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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상업발사 재도전”…이노스페이스, 한빛나노로 민간우주 시험대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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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발사체 기술이 우주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가 소형 위성 발사 수요를 겨냥한 첫 상업 발사체 한빛나노 재도전에 나서면서, 국내 민간 우주 발사 서비스 본격 진입 여부가 시험대에 오른다. 단순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고객 탑재체를 우주로 올리는 단계로 옮겨가는 시점이라 업계는 이번 발사를 한국형 스페이스X 모델 검증의 분기점으로 본다.

 

이노스페이스는 21일 한빛나노를 23일 오전 3시 45분 한국 시간 기준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에서 다시 쏘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20일 오전 9시 30분 발사를 앞두고 추진제 충전 과정에서 2단 액체 메탄탱크 배출 밸브가 간헐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감지돼 발사가 중단됐다. 회사는 예방적 판단에 따라 연료 주입을 멈추고 발사 시퀀스를 철회했다.

문제가 된 부품은 발사체 상단부 압력을 제어하는 핵심 밸브다. 발사체는 비행 과정에서 탱크 내부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연소 안정성과 구조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해당 밸브가 닫힌 상태에서 정상적으로 열고 닫히지 않으면 탱크 내부 압력이 계속 상승해 파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노스페이스가 결함 징후 단계에서 즉시 중단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회사는 추진제를 모두 배출한 뒤 발사체를 수평 상태로 내려 발사대에서 분리한 후 전반적인 기능과 구조를 점검했다. 점검 결과 문제는 액체 메탄탱크 배출 밸브에 국한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다른 부품이나 계측 계통에서는 추가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밸브는 예비품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교체 작업이 가능하며, 밸브 교체 후에는 원인 분석 결과를 반영해 최종 기능 검증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한빛나노는 이노스페이스가 개발한 소형 위성 발사용 상업 로켓으로, 액체 추진제 기반 엔진과 경량 구조 설계를 결합해 발사 비용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액체 메탄을 사용하는 2단 추진계는 연소 효율이 높고, 배기가스가 상대적으로 깨끗해 반복 발사와 재사용 기술로 확장하기에 유리한 연료 조합으로 평가된다. 기존 고체 연료 기반 시험 발사체에 비해 제어성과 추력 조절 능력이 향상돼 정밀 궤도 투입에 강점을 갖는다.

 

특히 이번 재발사는 단일 발사를 넘어 발사 운용 능력과 품질 관리 체계를 입증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진다. 발사 전 마지막 단계에서 나타나는 부품 이상을 어떻게 탐지하고 대응하는지가 상업 서비스 신뢰도의 핵심 지표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밸브 교체와 재검증 절차를 신속히 처리하면서도 안전 기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소형 위성 시장은 지구 관측, 통신, 데이터 수집 수요 확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소형 발사체를 이용해 저궤도에 위성을 올리려는 발사 서비스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노스페이스가 한빛나노 발사에 성공한다면, 국내에서 독자 설계한 소형 발사체로 상업 발사를 수행한 민간 기업으로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향후 반복 발사, 다수 고객 탑재체 서비스 모델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브라질 알칸타라 우주센터를 발사 거점으로 선택한 점도 주목된다. 알칸타라는 적도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어 같은 연료량으로도 더 큰 속도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위성을 저궤도에 투입할 때 연료 효율을 높이고, 발사체 설계 여유도를 넓히는 효과가 있다. 유럽과 미국 업체들도 적도 인근 기지를 활용하는 추세라, 한국 민간 기업이 해외 거점을 활용해 글로벌 발사 서비스 네트워크에 진입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발사 윈도우 마지막 날인 23일, 현지 시간 22일에는 비 예보가 있어 일정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날씨, 고도풍, 상공 구름량 등 기상 조건은 발사 안전성을 직접 좌우하는 요소여서, 이노스페이스는 기상 상황에 따라 발사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발사 윈도우 내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일정 조정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스페이스X를 비롯한 민간 발사 서비스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소형 발사체 영역에서는 미국과 유럽, 중국 기업들이 잇달아 시험 발사와 상용 발사를 진행하며 고객 기반을 넓히고 있다. 이노스페이스가 한빛나노로 상업 발사에 성공한다면, 국내 민간 기업도 이 경쟁 구도에 본격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동시에 반복 발사를 통해 신뢰도를 축적해야만 안정적인 수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비행은 장기 레이스의 첫 관문 성격을 갖는다.

 

이노스페이스는 발사 연기 결정에 대해 안전 최우선 원칙을 강조했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첫 상업 발사를 앞둔 일정 조정으로 우려를 끼쳤다고 사과하면서도, 발사체 개발과 운용은 수많은 변수가 동시에 작동하는 고난도 기술 영역인 만큼 남은 준비 시간 동안 철저한 점검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재도전 결과가 이노스페이스의 향후 투자 유치와 글로벌 파트너십, 추가 발사 계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우주 산업은 정부 주도의 발사체 개발과 공공 프로젝트에서 민간 기업 주도의 상용 서비스 단계로 전환 기로에 서 있다. 한빛나노 발사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한국 민간 기업이 해외 발사장과 협력해 자력으로 상업 발사를 수행하는 첫 사례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계는 한빛나노가 예정된 발사를 무사히 마치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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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스페이스#한빛나노#브라질알칸타라우주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