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국면은 아니다”…이재명, 급속 경기회복 속 물가관리 대책 강조
정치와 민생물가가 다시 맞붙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물가 상승을 두고 급속한 경기 회복을 원인으로 제시하며 관리 가능 범위라는 인식을 내비친 가운데, 서민 체감물가와의 괴리가 향후 정치권 공방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빛의 혁명 1주년 대국민 특별성명 발표 뒤 질의응답에서 최근 물가 동향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한국 경제의 빠른 회복을 배경으로 물가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물가와 성장 간 상충 관계를 먼저 꺼냈다. 그는 "물가와 경제성장의 관계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경제가 아주 급격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에 물가 상승 압력이 되지 않을까 한다. 환율 문제도 있고, 주가 문제도 있고 아주 복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수준은 고물가 국면으로 보기 어렵다는 인식도 함께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체적으로 보면 고물가는 아닌데 상황이 급변하다 보니 체감물가가 상당히 높을 수 있고 국민에게 큰 고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면밀히 상황을 주시하며 가능한 대책을 수립 중이고, 또 일부는 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공식 통계 흐름과도 맞물린다. 국가데이터처가 전날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4% 상승했다. 지난 9월 이후 3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유지한 것으로, 정부가 중기 목표로 제시해온 물가 안정 범위 안에 들어가는 수준이다.
이 대통령은 전임 정부와의 비교를 통해 현재 국면의 성격을 부각했다. 그는 "가장 나쁜 것은 경기침체 중에 물가가 오르는 것"이라며 "그게 종전 정부에서 올해 전반기까지 있었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에 비하면 지금 물가는 꽤 안정된 편"이라고 평가했다. 경기 부진 속 물가 상승,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국면과 현재 상황을 구분해달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지난 6개월간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자평도 경제 회복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대통령은 "회복에 중점이 있었고 미래를 향한 성장과 도약도 많이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점점 미래 중심적이고 성장 발전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정책 기조의 무게추를 미래 성장으로 옮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경제 분야 회복이 상당히 더딜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진단으로, 향후 재정·통화·규제정책 운용에서도 보다 공격적인 성장 전략이 병행될 수 있다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발언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어진 외신 기자회견에서 상속세 개편 논의에 대한 질문을 받고 조세 형평성과 성장 효과 사이의 긴장을 짚었다. 그는 "어떤 게 더 효과적이냐는 논쟁도 있지만 그게 과연 정의로운지에 관한 가치 논쟁도 있다"고 말했다. 조세 부담 완화를 통한 투자 촉진 논리와, 부의 대물림 억제를 통한 공정성 제고 논리가 충돌하는 지점이라는 설명으로 읽힌다.
다만 그는 속도 조절론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쉽게 얘기하기 어렵지만 불합리한 측면도 있어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구체적 세율 조정이나 공제 확대 등 세부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제도 전반의 손질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물가 인식과 상속세 발언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여권은 2%대 물가 흐름과 성장 회복 신호를 근거로 거시지표 안정론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야권은 체감물가 고통 언급에 주목하며 서민·중산층 부담 완화를 위한 추가 대책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상속세 개편 역시 부자 감세 논란과 투자 활성화 요구가 맞부딪치는 쟁점으로, 정기국회는 물론 내년 예산·세법 심사 과정에서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물가 추이를 지켜보며 추가 보완책을 검토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세제와 성장 전략을 연계한 종합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향후 회기에서 물가 관리 방안과 상속세 개편 방향을 놓고 본격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