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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억류 국민 6명…대화로 풀겠다” 이재명 대통령, 남북대화 재개 압박 직면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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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 문제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대통령실이 맞붙었다. 억류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한 이재명 대통령 발언 이후, 대통령실이 구체 현황을 제시하며 남북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는 답변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4일 배포한 서면 답변에서 북한에 억류된 국민과 관련해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조속한 남북대화 재개 노력을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 외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답한 뒤, 하루 만에 보다 정리된 형태의 공식 입장을 낸 것이다.

대통령실은 "현재 탈북민 3명을 포함해 우리 국민 6명이 2013년부터 2016년에 걸쳐 간첩죄 등 혐의로 억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북 간 대화·교류가 장기간 중단된 상황에서 분단으로 인한 국민 고통은 지속되고 있고, 문제의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북한에 억류된 내국인 3명은 선교사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다. 이들은 2013∼2014년부터 북한에 붙들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다만 탈북민 3명의 신원에 대해서는 "재북 가족의 신변 안전을 고려해 밝히기 어렵다"며 비공개 입장을 유지했다.

 

논란의 단초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 발언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신 기자회견에서 북한 억류 한국인 관련 질문을 받고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아주 오래전에 벌어진 일이라 개별적 정보가 부족하다. 상황을 조금 더 알아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개인의 사전 인지 여부를 둘러싼 공방 소지가 생기자, 대통령실이 관련 자료를 정리해 내놓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대통령실은 별도의 정치적 해석을 자제하면서도 분단 구조가 낳은 인도적 문제라는 점을 부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답변자료에서 "대화와 교류가 중단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국민 개개인이 겪는 고통도 깊어진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채널 복원 필요성을 북한 억류자 문제와 연계해 제시한 셈이다.

 

정치권에선 향후 여야 공방이 거세질 조짐을 보인다. 여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억류 국민 현황을 즉각적으로 설명하지 못한 데 대해 외교·안보 라인의 보고 체계와 대통령의 인식 수준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야권에서는 장기간 억류 사안을 해결하지 못한 책임이 누적돼 온 만큼, 이전 정부들까지 포괄한 초당적 대응 기구를 만들자는 주장도 뒤따르고 있다.

 

남북관계 경색 속에 억류 국민 문제가 다시 부상하면서 향후 대북 정책 기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가 어떤 채널과 방식을 통해 북측과 접촉을 시도할지, 또 인도적 사안을 계기로 군사·정치 현안까지 확장된 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권은 북한 억류 국민 송환을 위한 해법을 두고 공방을 이어가면서도, 인도적 문제라는 최소한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협상 전략을 조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대통령실은 향후 관련 상황을 추가로 점검하면서 남북대화 재개 방안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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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대통령#대통령실#북한억류국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