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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데이터 뺀다”…빌보드, 스트리밍 가중치 조정 후폭풍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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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스트리밍 데이터가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빠지면서 글로벌 음악 소비 지형에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빌보드가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보다 유료 구독형 스트리밍에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새 산정 방식을 도입하자, 유튜브가 13년 만에 차트용 데이터 제공을 멈추기로 하면서다. 업계는 음악 플랫폼별 수익 배분 구조와 팬덤 기반 차트 전략이 재편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빌보드는 17일 현지시간 발표를 통해 내년 1월 16일부터 1월 31일자 차트를 시작으로 모든 차트에서 유튜브의 스트리밍 데이터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튜브도 같은 날 블로그 게시물에서 이 같은 방침을 공식화했다. 유튜브 데이터가 처음 빌보드 차트에 포함된 것은 2013년으로,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서 폭발적 호응을 얻으며 글로벌 히트를 기록한 직후였다. 이후 빌보드는 핫 100 등 싱글 차트에 이어 2019년부터 빌보드 200 앨범 차트에도 유튜브 데이터를 포함해 왔다.  

이번 결정의 직접적인 배경은 빌보드의 차트 산정 방식 조정이다. 빌보드는 내년 1월 17일자 차트부터 빌보드 200 및 장르별 앨범 차트에서 앨범 소비 유닛을 산정할 때 광고 지원 스트리밍과 유료·구독형 스트리밍의 비중을 바꾸기로 했다. 새 기준에 따르면 앨범 수록곡의 광고 지원 스트리밍 2500회가 앨범 1장에 해당하고, 유료·구독형 스트리밍은 1000회가 앨범 1장으로 인정된다. 이전에는 광고 지원 스트리밍 3750회, 유료·구독형 스트리밍 1250회가 각각 앨범 1장에 해당했다. 결과적으로 광고 기반 스트리밍의 차트 기여도는 30%, 유료 구독 스트리밍은 20% 낮아지는 구조다.  

 

유튜브는 이 가중치 조정에 반기를 들었다. 유튜브 글로벌 음악 책임자 라이어 코언은 블로그에서 빌보드의 새 방식이 오늘날 팬들이 음악과 소통하는 방식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료 서비스를 구독하지 않은 팬들의 참여가 평가에서 깎이는 점을 문제 삼으며, 유료·구독 스트리밍과 광고 지원 스트리밍을 차트 산정에서 동등하게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유튜브 특유의 대규모 무료 이용자 기반이 과소 평가된다는 불만을 공식화한 셈이다.  

 

반면 빌보드 측은 소비자 접근성, 수익 분석, 데이터 검증, 업계 지침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유료 스트리밍 중심으로 시장 수익 구조가 옮겨가는 상황에서, 실제 매출에 더 많이 기여하는 이용 형태에 높은 비중을 두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빌보드는 유튜브가 입장을 재고해 다시 데이터 제공에 나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음악 산업 내부에서는 유튜브의 수익 배분 구조를 둘러싼 비판도 이어진다. 미국 음악계에서 영향력이 큰 매니지먼트 인사 어빙 아조프는 빌보드 기고문에서 유튜브가 음악 업계에 지급한 80억 달러는 600억 달러 매출의 약 13%에 그치는 반면, 같은 기간 스포티파이는 약 180억 달러 매출 중 120억 달러를 저작권자에게 지급해 매출의 67%를 돌려줬다고 지적했다. 광고 중심 플랫폼과 구독 중심 플랫폼의 수익 배분 구조 차이가 수치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국 K팝 업계에는 직격탄 우려가 나온다. K팝은 유튜브에서 뮤직비디오와 퍼포먼스 영상 소비가 강하고, 글로벌 팬덤이 대규모 스트리밍과 조회수로 차트 성적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적극 활용해 왔다.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시각적 완성도를 높인 뮤직비디오를 선공개하고, 팬들이 유튜브 조회수를 집중적으로 올리는 방식이 사실상 관행으로 굳어졌다. 유튜브 데이터가 빌보드 차트에서 제외되면, 이런 전략의 효과가 제한되고 순위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음원 플랫폼 입장에서는 수익성 높은 유료 구독 스트리밍 비중을 키우려는 흐름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광고 기반 무료 이용에 강점을 가진 플랫폼과, 구독 기반 수익 모델을 앞세운 플랫폼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지는 셈이다. 팬덤 중심 소비가 강한 K팝과 라틴 음악에서는 차트 공략 전략이 유료 스트리밍 중심으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간 수익 배분과 데이터 가치에 대한 논쟁이 지속돼 왔다. 이번 유튜브와 빌보드의 갈등은 단순한 차트 산정 논란을 넘어, 광고 기반 대 구독 기반이라는 두 비즈니스 모델의 힘겨루기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산업계는 유튜브와 빌보드의 관계가 어떻게 재정립될지, 그리고 이번 변화가 아티스트 수익 구조와 차트 전략에 어떤 후속 파장을 낳을지 주시하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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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빌보드차트#k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