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10배 폭증·지분율 5%p 급등…대원전선, 외국인 매수에 4,000원선 회복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의 기록적인 대량 매수가 맞물리며 대원전선 주가와 거래가 12일 폭발적으로 뛰었다. 단숨에 지분 구조와 수급 구도가 바뀌는 ‘손바뀜’이 진행되면서 향후 전력망 투자 사이클 수혜주로 부각될지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인프라 수요와 경영진 지분 매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하면서도, 단기 과열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12일 장 마감 기준 대원전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25원(17.68%) 급등한 4,160원을 기록했다. 장 초반 3,560원에서 출발한 뒤 외국인 매수세가 본격 유입되며 장중 한때 4,595원까지 치솟아 상한가에 근접했다. 그동안 3,500원대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하던 흐름을 하루 만에 뒤집으며 직전 고점 매물대를 강하게 돌파했다.

거래량은 전일 대비 10배 이상 폭증한 2,577만 주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약 3,206억 원, 상장주식수 약 7,707만 주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에 상장주식수의 3분의 1이 넘는 물량이 매매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전형적인 거래량 동반 장대양봉 패턴으로 단기 하락 추세를 반전시키는 신호가 나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강한 ‘쌍끌이 매수’가 눈에 띈다. 12일 하루 동안 외국인은 392만 주를, 기관은 230만 주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는 대거 매도에 나서며 보유 물량을 털어냈다. 특히 외국인 지분율은 11일 4.4%에서 12일 9.5%로 하루 만에 5.1%포인트 급등했다. 시가총액과 유통 물량을 고려하면 특정 외국인 주체의 공격적인 물량 확보가 이뤄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외국인 매집이 단기 시세 차익보다는 중기적 관점의 지분 재편 성격이 짙다고 본다. 시장 관계자들은 “외국인 지분율이 하루 만에 두 배 이상 뛰는 사례는 드물다”며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망 증설과 교체 수요, 경영진의 연이은 지분 매입 등이 겹치면서 중장기 성장 스토리를 본 외국인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 달간 대원전선 주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전력 인프라 슈퍼사이클’과 ‘내부자 매수’다. 챗GPT 확산 이후 글로벌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력 부족 우려와 송배전망 확충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고용량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변전 설비·케이블 교체는 필수 투자 항목으로 꼽히며, 전력 케이블 업체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명환 대표이사를 비롯한 오너 일가가 지난해 11월 이후 장내에서 지분을 꾸준히 매입한 점도 신뢰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영진이 직접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만큼 향후 실적과 성장성에 대한 내부 확신이 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졌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오너 일가의 지분 확대가 외국인 매수의 촉매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대원전선은 코스피 전선 업종 내 중소형주로, 업계 대형사인 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과 비교하면 시가총액은 작지만 주가 탄력성이 높은 편이다. 상장주식수가 7,000만 주를 웃돌아 유동성이 나쁘지 않은데다, 전력 인프라 투자 모멘텀에 따라 빠르게 수급이 쏠릴 수 있는 구조다. 다만 밸류에이션은 이미 업계 평균을 상당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2024년 대원전선 매출액은 5,528억 원, 영업이익은 143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7.25%, 영업이익은 약 9% 성장하며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영업이익률은 2.59%로 제조업 평균 대비 높지 않지만, 안정적인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는 비교적 양호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부채비율은 2022년 168% 수준에서 2024년 99.39%까지 낮아졌다. 유보율도 190%대로 높아지며 향후 설비투자와 신사업 진출 여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는 최근 전선 생산 설비 확충에 나서며 글로벌 전력 인프라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주력인 절연전선과 전력전선 매출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해 구리 가격 상승과 송배전망 투자 확대의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자동차 전선과 알루미늄 휠 사업에서도 현대기아차그룹 등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하고 있어 사업 포트폴리오의 방어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AI 산업 확장에 따른 전력 설비 부족 우려가 커지는 만큼 회사가 추진 중인 해외 수출 확대 전략에도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글로벌 전력망 교체 수요와 연계된 수주가 본격화되면 중장기 실적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데이터센터 증설과 재생에너지 전환 등으로 글로벌 전력 인프라 투자가 장기화될 경우 전선 업종 전반에 구조적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며 “대원전선은 중소형주라는 점에서 수급이 쏠릴 때 주가 레버리지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단기적으로는 기술적 가격 구간이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12일 대량 거래가 발생한 장대양봉의 시가인 3,600원 선을 강한 지지선으로, 직전 고점인 4,500원대를 주요 저항 구간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져 4,000원 안착에 성공하고 4,500원을 상향 돌파할 경우, 새로운 신고가 영역으로 시세가 확장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현재 주가 기준 2024년 실적을 반영한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33.61배 수준으로, 전통 제조업 평균과 비교해 상당한 프리미엄 구간에 위치해 있다. 향후 전력망 교체 수요 확대 등 성장 스토리가 실적 숫자로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밸류에이션 부담이 단기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AI 인프라 수혜 기대가 빠르게 주가에 선반영된 만큼 실적 발표 시점마다 눈높이 조정에 따른 변동성을 각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간 17% 넘는 급등과 외국인 지분율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급등 피로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단기 차익 실현 물량이 언제든 쏟아질 수 있는 상황인 데다, 전선업 특성상 원재료인 구리 가격 변동이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업계에서는 추격 매수보다는 외국인 수급이 지속되는지, 가격 조정 구간에서 거래량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보며 접근하는 전략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AI·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라는 구조적 모멘텀과 중소형 전선주의 높은 주가 탄력성이 맞물려 당분간 관련 종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미국과 유럽의 데이터센터·송배전망 투자 계획, 구리 등 원자재 가격 흐름, 개별 기업의 수주 공시와 실적 발표가 주가 향방을 좌우할 변수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다음 분기 실적과 글로벌 전력 인프라 투자 계획 업데이트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기업·정책 발표 일정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