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거래량 줄었지만 가격은 올랐다”…한국가상자산시장, 비트코인·이더리움 강세 속 양극화 심화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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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2월 4일, 한국(Republic of Korea)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하루 거래대금이 소폭 줄어든 가운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 XRP, 도지코인 등 시가총액 상위 코인들이 강세를 보이며 시장이 혼조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USA) 고용 지표 약화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상황이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하며 국내 코인 시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양상이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2월 4일 7시 기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주요 거래소의 최근 24시간 가상자산 거래대금은 3조 7,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일 대비 596억원 줄어 1.6% 감소한 수치다. 거래소별로는 업비트가 2조 3,948억원으로 전체의 64.2%를 차지해 시장 지배력을 확인했고, 빗썸이 1조 1,245억원(30.1%)으로 뒤를 이었다. 코인원은 1,767억원(4.7%), 코빗은 339억원 수준이었다.

[그래프] 국내 코인거래소 하루거래액 추이
[그래프] 국내 코인거래소 하루거래액 추이

업비트에서 거래액이 많은 상위 10개 종목 상당수는 상승 마감했다. 업비트 거래규모 1위인 비트코인은 3,939억원이 거래되며 1억 3,890만원에 형성돼 전일보다 2.41% 올랐다. 2위 엑스알피리플(리플 XRP)은 3,675억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하며 3,272원에 거래돼 2.31% 상승했다. 이더리움은 5.32% 급등한 468만 9,000원을 기록해 대형 코인 가운데 가장 강한 반등세를 보여줬고, 알트코인인 그로스톨코인은 하루 새 48.53% 폭등하며 단기 투기 수요를 끌어모았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테더는 소폭 하락했고, 솔라나, 수이, 레이디움, 도지코인, 플루이드 등 다수 알트코인은 동반 상승했다. 빗썸에서도 비트코인과 엑스알피(리플)가 거래 상위를 차지했으며 비오비, 파이버스 등 종목이 활발히 거래됐다.

 

글로벌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비트코인이 2,738조원으로 1위를 지키고 있고, 이더리움이 558조원으로 2위에 올라 있다. 이어 테더, 엑스알피(리플), 비앤비, 솔라나 등이 상위권을 형성하며 시장을 이끄는 중이다. 도지코인은 시가총액 9위에 머무르며 여전히 ‘대표 밈코인’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법정통화 기준 비트코인 거래량에서도 한국 원화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코인힐스 집계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기준 비트코인 거래에서 미국 달러는 49.35% 비중으로 1위를 차지했고, 일본(Japan) 엔화가 23.17%로 2위, 한국 원화가 19.45%로 3위를 기록했다. 원화 마켓이 글로벌 비트코인 유동성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면서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 추이를 보면 상승세가 더욱 뚜렷하다. 업비트 기준 12월 3일 비트코인 시세는 1억 3,894만원으로 전일 대비 2.45% 올랐다. 이는 최근 50일 최저가였던 11월 22일과 비교해 9.1% 높아진 수준으로, 단기 조정 이후 비교적 안정적인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더리움 역시 같은 날 469만원을 기록해 전일 대비 5.35% 상승했다. 지난 10월 말 형성된 고점 구간을 다시 향해가는 모양새다.

 

알트코인 가운데서는 도지코인과 리플 XRP가 돋보였다. 도지코인은 12월 3일 226원으로 전일보다 4.63% 상승해 12월 1일 50일 최저가 대비 9.7% 반등했다. 리플 XRP 역시 3,276원으로 전일 대비 2.44% 오른 가운데, 11월 22일 기록한 최저점과 비교하면 11.8% 상승해 높은 회복 탄력성을 확인시켰다. 반면 코인마켓캡 기준 파이코인은 340.8원으로 전일 대비 1.53% 떨어져 시장 전반의 상승 흐름과 반대로 움직였다.

 

국내 코인 시세의 이러한 흐름은 미국 거시경제 지표와 긴밀하게 얽혀 있다. ADP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11월 민간 부문 고용 증가폭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며 둔화했고, 특히 소기업 부문에서 고용 한파가 두드러졌다. 고용 시장 냉각은 경기 둔화 우려를 키우는 동시에 연방준비제도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재료로 작용했다. 이 같은 전망은 뉴욕 증시를 끌어올리며 위험자산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줬고, 한국 가상자산 시장에도 훈풍을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12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89.1% 수준까지 올라선 상태다. 시장 참가자들이 유동성 확대를 상당 부분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 속에서, 일부 빅테크 기업 악재로 기술주 투자 심리가 위축되자 대체 투자처로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매력도가 부각되고 있다. 달러 약세와 금리 인하 기대가 겹치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코인은 전통적인 헤지 수단이자 유동성 수혜 자산으로 인식돼 매수세가 유입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조짐은 국내 시장 내부에서도 엇갈린 신호를 낳고 있다. 거래대금이 전일보다 1.6% 감소했다는 점은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관망세 유입을 시사하지만, 시가총액 상위 코인들이 일제히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시장의 ‘기초 체력’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법정통화 기준 비트코인 거래에서 원화 비중이 세계 3위를 유지하는 상황은 한국 투자자들의 대기 매수세가 충분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들은 미국 고용 지표 둔화가 12월 금리 인하로 연결될지, 그리고 이후 유동성이 실제로 위험자산으로 다시 유입될지 여부가 향후 가상자산 시장의 방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코인 위주의 포트폴리오 구성이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전략으로 꼽히는 가운데, 하루에도 수십 퍼센트씩 등락하는 그로스톨코인 등 중소형 알트코인에 대해서는 변동성 리스크 경계가 강조된다. 리플 XRP나 도지코인처럼 개별 이슈와 커뮤니티 영향을 크게 받는 종목에 대해서는 관련 뉴스 흐름을 면밀히 확인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대로 파이코인처럼 전체 장세와 디커플링된 채 약세를 이어가는 코인에 대해서는 기술적 반등 신호가 확인되기 전까지 보수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연말을 앞두고 미국 통화정책과 글로벌 유동성 여건이 다시 큰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국제사회와 투자자들은 단기 거래량 변화보다는 거시경제 흐름과 주요 기관의 자금 이동을 주시하며 시장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번 유동성 재편 국면에서 한국 원화 마켓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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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상자산시장#비트코인#이더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