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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 한 잔, 치킨 한 조각”…습관처럼 먹던 선택이 병원 가는 길이 됐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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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몸에 좋을 것 같다’며 과일주스를 고르고, 바쁜 날엔 튀긴 치킨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별생각 없는 선택이라고 여겨졌지만, 지금은 그런 습관이 암과 심장병 위험을 키우는 일상의 풍경이 됐다. 사소한 메뉴 교체지만, 그 안엔 건강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가 담겨 있다.

 

미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콜로라도 비르타 헬스에서 활동하는 내과 전문의 프랭크 듀몬트 박사는 수백만 명이 반복해 범하는 실수로 두 가지를 꼽았다. 과일을 주스로 마시는 것, 그리고 치킨을 빵가루에 입혀 기름에 튀겨 먹는 습관이다. 그는 이 둘이 “당장은 가벼운 기분 전환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암·심장병·당뇨병 위험을 조용히 끌어올리는 선택”이라고 표현했다.

치킨 출처=픽사베이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입니다.
치킨 출처=픽사베이 ※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한 참고 이미지입니다.

과일주스는 비타민과 미네랄 덕분에 건강한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듀몬트 박사 설명에 따르면, 과일의 핵심 요소인 식이섬유는 착즙 과정에서 거의 사라진다. 남는 것은 빠르게 흡수되는 당분이다. 유리잔에 담긴 주스를 한 번에 마시면 혈당이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솟구치고,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서 비만과 제2형 당뇨, 심혈관 질환 위험이 함께 커진다.

 

반대로 같은 과일이라도 통째로 먹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혈당 상승 속도가 완만해지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 다음 끼니의 과식을 줄여준다. 항산화 성분도 손실이 적어 세포 손상을 막는 데 유리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주스 한 병보다 사과 한 개, 오렌지 한 개가 훨씬 건강한 선택”이라고 조언한다.

 

두 번째 위험 습관은 튀긴 치킨이다. 문제는 닭고기 자체보다 ‘튀김옷’과 조리 방식에 있다. 빵가루와 밀가루로 둘러싸인 치킨은 고탄수화물 반죽과 높은 나트륨을 머금게 된다. 여기에 고온의 기름으로 튀기는 과정에서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이 스며들며, 혈중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직접적으로 끌어올린다.

 

LDL 수치가 높아지면 혈관 내벽에 염증이 생기고, 혈류 흐름이 방해받는다. 그만큼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평소엔 아무렇지 않게 먹던 치킨이 어느 순간 “검진 결과가 나쁜 이유”로 돌아오는 셈이다.

 

듀몬트 박사는 같은 재료라도 조리법에 따라 건강 효과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같은 치킨이라도 빵가루를 입혀 튀기면 독이 되고, 구워 먹으면 약이 된다”고 표현했다. 바삭한 치킨 버거 대신 구운 치킨 샐러드를 고르는 정도의 작은 선택만으로도, 장기적인 건강 차이는 크게 벌어진다는 설명이다. 패스트푸드를 피하기 어렵다면 ‘튀긴 것보다 구운 것, 소스 듬뿍보다 채소 듬뿍’이라는 기준을 기억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이런 흐름은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여러 국제 연구에서 채소와 통곡물, 생선을 중심으로 한 지중해식 식단을 꾸준히 실천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 심장질환, 뇌졸중, 당뇨병 위험이 낮게 나타났다. 올리브유, 견과류, 신선한 채소와 과일, 가공을 최소화한 곡물이 식단의 중심을 이루는 방식이다. 우리 식탁으로 옮기면, 튀김과 가공식품의 비중을 줄이고 나물, 생선, 콩류를 늘리는 패턴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를 ‘약보다 식단이 먼저인 시대’의 신호라고 부른다. 듀몬트 박사는 “약물 치료만 바라보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며 “결국 사람들의 몸을 바꾸는 건 매일의 식습관과 생활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 현장에서 만나온 경험을 떠올리며 “올바른 정보를 제공받은 뒤 스스로 식단을 조절한 환자들이 삶이 눈에 띄게 가벼워지는 모습을 수없이 봤다”고 전했다.

 

댓글과 커뮤니티 반응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주스가 설탕물이라는 말을 듣고 난 뒤부터는 아예 통과일만 먹는다”, “치킨은 정말 끊기 어렵지만, 주 1회는 에어프라이어 구이로 바꿨다” 같은 고백이 이어진다. 예전에는 무리한 다이어트나 유행하는 보조제를 찾았다면, 지금은 일상 메뉴 한두 가지를 바꾸는 쪽으로 시선이 옮겨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말라고 조언한다. 완벽한 식단을 목표로 시작했다가 며칠 만에 포기하면 오히려 좌절감만 커지기 쉽기 때문이다. 대신 평소 마시던 과일주스를 통과일로 바꾸고, ‘튀긴 치킨은 모임 자리에서만, 평소에는 구운 치킨 위주의 샐러드’ 같은 규칙을 스스로 정해보라고 권한다. 몸은 생각보다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사실 많은 사람은 이미 알고 있다. 패스트푸드보다 집밥이 낫고, 단 음료보다 물이 낫다는 것을. 다만 피곤한 퇴근길과 바쁜 점심시간이 그 선택을 자꾸 흔들어 놓을 뿐이다. 그래서 더 중요한 건 ‘한 번쯤은 알면서도 고르는 선택’을 조금씩 줄여 나가는 일이다.

 

과일주스를 통과일로, 튀긴 치킨을 구운 치킨으로 바꾸는 일은 거창한 건강 프로젝트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작은 식탁의 교체가 몇 년 뒤 내 혈관과 심장을 지키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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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듀몬트박사#과일주스#튀긴치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