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징역 15년 구형 다음 날 특검 출석…김건희, 고가 금품수수·매관매직 의혹 수사 분수령

윤선우 기자
입력

고가 금품수수 의혹과 매관매직 의혹을 둘러싸고 김건희 여사와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정면 충돌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으로 징역 15년이 구형된 지 하루 만에 이어지는 특검 소환 조사가 정국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지난 9월 25일 첫 소환 조사 이후 70일 만에 다시 특검 문을 두드리게 됐다.  

이보다 앞서 특검팀은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1억4천만원에 구입한 뒤 김 여사에게 전달하고, 지난해 4·10 총선 공천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조사한 바 있다. 당시 수사는 고가 미술품 제공과 공천 청탁 간의 대가 관계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번 소환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고가의 금품을 받고 공직 임용과 사업 편의를 도왔는지 여부, 다시 말해 매관매직과 유사한 구조의 청탁·수수 의혹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수사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나토 목걸이 의혹이다.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후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이 김 여사 측에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등 고가 귀금속을 전달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청탁 대가성을 캐묻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봉관 회장은 지난 8월 특검팀에 제출한 자수서에서 귀금속을 선물하며 맏사위인 박성근 변호사의 공직 임용을 청탁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여사는 해당 목걸이를 실제로 받았는지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특검팀은 2022년 3∼4월 제기된 또 다른 금품수수 의혹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같은 시기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으로부터 공직 임용 청탁과 함께 금거북이 등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수수 경위와 전달 경로를 확인한다는 구상이다.  

 

그해 9월 제기된 명품시계 수수 의혹도 조사 대상이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는 로봇개 사업가 서성빈 씨로부터 사업 편의를 청탁받는 대가로 5천만원 상당의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시계의 실제 제공 여부와 함께 사업상 이익이 약속됐는지 등 양측 사이의 합의 내용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날 조사에서 김 여사를 상대로 청탁과 금품 제공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각종 정황을 종합 점검할 계획이다. 확보된 진술과 자료를 토대로 적용 가능한 법리를 검토한 뒤, 금품 공여자로 지목된 인사들의 피의자 전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사 범위는 향후 더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검팀은 김 여사를 오는 11일 다시 불러 종묘 차담회, 해군 선상 술 파티 등 국가 자산 사적 유용 의혹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대통령 부인으로서 공적 공간과 군 자산을 어떤 절차를 거쳐 사용했는지, 사적 행사와 구분이 이뤄졌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 여사는 이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 선거개입 의혹, 건진법사·통일교 청탁 관련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29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여사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15년을 재차 요구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에 대해 징역 11년과 벌금 20억원, 추징금 8억1천144만원을,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4년과 추징금 1억3천72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 가족을 둘러싼 중대 형사 사건이 특검 수사와 법원 심리 단계에서 동시에 진행되면서 정국이 장기 불안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재판 결과와 특검 수사 결론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야 모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며 향후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 여사에 대한 추가 소환 조사를 통해 금품수수 의혹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를 최대한 규명한 뒤, 관련자 처리 방향과 수사 마무리 시점을 검토할 계획이다. 국회와 정치권은 특검 수사 추이를 예의 주시하며 향후 회기에서 책임 공방과 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윤선우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김건희#민중기특별검사팀#도이치모터스주가조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