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 기만하는 태도"…김범석 쿠팡 의장 또 불출석, 여야 공방 확산

한지성 기자
입력

정치권과 대형 플랫폼 기업의 책임 공방이 격돌했다. 3370만명 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 쿠팡 경영진이 줄줄이 불출석을 통보하면서, 국회 경시 논란과 함께 입법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14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에 따르면,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은 17일 예정된 개인정보 유출 관련 과방위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쿠팡의 박대준 전 대표, 강한승 전 대표도 같은 날 청문회 불참 의사를 국회에 전달했다.

민주당 과방위 의원들은 공동 입장문에서 "3천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국가적 참사 앞에서 쿠팡 책임자들은 국민과 국회를 외면하고 줄행랑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업 차원의 조직적 책임 회피,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함이자 국회를 기만하는 태도"라고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도 공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최 위원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김범석 의장과 박대준·강한승 전 대표의 불출석 사유서를 공개하며 "하나 같이 무책임한, 인정할 수 없는 사유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방위원장으로서 불허한다"며 "과방위원들과 함께 합당한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불출석 사유서에 적힌 이유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최 위원장이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김범석 의장은 "전 세계 170여 국가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 CEO 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들이 있는 관계로 부득이하게 청문회에 출석이 불가하다"고 적었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수장이 국회 청문회보다 해외 비즈니스 일정을 우선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박대준 전 대표는 최근 사임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지난 10일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는 점을 언급하며 "현재 쿠팡의 입장을 대표해 청문회에서 증언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강한승 전 대표는 "사고 발생 전인 5월 말 쿠팡 대표이사 사임을 발표한 이후 관련 업무에서 모두 손을 떼고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 과방위 의원들은 쿠팡 경영진의 설명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대규모 플랫폼의 경영진이 반복적인 사고와 책임 회피를 구조적으로 할 수 없도록 지배구조 책임 강화, 출석 의무 강화, 해외 체류 책임자에 대한 대응 체계 마련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을 즉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출석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의 법 개정과, 해외 체류를 이유로 한 불출석 관행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범석 의장의 국회 불출석 논란은 누적된 측면도 있다. 김 의장은 이달 2일과 3일 각각 열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과방위와 국회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에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이전 국정감사 등 주요 국회 일정에도 연이어 불참해 왔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는 "국회 권위를 무시하는 반복된 태도"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거대 플랫폼 기업의 책임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요구가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 규모가 방대하고,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기업 경영진의 국회 책임 질의 불참이 여론의 추가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과방위는 예정된 청문회 일정을 유지한 채, 출석 대상 확대와 동행명령장 검토 등 수단을 놓고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정치권은 쿠팡 사태를 계기로 대형 플랫폼의 개인정보 보호 의무와 경영진 책임을 둘러싼 법·제도 정비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한지성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김범석#쿠팡#과방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