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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조작정보 가중배상 추진…방미통위, 플랫폼 규제 신호탄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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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조작정보 규제가 국내 디지털 플랫폼 산업과 온라인 정보 생태계의 새로운 분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수장을 앞둔 김종철 위원장 후보자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가중 배상제도 도입을 지지하며, 플랫폼 사업자 책임 강화와 표현의 자유 보호를 동시에 언급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광고와 추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국내 플랫폼 산업은 향후 허위정보 유통에 따른 금전적 책임과 규제 준수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산업 구조 전반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후보자는 15일 공개된 서면 답변서에서 허위조작정보 규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가중 배상제도 도입을 명확히 지지했다. 그는 일반 손해배상만으로는 악의적인 허위조작정보 유통을 억제하는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대량 확산되는 허위조작정보가 개인 명예와 인격권 침해를 넘어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까지 마비시키며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가 정의한 허위조작정보는 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할 목적을 가지고 객관적 사실이 아닌 내용을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생산하거나 유포하는 정보다. 그는 그동안 공론장에서 흔히 사용돼온 가짜뉴스라는 표현이 언론 활동과 표현의 자유 전반을 위축시키는 부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어, 보다 엄밀하고 법적 판단이 가능한 허위조작정보라는 용어가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규제 대상 정보를 개념적으로 명확히 하는 것이 향후 법 적용의 예측 가능성과 산업 영향 최소화에 중요한 전제가 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가중 배상제도와 관련해 김 후보자는 허위조작정보 유통의 핵심 유인 가운데 하나가 광고 수익 등 경제적 이익이라고 지적했다. 단순 삭제나 정정 요구만으로는 악성 정보 생산자를 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경제적 유인을 차단할 수 있는 가중 배상 장치를 도입해 피해자의 인격권과 재산권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국내 플랫폼 기업과 콘텐츠 유통 사업자는 향후 허위조작정보와 연관된 수익 구조를 재점검하고, 내부 위험 관리 체계를 고도화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김 후보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의결된 정보통신망법 대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해당 대안이 가중 배상 대상이 되는 허위조작정보의 범위를 허위성, 조작성, 해악성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도록 설계해 자의적 해석 여지를 줄였고, 공익 목적의 보도는 명시적으로 가중 배상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언론 자유 침해 논란을 완화하는 절차적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구조가 과도한 위헌 논란을 일정 부분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에 대해 김 후보자는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 제도의 병행 도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전략적 봉쇄소송은 비판적 발언을 위축시키기 위해 제기되는 남용 소송을 의미하는데, 허위조작정보 가중 배상과 결합될 경우 정당한 비판까지 막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김 후보자는 가중 배상제도와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 제도를 함께 도입하는 것이 헌법상 기본권 간 충돌을 완화하고, 표현의 자유와 책임의 균형을 도모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규제와 방어 장치를 동시에 설계하는 이 같은 접근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법제 설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플랫폼 책임과 관련해서도 김 후보자는 대규모 플랫폼이 자율규제 정책을 수립해 허위조작정보 유통 방지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용자 규모가 큰 플랫폼은 게시물 노출 알고리즘과 추천 시스템을 통해 정보의 전파력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울 수 있어, 국민의 인격권과 재산권 등 기본권 침해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인식은 향후 플랫폼 사업자에게 자율규제 의무와 함께,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와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 고도화를 요구하는 정책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김 후보자는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해 법적 규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국민이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보의 진위를 스스로 평가하고, 편향적 콘텐츠나 조작된 정보를 식별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뒷받침돼야 규제 효과가 실질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초중등 교육과 평생교육 체계에서 디지털 정보 판독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 정책과 방송통신 정책의 연계 필요성도 커질 전망이다.

 

허위조작정보와 불법정보에 대한 차별적 규제 원칙도 제시됐다. 김 후보자는 마약, 도박, 불법 성범죄물 등 명백한 불법정보는 내용 자체가 반헌법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이러한 정보는 표현의 자유 보호 영역 바깥에 위치하므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허위조작정보는 표현의 자유 영역과 일정 부분 맞닿아 있는 만큼, 개념 정의와 요건 설정을 보다 엄격히 하고 절차적 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이번 입장 표명이 향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규제 방향을 가늠할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유럽연합이 디지털서비스법을 통해 플랫폼의 불법 콘텐츠 책임과 알고리즘 투명성을 강화하고, 여러 국가가 허위정보 대응 법제를 정비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허위조작정보 가중 배상제도와 플랫폼 자율규제,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 장치가 어떻게 설계되고 집행되는지에 따라 디지털 미디어 산업과 표현 생태계의 균형점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새로운 규제 틀이 실제 시장에 안착하며 혁신과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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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허위조작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