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71원으로 낮아지자 금값 약세…국제선 상승에도 국내선 되레 하락
12월 8일 금 시장에서 국내와 국제 가격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국제 금 시세는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감에 힘입어 상승했지만, 국내 금값은 원·달러 환율 하락 영향에 밀려 약세로 돌아서면서 투자자들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 시스템에 따르면 12월 8일 국내 금 1돈 시세는 751,575원으로 마감했다. 직전 거래일인 12월 5일 753,675원에서 2,100원, 약 0.3퍼센트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날 거래대금은 758억 원으로 집계돼 가격 하락 속에서도 투자 수요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흐름을 보면 11월 28일 745,838원에서 출발해 12월 5일까지 상승세를 이어간 뒤 이날 소폭 조정을 받는 양상이다. 다만 30일 이동평균선과 비교하면 여전히 20,833원, 2.9퍼센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중기적 상승 추세가 본격적으로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석] 환율 하락에 엇갈린 향방…국제 상승에도 국내 금값 약세 전환 (금값시세)](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08/1765154040364_421298712.jpg)
국내 금값을 끌어내린 핵심 변수로는 환율이 지목된다. 12월 8일 오전 9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8원 내린 1,471원을 기록했다. 국내 금 가격은 국제 시세와 환율을 함께 반영해 결정되는 만큼, 이날처럼 국제 금값이 소폭 오르더라도 환율 하락 폭이 더 클 경우 원화 기준 금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삼성금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수입 결제와 해외 투자 환전 등 구조적인 달러 매수 수요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강한 외환시장 안정 의지와 당국의 경계감 탓에 1,475원 선을 쉽게 돌파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 기준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88.4퍼센트까지 높아지며 달러 약세 압력이 커지고 있어, 당분간 환율이 1,460원 중후반에서 1,470원 초반 사이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국제 금 시장 분위기는 이와 대조적이다. 트레이딩 이코노믹스 집계 결과 국제 금값은 12월 8일 기준 온스당 약 4,210달러 선에 안착하며 10월 말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하루 동안 약 0.2퍼센트 오른 수치다. 미국 9월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2.8퍼센트 상승에 그치며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을 보인 점이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민간 고용지표인 ADP 보고서에서 일자리가 3만 2천 명 줄어드는 부진한 결과가 나오면서 노동시장 냉각 우려가 커졌고,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명분을 키우며 금값 상승에 힘을 보탰다는 해석도 제시된다.
기술적 분석 측면에서 보면 국제 금값은 현재 4,210달러 부근에서 뚜렷한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금거래소 분석에 따르면 상단 저항선은 온스당 4,264달러, 하단 지지선은 55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3,997달러에서 4,037달러 구간으로 추정된다. 중동을 비롯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하단을 지지하는 가운데, 글로벌 증시에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고 있어 금 가격이 저항선을 뚫고 추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이나 경기지표 등에서 보다 강한 재료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과 국제 금값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구도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 시세가 오른다 해도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 원화 기준 수익률이 줄어들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환차손까지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강세와 국제 금값 강세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단기 시세를 쫓는 추격 매수보다는 환율 수준과 미국 실질 금리 흐름을 함께 고려한 분할 매수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시장에서는 9일부터 1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결과와 이후 통화정책 신호가 금과 환율, 나아가 국내 금값 방향성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 주요국 물가와 고용 지표, 지정학 리스크 전개 양상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가 재차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당국과 시장 참가자 모두 환율과 금 가격의 동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