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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차담회·해군 선상 파티 의혹 규명하겠다”…김건희, 9번째 특검 소환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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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배우자 관련 각종 의혹을 둘러싼 수사 종착점을 두고 민중기 특별검사팀과 김건희 여사가 다시 맞붙었다. 특검팀 수사 종료 시한이 다가오면서 남아 있는 대통령실 자원 사적 이용 의혹을 어떻게 정리할지가 정국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는 11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공직 인사 대가 금품 수수 이른바 매관매직 의혹과 관련해 지난 4일 조사받은 뒤 꼭 일주일 만의 재소환이자, 특검 출범 후 9번째 소환이다. 지난 8월 29일 구속기소된 이후만 놓고 보면 세 번째 출석이다.

특검팀의 수사 기한은 오는 28일까지다. 수사팀 안팎에서는 이날 조사가 수사 종료 전 사실상의 마지막 대면 조사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앞서 4일 브리핑에서 “현재로서는 11일 소환 때 나머지 사안을 다 조사해서 마무리하는 쪽으로 생각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조사 핵심은 대통령실 자원을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다. 특검팀은 우선 이른바 종묘 차담회 의혹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김 여사가 2024년 9월 3일 서울 종로구 종묘 망묘루에서 외부 인사들과 차담회를 열어 국가 문화유산을 사적 모임 공간으로 이용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문화재 관리 원칙과 경호·의전 기준을 어긴 것 아니냐는 질문이 제기돼 왔다.

 

해군 선상 술 파티 의혹도 이날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3년 8월 해군 지휘정인 귀빈정에서 술자리를 갖는 등 군 자산을 개인 친목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제보가 나오면서다. 군 최고지휘부 상징 자산을 둘러싼 사적 이용 논란이어서 군 기강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 역시 쟁점이다. 특검팀은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이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수주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21그램 김태영 대표의 배우자인 조 모 씨가 2022년 김 여사에게 명품 브랜드 디올 가방과 의류 등을 건넸다는 정황이 확보돼 대가성 여부를 둘러싼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6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있는 김 여사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디올 재킷 16벌, 허리띠 7개, 팔찌 4개를 확보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배우자로부터 고가 브랜드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받았다는 의혹도 이날 조사 테이블 위에 오를 전망이다. 대통령 배우자를 둘러싼 선물 수수 관행과 이해충돌 문제가 집중적으로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는 이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혐의를 비롯해 복수의 형사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분이다. 그는 지난 8월 29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전 민주공화당 총재비서실장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해 공천 개입을 시도했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이른바 건진법사·통일교 인사를 매개로 한 알선 대가 수수 의혹과 관련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1심 선고는 내달 28일 예정돼 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 여사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20억원, 추징금 9억4천800만여원을 구형했다. 중대 경제범죄와 권력형 비리 성격을 동시에 고려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검찰 측은 법정에서 조직적 주가조작 가담 정도와 공천 개입 시도, 종교·무속 인사를 통한 인사 청탁 수수 정황 등을 종합해 중형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여사는 최후진술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도 혐의 전반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저도 너무 억울한 점이 많지만 제 역할과 제가 가진 어떤 자격에 비해서 너무 제가 잘못한 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곧이어 “특검이 말하는 것처럼 하는 것은 좀 다툴 여지가 있는 것 같다”며 공소사실 상당 부분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향후 쟁점은 특검팀이 종묘 차담회, 해군 선상 파티, 관저 이전 특혜, 선물 수수 의혹 등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혐의를 특정해 재판에 넘길지 여부다. 대통령 배우자의 사적 영역과 공적 책임의 경계, 대통령실·군·문화재 행정의 관리 책임 문제도 재점검 대상이 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이미 수사 결과를 둘러싼 공방 준비에 나선 분위기다. 여권은 무죄 추정 원칙과 과도한 수사라는 논리를, 야권은 권력형 비리 특검의 책임과 법 앞의 평등을 내세울 공산이 크다. 여론 역시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제기된 자본시장 왜곡과, 관저·군·문화재 등 국가 자원 사적 이용 의혹을 별개로 놓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민중기 특별검사팀 수사는 28일 종료될 예정이며, 특검은 이 기간 남은 대면 조사와 참고인 조사를 마무리한 뒤 종합 수사 결과를 정리할 계획이다. 국회와 정치권은 특검 수사 결론과 1심 선고 경과를 지켜보며 후속 책임론과 제도 개선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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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윤석열전대통령#민중기특별검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