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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바이브코딩 확산…여기어때, 해커톤으로 업무 혁신 실험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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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활용한 코드 자동 생성 기술이 서비스 산업의 업무 방식을 바꾸고 있다. 숙박·여행 플랫폼 기업 여기어때가 자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AI 코드 생성 도구를 실습하는 해커톤을 개최하며 소프트웨어 개발의 문턱을 낮추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사를 내부 디지털 전환을 넘어, 향후 서비스 고도화와 운영 자동화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여기어때는 지난 11일 사내 해커톤을 열고 올해 주제를 바이브 코딩으로 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바이브 코딩은 프로그래머가 자연어로 원하는 기능을 서술하면 AI가 해당 요구를 해석해 코드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방식이다. 정통 개발 교육을 받지 않은 실무자도 기능 구현을 시도할 수 있어, 비개발 인력이 기획과 운영 과정에서 직접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업무 자동화를 설계할 수 있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이번 해커톤에는 총 10개 팀, 45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바이브 코딩을 활용해 두 가지 영역을 과제로 삼았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규 서비스 기능과 사내 구성원의 업무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자동화 도구가 그것이다. 프로젝트 전 과정은 아마존웹서비스 Q 디벨로퍼, 구글 코드 어시스트, 제미나이 CLI,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등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의 생성형 개발 도구를 활용해 기획부터 개발, 배포 단계까지 진행됐다.

 

대상은 여행용 AI 에이전트를 구현하는 프로젝트가 차지했다. 자연어 질의에 기반해 사용자 맞춤형 여행 일정을 제안하고, 숙소와 주변 관광 정보를 연동하는 기능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 기준에는 단순 아이디어 완성도뿐 아니라 AI가 생성한 코드의 안정성과 보안성, 실제 신사업으로 확장될 경우 플랫폼 전반에 미칠 파급력 등이 포함됐다. 특히 이번 기술 실험은 기존 수작업 중심 서비스 운영의 한계를 일부 보완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바이브 코딩 방식의 핵심은 대규모 언어 모델을 활용해 요구사항을 코드로 번역하는 데 있다. 사용자가 자연어로 업무 규칙이나 화면 구성을 작성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프로그래밍 언어 형태로 변환한다. 기존 수기 코딩 대비 초기 프로토타입 작성 속도가 대폭 빨라지고, 반복적인 코드 패턴을 자동 생성함으로써 개발 시간과 유지보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거론된다. 다만 코드 품질 검증과 보안 점검을 병행해야 하는 만큼, 인간 개발자의 리뷰와 테스트 자동화 체계가 함께 구축돼야 할 과제도 남는다.

 

여기어때는 지난해부터 해커톤을 통해 사내 AI 활용 문화를 확장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첫 해커톤에서 제안된 13개 아이디어 중 6개가 실제 앱 서비스에 반영됐거나 현재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해커톤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제품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인큐베이팅 통로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비개발 직무 인력이 주도한 프로젝트 일부가 상용 서비스로 이어졌다는 점은, 바이브 코딩이 내부 인력 재교육과 직무 전환의 촉매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준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생성형 AI 개발 도구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통합 개발 환경과 연동되는 코드 어시스턴트를 앞다퉈 출시하며, 기업 고객의 애플리케이션 개발 생태계를 자사 플랫폼 안으로 묶어두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여기어때가 이번 해커톤에서 주요 빅테크 도구를 모두 실습에 포함한 것도, 특정 벤더에 종속되지 않는 멀티 클라우드형 개발 역량을 내부에서 시험해보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규제 측면에서 AI 기반 코드 생성 도구 자체에 대한 직접 규제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다만 생성형 AI로 작성된 코드에 포함될 수 있는 저작권 이슈나 취약점, 개인정보 처리 로직 등은 전자금융, 개인정보보호, 정보보안 관련 법제의 적용 대상이 된다. 해커톤 단계에서는 실제 고객 데이터가 아닌 테스트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경우가 많지만, 향후 상용 서비스에 접목될 때는 내부 보안 심사와 외부 규제 준수 체계가 필수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조문옥 여기어때 기술개발총괄은 대고객 서비스 혁신과 내부 업무 효율화를 목표로 다수의 AI 기반 아이디어가 출품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참가자들이 AI를 도구로 활용해 자신의 업무 영역을 확장하고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현해보는 환경을 경험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전사 업무에 AI 사용을 본격적으로 확산하는 전환점이 됐다고 강조하며, 내년부터는 AI 활용 범위를 넓히는 조직적 환경을 마련해 AI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여기어때의 행보가 플랫폼 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AI 내재화 흐름과 맞물려 있다고 본다. 사용자 경험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는 여행 플랫폼 특성상, 프런트엔드 기능 실험과 운영 자동화가 빠른 주기로 반복되는 만큼 바이브 코딩 활용 폭도 커질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산업계는 이번 해커톤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 실제 서비스와 내부 시스템에 얼마나 안착할지 주목하고 있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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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어때#바이브코딩#ai해커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