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버스토투그, NK T세포 2상서 ORR 79퍼센트…범용 면역항암제 부상
면역항암 항체가 재발·불응 NK T세포 림프종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신호를 내고 있다. 유한양행 자회사 이뮨온시아가 개발 중인 PD L1 항체 신약 댄버스토투그(IMC 001)가 임상 2상에서 기존 화학요법 대비 월등한 생존 지표를 확보하면서다. 특히 종양미세환경 분석과 AI 기반 세포막 특이성 평가를 통해 PD L1 발현 수준과 무관하게 반응을 예측하려는 시도가 더해지며, 향후 면역항암제 개발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뮨온시아는 8일 미국 올랜도에서 개최되는 미국혈액학회 ASH 2025에서 재발·불응 NK T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댄버스토투그 단독요법 임상 2상 결과를 포스터 형태로 발표한다. 재발·불응 NK T세포 림프종은 치료 옵션이 거의 없고, 기존 화학요법의 무진행생존기간이 4.1개월에 불과해 예후가 매우 나쁜 질환으로 꼽힌다.

회사에 따르면 이번 2상에서 댄버스토투그 단독 투여 시 객관적 반응률은 79퍼센트, 완전관해율은 63퍼센트로 나타났다.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29.4개월,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40.2개월, 2년 생존율은 78퍼센트로 집계됐다. 같은 환자군에서 보고된 기존 화학요법의 무진행생존기간이 4.1개월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질병 진행 억제 및 생존 연장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차이를 보인 셈이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뚜렷한 강점을 강조했다. 특정 독성 증가를 시사하는 안전성 신호가 관찰되지 않았고, 전체 환자의 40퍼센트가 2년간의 치료를 완주했다. 장기 투여가 필요한 면역항암제의 특성상 내약성과 지속 치료 가능 여부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상용화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댄버스토투그는 종양세포와 종양미세환경에서 발현되는 PD L1을 표적하는 단일클론 항체다. PD L1은 면역 체크포인트 단백질로, 종양이 면역세포의 공격을 회피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기존 PD 1, PD L1 계열 면역항암제와 마찬가지로 T세포 기능을 회복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기전이다. 이뮨온시아는 자체 항체 엔지니어링 기술을 통해 결합 친화도와 세포막 결합 패턴을 최적화해, 종양 조직 내에서 더 강력하고 지속적인 면역 활성화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한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종양미세환경 분석과 AI를 활용한 세포막 특이성 평가 결과다. 회사는 임상 2상 과정에서 종양미세환경과 PD L1 관련 바이오마커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PD L1 발현이 낮은 환자에서도 높은 치료 반응이 관찰됐고, 세포막 특이성이 높은 환자일수록 치료 효과가 더 컸다. 세포막 특이성은 항체가 PD L1이 실제 발현된 세포막 영역에 얼마나 정밀하고 선택적으로 결합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뮨온시아는 AI 기반 이미지 분석과 디지털 병리 기술을 접목해 세포막 패턴을 정량화하고, 이를 임상 반응과 연계해 예측 모델을 구성했다. 단순히 면역조직화학염색을 통한 발현량 수치만으로 반응을 가늠하던 기존 방식의 한계를 넘어, 세포막에서의 공간적 분포와 클러스터 구조까지 고려한 정교한 바이오마커 접근법이다. 회사는 이러한 세포막 패턴이 향후 새로운 예측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고, 다른 PD L1 타깃 약물에도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NK T세포 림프종은 동아시아와 중남미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 희귀 혈액암으로, 조기 재발과 다약제 내성이 빈번해 표준요법 확립이 지연돼 왔다. 현재 글로벌 면역항암제 기업들도 다양한 혈액암에 PD 1, PD L1 계열 약물을 확장 적용하고 있으나, NK T세포 림프종에서 완전관해율 60퍼센트를 넘는 데이터는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댄버스토투그의 63퍼센트 완전관해율과 29.4개월 무진행생존기간은 국제 학계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평가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원석 교수는 단독요법으로 거둔 성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단독요법임에도 완전관해가 63퍼센트에 달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신속한 상용화가 이뤄져 재발·불응 환자 치료 기회가 넓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 상용화 단계에 들어갈 경우, 기존 화학요법 위주에서 면역항암제 중심으로 치료 패턴이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PD 1, PD L1 계열 면역항암제가 고형암과 일부 혈액암에서 표준치료로 자리 잡았지만, 특정 희귀 혈액암 영역에서는 아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 미국과 유럽의 다수 제약사가 NK T세포 림프종을 포함한 T세포 림프종에 대한 임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뮨온시아가 의미 있는 생존지표와 바이오마커 데이터를 확보한 만큼, 후속 3상 설계와 파트너십 논의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여지도 있다.
다만 항암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각국 규제당국의 허가를 위한 추가 임상과 대규모 안전성 검증이 필수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해외에서는 미국 FDA와 유럽 규제기관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특히 면역항암제는 면역 관련 부작용 발생 양상이 다양해, 장기 추적과 리얼월드 데이터 축적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번 2상에서 뚜렷한 독성 신호가 보이지 않았지만, 더 큰 규모의 환자군에서 유사한 안전성 프로파일이 재현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뮨온시아는 NK T세포 림프종을 교두보로 삼아 댄버스토투그의 적응증을 다른 혈액암과 고형암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PD L1 발현이 낮은 환자에서도 높은 반응률을 보인 만큼, 세포막 특이성 기반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기존 체크포인트 억제제에 반응하지 않던 환자군으로 시장을 넓힐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회사는 댄버스토투그(IMC 001)와 또 다른 단일 항체 IMC 002를 기반으로 IMC 201 등 이중항체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항체약물접합체와 향후 mRNA 플랫폼까지 접목해 다양한 면역항암 모달리티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항체를 축으로 한 멀티 모달리티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미국과 유럽의 선두 면역항암 기업들과도 경쟁 가능한 기술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뮨온시아 김흥태 대표는 재발·불응 NK T세포 림프종 환자에게 절실한 새로운 치료 대안을 만들기 위해 댄버스토투그 개발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임상 2상 성과가 후속 대규모 임상과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 협상으로 이어질지, 그리고 AI 기반 세포막 특이성 바이오마커가 면역항암제 개발의 새 표준으로 확산될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