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알뜰폰 전산 교체”...이통3사 번호이동 하루 멈춘다

장서준 기자
입력

이동통신사의 번호이동 시스템이 하루 동안 멈춘다. 알뜰폰 전용 전산시스템을 차세대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예고되면서, 번호이동에 의존하는 가입 경쟁과 유통 구조에도 일시적인 숨 고르기가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는 단기적인 불편을 감수하는 대신 장기적으로 더 많은 트래픽과 다양한 사업자 대응이 가능한 인프라를 확보하는 전환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향후 모바일 가입 절차와 알뜰폰 경쟁의 효율성을 가르는 기술 기반이라는 점에서 통신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대부분의 알뜰폰 사업자들은 오는 20일을 임시 휴무일로 정하고 번호이동 업무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번호이동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인 알뜰폰 전용 전산시스템을 차세대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하루 동안 집중 수행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KTOA가 각 사업자 요청을 취합해 이날을 공식 임시 휴무일로 지정했다.

이번 조치는 데이터 변경이 수반되는 모든 번호이동 서비스에 적용된다. 신규 가입자가 기존 번호를 유지한 채 다른 통신사 혹은 알뜰폰으로 이동하는 일반 번호이동뿐 아니라, 사업자 간 회선 변경 과정에서 전산 데이터에 변동이 발생하는 유사 서비스도 사실상 중단 대상에 포함되는 구조다. 통신망 자체는 정상 운영되지만, 가입자 정보를 처리하는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 전환 작업에 들어가면서, 실시간 번호이동 처리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알뜰폰 전용 전산시스템의 차세대 전환은 기존 시스템의 처리 용량과 안정성 한계를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 시장이 확대되면서 가입자 수와 사업자 수가 늘고, 요금제와 프로모션 조합이 복잡해진 만큼, 번호이동과 개통을 동시에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인프라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트래픽 처리 성능을 높이고 장애 대응 기능을 고도화해, 번호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던 간헐적 지연이나 오류 빈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고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 20일 접수되는 번호이동 신청을 모두 예약 가입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고객이 대리점이나 온라인을 통해 번호이동을 신청하면, 실제 회선 전환과 개통은 전산 전환 작업이 마무리된 뒤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구조다. 업계는 번호이동 예약 개통이 22일부터 정상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21일에는 전산 안정화와 점검을 진행하는 일정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통신 시장에서 번호이동 시스템은 이동통신 3사와 알뜰폰 사업자가 공통으로 의존하는 핵심 인프라다. 한 번 구축하면 전 사업자가 같은 규격과 절차로 접속해, 고객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구조여서, 일부 사업자만 따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기가 어렵다. 특히 이번처럼 알뜰폰 전용 전산을 교체하는 경우 전체 번호이동 프로세스가 영향을 받는 만큼, 하루 단위의 전면 중단이라는 강수도 불가피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해외 주요 시장에서도 번호이동과 관련된 전산 시스템 업그레이드는 주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야간 시간대 또는 주말에 부분 중단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 사례가 많지만, 사업자와 가입자 구성이 복잡해질수록 일정 기간 신규 번호이동을 제한하는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국내의 경우 알뜰폰 사업자 수가 많고, 요금제 구조가 세분화돼 있어, 단일 기술 규격으로 맞추는 작업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차세대 전산 도입을 계기로 향후 사물인터넷 회선, eSIM 기반 회선 전환, 기업용 회선 관리 등까지 통합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전산 인프라가 고도화될수록 번호이동 처리 속도뿐 아니라, 부가 서비스, 실시간 요금 검증, 고객 맞춤형 상품 제안 등에도 확장 활용될 수 있어서다. 다만 실제 성능과 안정성은 향후 몇 달간의 운영 결과를 통해 검증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20일을 전후한 시점에 번호이동을 계획한 소비자들의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 특히 온라인 중심 알뜰폰 가입을 준비하던 고객층의 문의가 증가할 수 있어, 각 사업자의 사전 안내와 보상 정책 수준이 고객 경험을 좌우하는 변수로 거론된다. 통신사들은 공지 강화와 함께, 예약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한 개통 처리 속도 관리에 신경을 쏟을 전망이다.

 

통신 산업계는 이번 차세대 전산 전환이 알뜰폰 시장 성장과 5세대 이후 통신 인프라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초 작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단기간의 서비스 중단과 이후 초기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잔여 오류 관리가 관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결국 번호이동 시스템의 기술적 업그레이드 못지않게, 이용자 안내와 서비스 품질 관리 등 제도와 운영 측면의 균형이 향후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

장서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sk텔레콤#kt#lg유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