 강국 전략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계될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과 안보, 산업과 제도가 맞물려야만 사이버 위협이 일상화된 디지털 시대에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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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훈#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보호산업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