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부부 공천 개입 규명 필요"…특검, 한동훈에 10일 출석요구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을 둘러싼 공방과 민중기 특별검사팀 수사가 맞붙었다. 특검팀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직접 출석을 요구하면서 정국 긴장이 한층 높아지는 양상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12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총선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12월 10일 참고인 조사를 위해 출석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출석 요구 장소는 특검 사무실이며, 시간은 10일 오후 2시로 명시됐다.

박노수 특별검사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어제 3일 국회의원 공천과 관련해 한 전 대표에 대해 10일 오후 2시 참고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청하는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고 말했다. 박 특검보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난 8월부터 한 전 대표 측과 조사 일정을 협의하려 했지만 전화, 문자 메시지, 우편 등 어떤 방식에도 답변을 받지 못했다.
특검팀은 한 전 대표가 언론 등에서 지난 총선 무렵 김상민 전 부장검사의 공천 청탁을 거절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갈등이 생겼다는 취지로 발언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 특검보는 "이는 특검 수사 대상인 윤 전 대통령 등의 공천 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반드시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한 전 대표가 당 대표로서 수행한 업무와 관련해 언급한 내용에 대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는 점을 감안해 수사에 협조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특검이 주목하는 공천 개입 의혹의 중심에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있다. 특검팀 설명에 따르면 김 전 부장검사는 김건희 여사 측에 이우환 화백 그림을 건네며 2024년 4월 10일 총선 공천 등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시기는 한동훈 전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로서 공천권을 행사하던 시점과 겹친다.
김건희 여사는 총선을 앞두고 창원 의창구를 지역구로 둔 김영선 전 의원 측에 연락해 "의창구에서 김상민 검사가 당선될 수 있도록 지원하라"는 취지의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장검사는 공천 심사 과정에서 탈락해 컷오프됐지만, 2024년 8월 국가정보원 법률특보로 임명되면서 특혜성 인사 논란이 뒤따랐다.
민중기 특검팀은 김 전 부장검사를 10월 2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한 상태다. 동시에 김건희 여사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수수·요구·약속할 경우 성립하는 범죄인 만큼, 특검팀은 당시 공직자 신분이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민간인 신분인 김건희 여사의 공범 구조에 해당하는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가 출석에 응할 경우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측으로부터 김상민 전 부장검사 공천과 관련한 압력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당시 공천 과정에서 어떤 논의와 판단이 오갔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정치권에선 한 전 대표의 출석 여부에 따라 정국 공방의 수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중기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도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의 공동대표 이 모 씨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전했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21그램이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 및 증축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낸 경위를 문제 삼고 있다. 21그램은 과거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가 주최한 전시회를 후원했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설계와 시공도 맡았던 업체로 알려져 있다. 특검팀은 21그램이 김건희 여사의 영향력 아래 관저 공사를 수주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 수사도 병행되고 있다. 특검팀은 양평고속도로 대안 노선 검토 과정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국토교통부 과장 김 모 씨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재차 소환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특검에 출석했다.
특검팀은 김 과장이 2022년 3월께 양평고속도로 사업 실무진에게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 토지가 포함된 대안 노선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노선 변경 논란이 국민 여론을 자극해 향후 수도권 민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민중기 특검팀이 공천 개입, 관저 이전,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이라는 세 갈래 수사를 동시에 밀어붙이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법적·정치적 부담은 커지고 있다. 한편 한동훈 전 대표가 출석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따라 특검 수사 동력과 정치권 파장은 갈림길에 설 전망이다.
정치권은 향후 특검 수사 결과와 한 전 대표 대응을 놓고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관련 의혹을 둘러싼 후속 대응 방안을 다음 회기에서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