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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스왑으로 자본까지 묶는다…엘앤씨바이오 휴메딕스, 장기 동맹 선언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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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조직 재생의학 기업 엘앤씨바이오가 필러 등 에스테틱 전문 기업 휴메딕스와 지분을 맞교환하는 주식 스왑 구조를 택하며 협력 관계를 자본 단계로 끌어올렸다. 양사는 기존 제품 위탁판매 수준을 넘어 지분을 공유하는 장기 동맹 체제를 선택해, 재생의학과 에스테틱을 아우르는 바이오 헬스케어 밸류체인 확장을 노린다. 업계에서는 재무적 투자보다 사업 연계성을 중시한 전략적 제휴 모델로, 중소형 바이오 기업 간 수평적 M&A와 지분 제휴 확대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엘앤씨바이오는 23일 공시를 통해 약 15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휴메딕스가 배정자로 참여하며, 현금을 납입하는 통상적인 방식이 아니라 보유 중인 자기주식을 현물로 출자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휴메딕스는 엘앤씨바이오 신주를, 엘앤씨바이오는 휴메딕스의 자기주식을 각각 취득하게 돼 상호 출자가 이뤄지는 주식 스왑 구조가 형성된다.  

특히 이번 거래는 단기 재무 개선이나 단순 지분 투자와는 성격이 다르다. 양사가 각자 발행·보유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자본을 직접 연결해, 실질적으로는 장기적 사업 파트너십을 지분 구조에 반영하는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 엘앤씨바이오와 휴메딕스는 이미 엘앤씨바이오의 인체조직 유래 필러 리투오에 대해 휴메딕스가 판매를 담당하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는데, 양사는 이 협업 관계를 보다 공고한 자본 제휴로 확장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거래 구조상 휴메딕스는 재무제표상 자기주식으로 분류돼 활용도가 제한적이던 지분을 전략적 파트너사에 대한 투자 자산으로 전환하게 된다. 엘앤씨바이오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 확충 효과를 얻는 동시에, 에스테틱 유통 채널과 병원 네트워크를 확보한 휴메딕스와의 이해관계를 지분 구조로 묶어 시장 대응력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양사는 공동 영업과 마케팅, 신제품 론칭 시 크로스셀링 등에서 시너지 극대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두 회사는 이미 리투오 판매 협업을 통해 재생의학 기술과 에스테틱 시장을 접목해 왔다. 엘앤씨바이오는 인체조직 기반 재건·성형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해 왔고, 휴메딕스는 필러와 주사제 등 미용·피부과 네트워크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이번 자본 결합을 계기로 리투오 외에도 추가 재생의학 제품과 미용의료 포트폴리오를 함께 기획하고, 해외 진출이나 신규 시장 개척에서도 공동 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된 셈이다.  

 

양사는 상호 취득하게 되는 주식에 대해 3년간 보호예수를 설정했다. 보호예수는 일정 기간 주식을 매도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의미하는데, 양사는 이를 통해 단기 주가 부양보다는 장기적인 파트너십 구축과 기업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강조했다. 엘앤씨바이오 관계자는 이번 3자배정 유상증자가 단순 자금 조달 차원을 넘어, 기존 사업 협력을 자본 관계로 확장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휴메딕스 관계자도 주식 스왑을 통한 장기 협업 구조가 양사 모두에게 긍정적인 사업 시너지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재생의학과 에스테틱 바이오 기업 간 자본 제휴는 제품 특성상 병원과 피부과 네트워크, 환자·소비자 접점이 중복되는 영역이 많아 영업·마케팅 통합 효과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임상, 인허가, 제품 라인업에서 각자의 강점을 결합할 수 있어 신제품 출시 속도를 높일 여지도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상호 출자 구조가 지배구조 복잡도로 이어지지 않도록, 양사가 지분율과 사업 협력 범위를 명확히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단기 재무 성과보다는 중장기 시장 확대와 파이프라인 강화에 초점을 맞춘 전략인 만큼, 실제 매출과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검증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산업계는 엘앤씨바이오와 휴메딕스의 주식 스왑이 재생의학과 에스테틱 바이오 융합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주시하고 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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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앤씨바이오#휴메딕스#리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