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으로 배터리 이력·티켓 암표 차단”…정부, 산업별 플랫폼 확산 신호탄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을 전기차 배터리부터 의료, 공연, 식품, 탄소배출권, 신원증명 등 산업 전반의 현장 서비스에 본격 적용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124억원 규모의 블록체인 융합 지원사업을 추진한다고 7일 밝혔다. 업계는 이번 정책이 ‘블록체인 실증 경쟁’의 분기점이자, 데이터 신뢰 기반 산업 혁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업으로 공공 2건, 민간 8건 등 총 11개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대표적으로 부산시는 전기차 배터리의 ‘여권’ 역할을 하는 블록체인 기반 이력관리 플랫폼을 구축한다. 배터리의 생산·운행·잔존 수명 등 주요 정보가 고유 코딩돼 투명하게 기록된다. 부산 내 전기차 2500대와 배터리 업체가 실증에 참여, 유럽연합(EU)의 제품 이력제 등 세계 표준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의료·보험 영역에서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가상병원 통합 서비스를 실증한다. 비대면 진료, 전자처방, 약 배송, 실손보험 청구가 한 번에 처리되는 전 과정을 블록체인 플랫폼에 담아, 데이터 위변조 우려를 줄이고 의료서비스 신뢰도를 높였다. 연말 대구지역 실증을 시작으로 전국 확대가 예정됐다.
공연·문화 분야에선 암표 문제 해소를 위한 티켓 인프라가 등장한다. 안랩블록체인컴퍼니는 기존 예매 플랫폼에 손쉽게 연동되는 K-컬처 블록체인 티켓팅 시스템을 도입한다. API에서 예매·유통·검표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추적하도록 구현, 암표거래와 위변조를 막아 예술인과 소비자 모두에 신뢰를 높이는 구조다. 이는 공연장·플랫폼의 기존 시스템 한계를 극복한 사례로 꼽힌다.
이밖에 식품유통 전체 이력을 관리하는 스마트 플랫폼(블록오디세이), 탄소배출권 거래의 데이터 투명화 시스템(리드포인트시스템), 불법 상품권 유통 방지 디지털 인증 인프라(수호아이오), NFT·영지식증명·분산신원인증(DID)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 커뮤니티·신원·학습 플랫폼까지 민간 실증 사업이 확대된다. 미국 FSMA204 등 국제 규제에도 능동적 대응이 가능한 구조가 마련됐다.
국내외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신원증명, 이력 데이터 관리, NFT 응용 등 분야별 특화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는 추세다. 일본과 유럽 역시 배터리 패스포트, 의료 데이터 인증, 문화콘텐츠 저작권 관리 등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의 이번 대규모 실증 프로젝트는 국내 산업에게 유럽연합 디지털 상품여권 등 글로벌 규제 선진국들과의 데이터 신뢰 전쟁에서도 의미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행 제도상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의 법적 효력, 개인정보보호, 디지털자산 거래에 관한 규정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블록체인 도입이 빨라질수록 실제 시장 적용을 위한 관련 법령과 표준화도 동시에 논의가 집중되는 양상이다.
송상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블록체인은 AI와 디지털자산 시대의 핵심 인프라이자, 실생활 데이터 신뢰 기반의 열쇠”라며 “정부는 다양한 현장 실증과 혁신 기업 성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지원사업이 블록체인 기술의 시장 안착을 가속할 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