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독서로 독서시간 기록"...카카오, 브런치로 독서문화 실험
모바일 플랫폼 기반 독서 관리 기능이 독서 문화 활성화를 겨냥한 실험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카카오는 자사 콘텐츠 플랫폼 브런치에 실시간 독서 기록 기능을 적용한 독서 캠페인을 열고, 이용자 행동 데이터를 토대로 독서 경험 개선과 지역 서점 상생 구조를 동시에 모색한다. IT 기반 취향 데이터와 동선 분석이 장기적으로는 출판 유통, 로컬 서점 큐레이션, 디지털 독서 코칭 서비스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는 오는 28일까지 브런치 독서챌린지 참가자를 선착순 1만 명 규모로 모집한다. 성인 독서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용자의 실제 독서 시간을 앱에서 직접 기록하고, 참여 데이터에 기반한 리워드 구조를 설계해 독서 습관 형성을 지원하려는 시도다. 카카오는 독서 문화 제고와 함께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 서점과의 상생, 출판 생태계 활성화를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참가자는 내년 1월 2일 오전 11시부터 31일까지 30일간 브런치 독서챌린지에 참여하게 된다. 브런치 앱에 새롭게 도입되는 라이브독서 기능을 활용해 읽은 책의 독서노트를 작성하면, 해당 일자의 챌린지 참여가 자동으로 기록된다. 라이브독서는 러닝 앱이 달리기 거리와 시간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듯, 독서 시간과 분량을 시간 축에 맞춰 기록하는 기능이다. IT 업계에서는 이런 사용자 행동 데이터가 향후 개인 맞춤형 도서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 집중 구간 분석, 독서 패턴 시각화 서비스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브런치 독서챌린지는 일정 수준 이상 참여한 이용자에게 실물 리워드를 제공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전체 챌린지 기간 동안 독서노트를 3일 이상 기록한 참여자 1000명에게는 추첨을 통해 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 특별판과 브런치 독서클럽 굿즈가 제공된다. 챌린지 참여자 전원에게는 브런치 독서챌린지 톡디지털카드가 지급돼, 디지털 기념 배지처럼 활용될 전망이다. 플랫폼 내에서의 이런 디지털 보상은 향후 메타데이터로 축적돼 이용자 활동 이력과 연결될 수 있어, 콘텐츠 서비스 전반의 참여 지표로도 쓰일 수 있다.
카카오는 독서 챌린지를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로컬 서점과 출판사, 작가가 연결되는 실험적 유통 모델로 확장하고 있다. 이번 독서챌린지를 위해 제작한 가녀장의 시대 리커버 에디션은 경남 남해시 소재 지역 서점 아마도책방과 출판사 이야기장수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됐다. 표지는 반지수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마도책방의 실제 공간을 모티프로 작업한 디자인으로, 디지털 독서 경험과 물리적 서점 공간을 시각적으로 연결하는 장치 역할을 한다.
해당 특별판은 내년 2월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사전 주문이 진행되고, 3월부터는 아마도책방에서 한정 현장 판매가 이뤄진다. 4월에는 이슬아 작가와 함께하는 아마도책방 오프라인 팝업도 예고돼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시작된 독서 행위가 지역 서점 방문과 작가 팬덤 활동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설계해, 콘텐츠 플랫폼과 로컬 서점 간 트래픽 순환 모델을 검증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작가와 플랫폼 측은 독서 챌린지의 문화적 의미를 강조했다. 이슬아 작가는 격변하는 시대에도 읽고 쓰는 힘은 여전히 우리의 믿을 구석이라고 믿는다며, 이번 독서챌린지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독자라는 상태를 즐겁게 누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성진 카카오 브런치 리더는 지역 서점은 책 유통을 넘어 사람들의 이야기와 만남이 머무는 문화 공간이라고 짚으며, 지역 서점을 돕는 것을 시작으로 읽고 쓰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순환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콘텐츠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이번 실험이 향후 독서 데이터를 활용한 정교한 이용자 분석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실시간 독서 기록 기능은 이용자당 평균 독서 시간, 완독률, 특정 시간대 집중도 같은 지표 산출을 가능하게 만들어 플랫폼 내 큐레이션, 푸시 알림, 작가 후원 구조 설계에 활용될 수 있다. 한 출판 플랫폼 관계자는 독서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 추천과 로컬 서점 연계 모델이 자리 잡을 경우, 디지털과 오프라인 서점이 경쟁이 아니라 보완 관계로 재편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과 출판, 지역 서점이 연결되는 실험은 아직 초기 단계다. 다만 대형 IT 기업이 축적한 데이터 분석 역량과 이용자 기반을 지역 서점과 공유하는 모델이 정착할 경우, 독서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여지도 있다. 산업계는 브런치 독서챌린지와 같은 시도가 이벤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서비스 구조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향후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