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절벽이 M&A 부른다”…국내바이오, 기술수출 탄력
제약과 바이오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가라앉으면서 국내 관련 종목이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의약품 관세와 약가 정책 우려가 완화된 데다,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며 기술집약적 바이오텍 기업의 가치 재평가 움직임이 나타나는 흐름이다. 올릭스와 릴리, 알테오젠과 아스트라제네카 등 기술수출과 공동개발 계약이 연이어 성사되면서 국내 코스닥 바이오텍을 중심으로 주가 탄력이 커졌고,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주요 제약과 바이오 기업으로 구성된 KRX헬스케어지수는 최근 6개월, 6월 12일부터 12월 12일까지 21.09퍼센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KRX300헬스케어지수도 18.09퍼센트 올라 시장 전체 대비 강한 흐름을 보였다. 상반기 내내 미국발 관세와 약가 인하 우려가 투자 심리를 짓눌렀지만, 하반기 들어 글로벌 제약사와 미국 정부 간 협상이 구체화되면서 정책 리스크가 상당 부분 정리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기술력 기반 코스닥 바이오텍의 주가 상승 폭이 두드러진다. 씨어스테크놀로지는 6개월 동안 1만9450원에서 11만3100원까지 올라 481.49퍼센트 상승했다. 오름테라퓨틱은 1만8340원에서 9만1400원으로 398.36퍼센트 뛰었다. 같은 기간 로킷헬스케어 346.6퍼센트, 바이젠셀 313.55퍼센트, 디앤디파마텍 259.81퍼센트, 일동제약 246.64퍼센트, 한스바이오메드 232.17퍼센트, 온코닉테라퓨틱스 226.78퍼센트,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 195.64퍼센트 등 다수 종목이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형주와 중형주에서도 견조한 흐름이 관측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23퍼센트, 셀트리온은 15.17퍼센트 올랐고 알테오젠은 6.13퍼센트, 에이비엘바이오는 138.39퍼센트 상승했다. SK바이오팜 42.92퍼센트, 유한양행 9.14퍼센트, 리가켐바이오 49.32퍼센트, 펩트론 39.99퍼센트, 한미약품 41.65퍼센트, 삼천당제약 38.72퍼센트, SK바이오사이언스 12.26퍼센트 등 상장사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정책 리스크 완화와 금리 환경 변화가 이번 랠리의 기반을 만들었다고 본다. 미국 정부의 약가 협상과 관세 정책 방향이 대략 윤곽을 드러내면서 글로벌 제약사와 투자자들이 비용과 수익 구조를 보다 명확하게 가늠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연구개발 기간이 긴 바이오텍 기업에 대한 할인율 부담이 줄어들고, 장기 수익을 반영한 밸류에이션 상향 요인이 부각되는 흐름이다.
글로벌 제약 산업 구조 변화도 국내 기업에 우호적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메리츠증권 김준영 연구원은 2025년부터 2034년 사이 주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빅파마 매출 약 2340억 달러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 제약사 입장에서는 공백을 메울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가 절박해지고 있어, 기술수출과 후보물질 도입, 인수합병 같은 사업개발 활동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특히 빅파마들이 중장기 공동연구보다 단기간 매출 기여가 가능한 파이프라인 확보에 초점을 맞추면서 인수합병을 늘리는 흐름에 주목했다. 이런 전략 변화는 플랫폼 기술을 가진 국내 바이오텍과 후보물질 단계 신약개발 기업에 직접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올릭스와 릴리, 알테오젠과 아스트라제네카, 에이비엘바이오와 GSK 및 일라이릴리, 알지노믹스와 일라이릴리, 에임드바이오와 베링거인겔하임 사이 기술수출과 공동개발 계약이 연이어 발표되며 수익 구조 다변화 기대를 키우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김승민 연구원은 내년에도 제약과 바이오 업종이 의약품 산업 밸류체인 전반에서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상업화 부문에서 국산 신약의 글로벌 시장 침투가 본격화될 여지가 있고, 생산 부문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같은 위탁개발생산 업체들이 빅파마와 대형 생산 계약을 계속 수주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연구개발 부문에서는 국내 바이오텍들의 라이선스 아웃과 기술 파트너십 계약이 추가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김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유한양행을 선호 종목으로 제시했고, 에이비엘바이오와 오스코텍, 오름테라퓨틱, 디앤디파마텍, 에이프릴바이오를 주목할 바이오텍으로 꼽았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업 가능성, 신약 파이프라인 경쟁력, 플랫폼 기술 확장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약가 규제와 같은 정책 변수와 글로벌 금리 흐름이 향후에도 제약과 바이오 업종의 방향성을 가를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특허 절벽과 파이프라인 공백을 메우려는 빅파마의 전략 변화가 국내 기업과의 기술수출, 공동개발, 인수합병 기회를 얼마나 현실화할지가 중장기 주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모멘텀이 단기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실제 파이프라인 성과와 상업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