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로 입지 강행 중단하라"…영암군민, 한전 345kV 사업 정면 비판
지역 개발 갈등과 에너지 정책이 충돌했다. 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싸고 전남 영암군민과 한국전력공사가 정면으로 맞 서며 광주·전남 지역 정국이 새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고압 송전선로·철탑 건설 반대 전남 영암군대책위원회는 4일 오후 전라남도 나주시 중흥골드스파·리조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전력공사가 추진 중인 345kV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건설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주민 의견을 배제하고 한국전력공사가 추진 중인 345kV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 절차상 핵심 기구인 사업 입지선정위원회를 정조준했다.
대책위는 "사업 입지선정위원회는 주민 의견 수렴·생활권 보호라는 기본 원칙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압 송전선로와 철탑을 짓는 것은 지역 환경·농업·안전·재산권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입지선정위원회는 주민을 절차의 대상이 아니라 방해의 요소로 바라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송전선로 노선 확정 자체에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송전선로 입지 확정을 반대한다"며 "주민들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사업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주민 동의와 생활권 보호가 담보되지 않는 한 사업 추진 정당성은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쟁점이 된 345kV 신해남∼신장성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광주·전남 6개 시·군을 관통하는 대형 전력 인프라 계획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오는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공급 안정과 전력 계통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대형 사업인 만큼, 향후 추진 과정에서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갈등은 특정 기초지자체를 넘어 광역권 차원의 연대로 번지는 양상이다. 경유 지역인 광주광역시 광산구와 전라남도 영암군·화순군·장성군·곡성군·해남군 주민들은 송·변전선로 반대 광주전남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집단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사업 전면 중단과 주민 참여 보장, 대안 노선 검토 등을 요구하며 연대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영암군청도 행정 차원의 공개 반대 입장을 내며 주민들의 문제 제기에 힘을 보탰다. 영암군은 3일 한국전력공사를 직접 방문해 일방적인 사업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영암군은 별도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사업을 "시대를 역행하는 사업"이라고 규정하며 중단을 촉구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공식 경로로 반대 의사를 밝힌 만큼, 추후 협의 구조와 절차가 주요 관전포인트로 떠올랐다.
한편 한국전력공사는 전력 수급 안정과 국가 기간망 확충 필요성을 토대로 해당 사업을 추진해 온 만큼, 주민 반발과 지자체 반대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전력 인프라 확충과 지역 환경·재산권 보호를 둘러싼 이해 충돌이 커질수록, 국회와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조정 역할 요구도 동시에 제기될 전망이다.
이날부터 본격화된 광주·전남 지역 주민들의 집단 행동은 향후 공청회, 환경영향평가, 행정 절차 등과 맞물려 정치권 이슈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전력 인프라 사업과 주민 수용성 문제를 놓고 관련 상임위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정부는 갈등 최소화를 위한 추가 대책을 검토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