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 상향이 본선 경쟁력에 도움되나"…국민의힘 최고위원회서 정면 충돌
당심과 중도 확장을 둘러싼 갈등이 국민의힘 최고위원회 한복판에서 격돌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선 룰과 당의 노선 방향을 두고 지도부와 최고위원 간 균열이 다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과 김민수 최고위원은 15일 국회 내 천막 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면으로 부딪쳤다. 최근 당 지지율이 20%대 중반 박스권에 머무는 가운데 장동혁 대표 체제의 당심 중심 행보를 둘러싼 이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양 최고위원은 여론조사를 인용해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선거를 치른다면 국민의힘이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말하며 지도부의 위기의식 부족을 겨냥했다.
양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상대인 더불어민주당보다 지지율, 결집도, 중도 확장성, 그 총합인 선거 경쟁력에서 크게 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경선의 당심 반영률을 높여서 후보를 공천하는 게 과연 본선 경쟁력에 도움이 되겠느냐. 중도층이 공감하지 않는 계엄 정당론이나 부정선거론, 과연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당의 이념적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양 최고위원은 "당의 염도(鹽度)가 적당해야 더 다양한 지역과 계층, 성별과 연령층의 국민 지지가 찾아온다"며 "강성 지지층도 좋지만 합리적 지지층, 특정 주장이 아닌 보편 정서에 어필할 정책, 메시지, 행보, 인물이 필요하다"고 했다.
발언은 당내에서 제기돼온 계엄 사과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고, 윤 전 대통령과 유사한 입장을 견지해온 장동혁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양 최고위원은 중도층 이탈을 불러온 계엄 논란과 부정선거 주장 등이 지방선거 승리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이에 김민수 최고위원이 추가 발언을 요청하며 맞섰다. 김 최고위원은 "왜 우리 손으로 뽑은 당 대표를 흔들려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양 최고위원의 지적이 당대표 리더십을 겨냥한 내부 공격으로 비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여론조사 자체의 신뢰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민주당·통일교 문제, 대장동 항소포기, 양평 공무원 자살사건, 관세, 부동산, 환율, 김현지, 캄보디아, 무비자 입국까지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는데 왜 이런 문제에 공격을 집중하지 않고 당내를 공격하느냐"고 말하며, 야당과 정부를 겨냥한 대여 공세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짜 지방선거에서 이기고 싶다면,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지키고 싶다면 어떤 기준을 들고 우리가 방향성을 정해야 할지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보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당내 논쟁보다 대외 전선을 우선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당 지도부는 공개 충돌 이후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해 약 20분간 논의를 이어갔다. 그러나 양 최고위원과 김 최고위원의 발언을 둘러싼 추가 논쟁이나 조율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선 갈등의 불씨는 남긴 채 겉으로만 상황을 봉합한 셈이다.
이날 충돌은 지방선거를 불과 반 년여 앞둔 시점에서 중도층을 향한 외연 확장 요구가 분출하고 있지만, 지도부가 당심 중심 전략을 유지하려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당 일각에서는 계엄 논란과 부정선거론과 같은 강경 보수 이슈가 중도층은 물론 온건 보수층까지 이탈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경선 룰을 둘러싼 긴장도 감지됐다. 당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이 내년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기존 50%에서 70%로 상향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당심 강화 기조가 고착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진화에 나섰다. 그는 "지도부에서 확정된 사안이 전혀 아니다. 원외 당협위원장과 현역 단체장 의견을 듣는 등 의견 수렴 과정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경선 룰 논쟁이 당내 계파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앞으로 원외 당협위원장, 현역 기초·광역단체장 등 조직 기반 인사들을 상대로 경선 룰과 선거 전략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를 지속할 방침이다. 국회와 당 지도부는 지방선거까지 남은 기간 동안 당심과 민심 사이에서 경선 제도와 노선을 어떻게 조정할지 놓고 치열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