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둔화 속 나스닥만 상승”…미국 증시, 금리 인하 기대와 경기 침체 우려 교차
16일(미 동부시간) 미국(USA) 뉴욕증시는 11월 비농업 고용 통계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고용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실업률이 4% 중반대로 뛰어오르며 경기 둔화 신호가 포착되자, 투자자들이 연방준비제도(Fed)의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과 경기 침체 리스크 사이에서 방향성을 가늠하는 모습이다. 이번 움직임은 미국 증시 내 대형 기술주 중심 쏠림과 한국 투자자들의 해외 기술주 선호를 재확인시키며 글로벌 자금 흐름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에드워드 존스의 애프터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부가 발표한 11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6만4천 명으로 시장 예상치인 5만 명을 상회했다. 다만 9월 10만8천 명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크게 둔화됐다. 동시에 실업률은 4.6%로 치솟아 2021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라이언 웰던 IFM인베스터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 고용시장이 “구조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하며, 냉각 조짐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고용 둔화는 연준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의 근거로 활용될 수 있지만,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경고로도 읽히며 정책 판단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톱스타뉴스)](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7/1765922904051_894951653.jpg)
지수별 성적은 엇갈렸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02.3포인트(−0.62%) 하락한 48,114.26으로 마감하며 약세를 면치 못했다.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도 16.3포인트(−0.24%) 떨어진 6,800.21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종합지수는 54.05포인트(0.23%) 오른 23,111.46으로 마감해 3대 지수 가운데 유일하게 상승했다. 나스닥 100 지수 역시 0.26% 올랐지만,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0.55% 내려 대형 기술주 중심 쏠림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변동성을 가늠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16.50에서 보합권을 유지하며 공포 심리가 급격히 악화되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섹터별로는 성장주와 가치주 간 온도차가 뚜렷했다. 기술주와 임의소비재 등 성장 업종은 시장 평균을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헬스케어와 에너지 같은 가치주 중심 섹터는 각각 1% 이상 떨어져 다우지수를 끌어내렸다. 채권 시장에서는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4.15% 수준으로 내려앉으며 안정을 찾았고, 상품 시장에서는 러시아(Russia)와 우크라이나(Ukraine) 간 평화 협상 기대감이 확산되며 국제 유가가 2% 이상 급락했다. 서방 제재와 전쟁 리스크 완화 기대가 공급 불안 심리를 누그러뜨리는 가운데, 세계 수요 둔화 우려까지 겹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5.27달러까지 밀려 에너지주 전반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이날 뉴욕 증시를 실질적으로 지탱한 것은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로 불리는 미국 빅테크였다. 테슬라는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기대와 로보택시 사업 성장성에 대한 낙관론이 겹치며 3.04% 급등, 489.78달러로 마감해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도 지난주 급락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0.81% 오른 177.7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브로드컴 등은 강보합세를 보이며 지수 방어에 힘을 보탰지만, 알파벳 A는 0.54% 하락해 일부 차익 실현 움직임도 나타났다.
국제 유가 급락 여파로 에너지 섹터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기대가 부각되면서 석유 수급 우려가 누그러졌고,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까지 겹쳐 주요 에너지 기업 주가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 흐름을 두고 “지정학 요인에서 경기 사이클 요인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고 평가하며, 향후 글로벌 에너지 안보와 산유국 재정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편,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 ‘직구’ 행태도 눈에 띄었다. 한국예탁결제원 통계는 현지 매매 체결일 기준으로 2~3일의 결제 시차와 집계 지연을 감안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종목별 쏠림 양상은 뚜렷하다. 12월 15일 기준 테슬라 보관금액은 43조 5,675억 원으로, 직전 집계일보다 1조 4,850억 원 늘어났다. 이는 16일 테슬라 주가가 3% 넘게 급등한 흐름과 맞물리며, 한국 개인투자자의 강한 매수세가 글로벌 수급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아이온큐의 경우 16일 주가가 7.76% 급등해 49.65달러를 기록했음에도, 15일 기준 보관금액은 4,822억 원 감소한 5조 1,865억 원으로 집계됐다. 단기 급등 국면에서 한국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섰거나,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 비중을 줄였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엔비디아의 보관금액은 2,063억 원 증가한 24조 7,990억 원으로 나타나, 주가 상승과 함께 한국 투자자들의 AI·반도체 테마 선호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투기적 성향도 감지된다. 테슬라의 하루 수익률을 1.5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강세 1.5배 ETF’(TSLL)의 보관금액이 3,125억 원 증가한 것은, 추가 상승에 베팅하는 공격적 자금이 적지 않다는 신호로 읽힌다. 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 추종하는 SOXL ETF는 주가가 1.75% 하락했음에도 보관금액이 1,326억 원 늘어, 반도체 업황 바닥론에 근거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단기적인 가격 하락 구간에서는 평가 손실이 확대될 소지가 있어 위험 관리 필요성이 제기된다.
12월 15일 기준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증시 상위 50개 종목 보관금액 합계는 181조 17억 원으로, 전일 대비 1,896억 원 증가했다. 전체 미국 주식 보관 규모는 2025년 10월 고점 이후 한때 숨 고르기를 거쳤지만, 12월 들어 239조 원 안팎을 유지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 증시 부진과 달리 미국 빅테크 성장성에 대한 신뢰가 굳건하다는 점에서, 향후 미국(USA) 경기와 기술주 실적 방향성에 한국 자산시장의 민감도가 커졌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현재 글로벌 시장은 ‘연착륙’ 기대와 ‘경기 침체’ 공포 사이에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크리스 자카렐리 노스라이트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 참여자들은 금리 인하를 반기지만, 그것이 급격한 경기 침체 대응 카드라면 결국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 지표의 균열과 소비심리 약화 조짐은 기업 이익 전망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뉴욕타임스와 CNBC 등 미국 주요 매체도 이번 고용 통계를 두고 “연준의 다음 행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보다는 오히려 복잡성이 커졌다”고 평가하며, 성장주 랠리가 펀더멘털 개선 없이 이어질 경우 조정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동 시장과 소비, 물가 지표의 미세한 변화가 자산 가격에 과민 반영되는 국면이라며, 빅테크 중심 랠리가 어떤 방향으로 끝날지에 따라 글로벌 자금 흐름 재편 속도도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시장 참가자들에게는 수익 추구와 위험 관리의 균형이 요구되고 있다. 단기 상승장에 편승하는 ‘군중 심리’가 강해지는 가운데, 금리와 성장률, 기업 실적의 괴리를 꼼꼼히 점검하지 않을 경우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와 투자자들은 향후 발표될 미국(USA)의 추가 경제 지표와 연준 커뮤니케이션이 증시 방향성을 얼마나 명확히 제시할지 주시하고 있다. 이번 고용 둔화 신호가 연착륙의 완만한 조정 단계로 귀결될지, 경기 침체 전조로 굳어질지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