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선 현수막 눈에 담뱃불"…김문수 후보 홍천 현수막 훼손한 20대 벌금 80만원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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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분위기가 가라앉은 뒤에야 드러난 사소한 훼손이 법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둘러싼 쟁점으로 비화했다. 대통령선거 후보자 현수막에 담뱃불로 구멍을 낸 20대 남성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선거 공보물 보호 원칙이 다시 부각됐다.

 

춘천지방법원 형사2부 김성래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1살 A씨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선고와 함께 선거 공정성과 국민의 알 권리를 강조하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A씨는 지난 5월 23일 강원도 홍천군 일대에 게시된 제21대 대통령선거 기호 2번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 후보 현수막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그가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 공보물을 손상해 공직선거법상 선거벽보·현수막 훼손 금지 규정을 어겼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문제의 현수막에 그려진 김문수 후보 얼굴 오른쪽 눈 부분, 가로 2센티미터, 세로 3센티미터 크기 영역을 담배꽁초로 지져 구멍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육안으로도 훼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수준이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하면서 선거 제도의 근간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대통령선거 후보자 현수막을 훼손했다며 이는 선거의 공정성 및 선거 관리 효용성을 해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시했다. 선거 현수막이 후보자 정보를 유권자에게 전달하는 공적 수단인 만큼, 개별 행위라 해도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양형 단계에서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도 함께 고려됐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정치적 의도나 특정 후보자의 선거 운동을 방해할 목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들었다. 또한 훼손 정도가 경미한 편에 속하고,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도 참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실형이나 집행유예 대신 벌금형을 택해 전과는 남지만 신체 자유를 직접 제한하지 않는 수준에서 책임을 묻는 선에서 마무리한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둘러싼 갈등이 현수막, 벽보 훼손 등 물리적 행위로 표출되는 상황이 반복돼 온 만큼, 법원이 선거 공보물의 공적 성격을 다시 확인한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다만 선거 시기마다 경미한 훼손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과도하다는 문제 제기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수사당국은 선거 때마다 현수막·벽보 훼손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왔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선거 질서 보호 사이 기준을 보다 세밀하게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공직선거법상 선거 공보물 훼손 규정이 정당한 선거운동과 정치적 표현 행위와 충돌하지 않도록 운용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는 선거 범죄 양형 기준과 공직선거법 규정 전반에 대한 검토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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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a씨#춘천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