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 심전도 AI가 판독"…메디컬에이아이, 유럽에 기술 과시
스마트워치 심전도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심부전 등 심장질환 위험을 예측하는 기술이 유럽 심장학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메디컬에이아이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ESC 디지털 및 인공지능 국제회의 2025에서 웨어러블 기반 심전도 분석 솔루션을 시연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새로운 진입 모델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스마트워치 데이터와 의료용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시도가 향후 비대면 심장질환 관리 패러다임의 분기점이 될 수 있는 흐름으로 보고 있다.
메디컬에이아이는 지난달 21일 유럽심장학회가 주최한 ESC 디지털 및 인공지능 국제회의 2025에서 스마트워치 심전도 분석 AI 솔루션의 현장 시연을 진행했다고 15일 밝혔다. 같은 행사에서 구술 발표 1건과 포스터 발표 2건도 수행하며 기술 개발 성과를 공유했다. 특히 구술 발표는 경쟁 심사를 통과한 소수 연구자에게만 허용된 세션으로, 메디컬에이아이의 심전도 분석 기술이 혁신성과 학술적 가치를 모두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SC 디지털 및 인공지능 국제회의 2025는 세계적 심장학 학술단체인 유럽심장학회가 올해 처음 연 심포지엄이다. 유럽심장학회는 심장질환 진단과 치료 전 과정에 AI 도입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심전도와 영상, 유전체 등 다양한 데이터 기반의 AI 활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별도 국제 행사를 신설했다. 메디컬에이아이는 이 자리에서 심부전, 심근경색, 대동맥판막협착증 등 주요 심장질환을 스마트워치 심전도만으로 조기 탐지하려는 기술 방향을 소개하며, 심전도 분석 인공지능 분야 글로벌 선도 기업 이미지를 강화했다.
이번 현장 시연에는 메디컬에이아이의 심부전 진단 보조 AI 소프트웨어인 AiTiALVSD-1L가 적용됐다. AiTiALVSD-1L는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장비로 측정한 단일유도 심전도 데이터를 딥러닝 기반 모델에 입력해, 좌심실 기능 저하와 연관된 심부전 가능성을 점수화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지난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세계 최초로 스마트워치 기반 심부전 진단 보조 기능에 대한 제조허가를 획득해 상용화의 첫 관문을 통과했다.
시연 과정에서 참가자는 행사장에 비치된 갤럭시워치로 자신의 심전도를 실시간 측정했다. 데이터는 즉시 클라우드 상의 인공지능 서버로 전송됐고, 분석 시작 후 10초도 지나지 않아 0부터 100 사이 심부전 가능성 점수와 위험도 등급이 화면에 제시됐다. 기존 병원 심전도 검사에서는 장비 연결과 측정, 판독에 여러 단계가 필요하지만, 스마트워치와 AI를 결합한 형태는 측정부터 결과 확인까지 절차를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 의료진과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시연에 참여한 한 참관객은 스마트워치 단일유도 심전도로 심부전 여부를 추정할 수 있다는 점에 놀라움을 표하며, 한국의 심전도 분석 인공지능 기술 수준과 보급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평가했다.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데모 세션에서 메디컬에이아이 부스는 관람객으로 붐볐고, 30여 명이 직접 심전도 측정과 분석 결과 확인에 참여했다. 이는 웨어러블 데이터의 임상적 활용 가능성에 대한 현장의 체감 수요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구술 발표 세션에서는 AI for ECG analysis를 주제로 메디컬에이아이의 심전도 분석 알고리즘 구조와 학습 데이터 구축 방식, 임상 검증 결과가 공개됐다. 연구진은 심부전 외에도 심근경색과 대동맥판막협착증 등 고위험 심장질환으로 적용 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삼성전자와의 협력 사례를 통해, 스마트워치 하드웨어와 의료용 AI 소프트웨어가 결합하는 형태의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모델을 제시했다.
웨어러블 기반 심전도 분석 AI 기술은 전통적인 12유도 심전도 장비와 비교하면 데이터 양과 해상도 측면에서 한계가 있지만, 상시 모니터링과 이상 징후 조기 감지에 강점이 있다. 메디컬에이아이는 딥러닝 모델을 통해 단일유도 신호에서 추출할 수 있는 특징량을 극대화하고, 다수의 실제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고도화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접근은 병원 방문 시점에만 포착되던 이상 신호를 일상 생활의 측정 데이터에서도 찾아내겠다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해외에서도 애플워치나 기타 웨어러블을 이용한 심방세동 탐지, 부정맥 경고 서비스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만 심부전이나 심근경색처럼 구조적 이상과 연관된 질환을 스마트워치로 추정하는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로, 정확도와 규제 승인 측면에서 높은 문턱이 존재한다. 메디컬에이아이가 식약처 인허가를 확보했다는 점은 임상적 유용성과 안전성에 대한 최소 기준을 통과했다는 의미로, 유럽과 미국 등 해외 규제기관의 심사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행사에서 현장 시연과 발표를 총괄한 이민성 메디컬에이아이 메디컬그룹장은 심전도 분석 인공지능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음을 확인한 자리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기술력에 대한 현지 반응이 예상 이상으로 뜨거웠다며,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직접 확인한 계기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각국의 원격의료와 디지털 헬스 규제 정비 속도에 따라 메디컬에이아이 같은 소프트웨어 기반 기업의 성장 경로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유럽은 디지털 헬스케어와 의료 AI에 대해 비교적 엄격한 규제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메디컬에이아이의 다음 과제는 현지 의료기기 인증과 데이터 보호 규정 준수, 병원 시스템과의 연동 검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각국 보험제도 속에서 웨어러블 기반 진단 보조 솔루션을 어떤 형태로 보상 체계에 편입할지 여부도 상용화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산업계는 스마트워치 심전도와 AI를 결합한 기술이 실제 의료현장과 보험 시스템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