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35 온실가스 61퍼센트 감축 상한은 국제기준 부합"…인권위, 이행 담보 부족 지적
기후위기 대응 수준을 둘러싼 인권 논쟁과 정부 감축 목표가 맞붙었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온실가스 감축 수준을 요구해 온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두고 ‘일부 수용’ 판단을 내리면서도 이행 담보 장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6일 정부가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2018년 온실가스 순배출량 대비 53퍼센트에서 61퍼센트 감축 범위로 확정한 것과 관련해, 상한인 61퍼센트 목표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만 목표를 범위로 설정한 만큼 실제 이행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6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에게 세 가지 사항을 권고한 바 있다. 첫째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수립, 둘째 미래 세대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는 온실가스 감축 경로 설정, 셋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업 지원체계 마련이다. 인권위는 이러한 권고가 기후위기로 인한 생명권·건강권 등 기본권 침해를 막기 위한 최소 기준이라고 설명해 왔다.
정부는 지난달 2035년 감축목표를 확정해 인권위에 회신했다. 인권위는 정부 회신과 확정된 목표를 검토한 결과, 감축 상한인 61퍼센트는 국제사회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정책 설계와 집행에서 어느 수준을 선택할지 명확하지 않고, 하한선인 53퍼센트에 머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인권위 기존 권고가 온전히 반영됐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입장을 내놨다.
기업 지원체계 마련과 관련해 정부가 재정 지원 등 대책 추진 의사를 밝혔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구체적인 이행 계획과 일정, 평가 체계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으면서 이 부분 역시 권고 ‘일부 수용’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날 입장문에서 “실제 상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이행과 기업 지원, 기술 개발, 규제 체계와 상한 목표 연계 등 실질적 조치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목표 수립을 넘어, 에너지 전환·산업 구조 개편·재정 투자와 같은 구체 정책이 결합돼야만 국제 기준 수준의 감축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취지다.
또한 인권위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의 시급성을 거듭 언급했다. 인권위는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법률상 개정 시한인 2026년 2월 28일까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률에 2035년 목표와 상한 달성을 위한 의무, 점검·제재 장치가 명확히 담겨야 인권 보호 관점에서 실효성이 확보된다는 판단이다.
정치권의 입장 표명과 법안 심사 방향은 아직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전기요금과 물가 등 민생 변수까지 얽혀 있는 사안인 만큼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재계 역시 감축 상향에 따른 부담을 우려하면서도 지원과 기술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해관계 조정이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인권위는 정부와 국회가 국제사회 논의 흐름과 미래 세대 권리 보장을 함께 고려해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회는 향후 회기에서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을 포함한 관련 법안을 본격 논의할 계획이며, 정부도 감축 목표 이행 점검과 보완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