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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V전략 전면 재정비”…현대차 송창현 퇴진→자율주행 리더십 재구성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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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개발을 진두지휘해 온 송창현 첨단차플랫폼 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그룹의 자율주행 및 SDV 전략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 사장은 정의선 회장과의 면담 이후 사의를 표명했고, 포티투닷 임직원에게 남긴 메시지를 통해 AVP 본부장과 포티투닷 대표직 모두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업계는 그동안 기대를 모았던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성과가 글로벌 경쟁사 수준에 미치지 못한 현실이 이번 결단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송창현 사장은 네이버 초대 최고기술책임자로 인터넷 플랫폼 산업에서 이름을 알린 뒤, 2019년 포티투닷을 설립해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방향키를 돌렸다. 포티투닷은 2022년 현대차그룹에 편입됐고, 송 사장은 SDV 사업부를 거쳐 지난해 초부터 AVP 본부를 총괄하며 그룹의 소프트웨어 혁신 전략을 이끌어 왔다. 그는 내부 메시지에서 SDV와 자율주행이라는 난제를 두고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수십조 원을 투입하고도 실패를 거듭한 역사에 언급을 더하며, 하드웨어 중심 산업에 소프트웨어 DNA를 이식하려 한 도전의 고단함을 회고했다. 스스로도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인정한 대목은, 현대차그룹이 직면한 기술·조직 전환의 저항과 난제의 깊이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SDV전략 전면 재정비”…현대차 송창현 퇴진→자율주행 리더십 재구성
SDV전략 전면 재정비”…현대차 송창현 퇴진→자율주행 리더십 재구성

시장 시각은 한층 냉정하다. 현대차그룹은 AVP 본부를 앞세워 자율주행 및 SDV 역량 확보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 왔으나, 성과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미국과 중국, 유럽을 무대로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제조사들 가운데 테슬라는 감독형 FSD를 한국에 도입하며 자율주행 활용도를 끌어올리고 있고,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혼다는 이미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양산차에 얹어 상용화의 문턱을 넘어섰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고도화된 주행 보조 기술과 로보택시 실증 사업을 병행해 왔지만, 소비자 체감 수준의 레벨3 상용화나 소프트웨어 서비스 확장에서는 다소 늦은 발걸음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 송 사장의 사의를 그룹 SDV 전략의 성과 부족에 대한 책임 표현으로 해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닿아 있다.

 

리더십 공백을 메우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인사 전략은 속도를 높이고 있다. 그룹은 이르면 이날부터 다음 주 사이에 사장단을 포함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되며, 미래 모빌리티와 소프트웨어 전략을 이끌 새 기술 인재를 전면에 내세울 방침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그에 앞서 조직 일부를 정비했다. 국내사업본부에서는 정유석 부사장 후임으로 김승찬 신임 부사장이 승진해 국내판매사업부장을 겸임하게 됐고, 제네시스사업본부장 자리에는 송민규 부사장을 대신해 이시혁 북미권역상품실장 전무가 승진 임명됐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글로벌 전략 거점 가운데 하나인 북미 출신 인물에게 맡긴 결정은, 전동화와 SDV 경쟁이 치열해지는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글로벌 사업 구조 재편도 병행됐다. 현대차는 인도·중동·북아프리카를 포괄하던 인도아중동대권역 조직을 해체하고, 인도를 단독 권역으로 분리해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인도권역본부장에는 타룬 갈크 인도권역 최고운영책임자 사장이 선임됐고, 새 최고운영책임자 자리에는 기존 아중동권역본부장인 박동휘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보임됐다. 고성장 잠재력을 지닌 인도를 미래 핵심 거점으로 규정하고, 현지 시장 특성과 디지털 서비스 수요를 정밀하게 겨냥할 수 있는 독립 권역 체제로 재편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SDV와 자율주행에서의 기술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인도와 같은 성장 시장에서 커넥티드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기반 구독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송창현 사장의 퇴진은 단일 인사의 변동을 넘어 현대차그룹 SDV 전략의 재점검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선 투자와 경험이 축적된 만큼, 그룹이 어떤 인물을 후임 SDV·자율주행 수장으로 세우고 어떤 방식으로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소프트웨어 조직을 결합할지에 따라 향후 경쟁 구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자본시장은 새로운 리더십 아래에서 SDV 플랫폼, 자율주행 알고리즘, 인공지능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가 하나의 생태계로 묶이는 수준의 전략적 구상이 제시될지를 주목하고 있다. SDV 시대의 자동차가 더 이상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로 수익을 창출하는 지능형 디바이스로 변모하는 만큼, 현대차그룹이 구조 개편과 인사 카드를 통해 기술 격차를 어떻게 좁혀 나갈지에 대한 검증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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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현대자동차#포티투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