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A 유전자형, 시신경척수염 예측 단서”…국립암센터, 맞춤치료 새장 연다
시신경척수염의 원인과 중증도를 예측할 수 있는 유전적 지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국립암센터는 한국인 시신경척수염(NMOSD) 환자에서 질환의 발생과 초기 중증도에 영향을 미치는 ‘HLA 유전자형’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7일 발표했다. 이 성과는 환자별 조기 예측과 맞춤형 치료전략 수립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신경면역질환 분야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는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구진이 발표한 HLA(사람백혈구항원, Human Leukocyte Antigen) 유전자형은 환자의 면역 반응을 결정하는 주요 유전자로,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고 치료 강도를 조정하는 평가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이번 연구는 국내 시신경척수염 환자 122명과 건강 대조군 485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유전자 분석을 실시해, HLA 대립유전자가 시신경척수염 발병의 주요 위험 인자임을 통계적으로 입증했다.

연구에서 복합 HLA 유전형을 가진 환자는 질환 초기부터 중증도가 높고, 척수 침범 빈도가 높았으며 두 번째 재발까지의 간격이 짧은 양상을 보였다. 이는 해당 유전형이 질환의 시작 단계에서 중증도 악화와 밀접하게 얽혀 있음을 의미한다. 종전까지 시신경척수염의 발병 예측과 치료 결정에 명확한 유전적 근거가 부족했던 점을 감안하면, 맞춤형 치료의 과학적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시신경척수염은 주로 시신경과 척수에 염증을 일으켜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 보행 장애 등 신경학적 장애를 남긴다. 특히 아시아인에서 발병률이 높고, 조기 치료가 늦어질 경우 실명이나 하지마비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환자 개개인의 유전 정보를 활용한 정밀진단의 실효성을 뚜렷이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에서는 유전체 기반 신경 면역질환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시신경척수염과 HLA 유전자의 연관성을 국내 집단에서 대규모로 분석한 사례는 드물다. 유럽, 미국 등에서는 다발성 경화증(MS) 등 유사질환의 유전자 연구가 진행 중이나, 이번 결과는 아시아인 맞춤 치료 가이드라인 마련의 선제적 사례로 주목된다.
한편, 한국을 비롯한 각국 의료기관의 정밀의료 확산 움직임과 함께, 보건당국 및 보험사의 유전정보 관리, 맞춤치료 정책도 새로운 전환점에 접어들 전망이다. 김호진 국립암센터 교수는 “HLA 유전자형은 시신경척수염 환자 조기 예측과 치료전략 수립의 새로운 단서가 될 것”이라며 “향후 더 넓은 집단 연구와 임상 적용을 통해 정밀의료 체계가 한층 진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번 결과가 실제 환자 관리와 건강보험 제도에 어떤 파급을 미칠지, 또 정밀의료 기술이 진료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융합될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